1개월 수익률 34.5%. 최근 증권주 랠리가 제아무리 강하다지만 대형사들조차 가뿐히 넘어선 대신증권 주가의 오름폭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증권주들이 우상향세를 그리는 데는 몇가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는데요. 실적 개선과 향후 성장 기대감, 그리고 주주환원정책 등이 가장 핵심 요인입니다.
대신증권은 전통적인 배당주로 꼽힙니다. 최근 10년간 배당수익률을 살펴보면 최저 6.53%에서 최고 11.05%까지 줄곧 높은 수준의 배당을 해왔습니다. 지난해 기준 배당률은 보통주 7.1%(우선주 7.8%)에 달합니다.
하지만 단순 배당에 따른 효과라고 보기엔 설명이 다소 부족해 보입니다. 대신증권의 자기자본은 10년간 두배 가량 불어 3조3000억원대로 늘었지만 당기순이익은 10년전(1362억원)과 다를 바 없는 수준(1442억원)을 맴돌고 있습니다. 수년째 5%대를 하회하고 있는 자기자본이익률(ROE)은 현재도 4.57%로 요지부동입니다. 키움증권(15.98%), 삼성증권(12.89%), 한국금융지주(11.54%) 등 상당수 증권사가 두자릿수대를 기록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합니다.
1만원대 주가에 발목 잡혀있던 대신증권이 다시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지난달 중순 이후. 더 정확하게는 이재명 대통령이 당시 증권가를 찾아 코스피 5000시대를 위한 주가 부양 의지를 밝혔던 4월 21일 이후입니다.
당시 이 대통령은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강조하며 “상장사의 자사주는 원칙적으로 소각해 주주 이익으로 환원될 수 있도록 제도화하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일반적으로 자사주 소각은 전체 유통 가능 주식수 감소로 인해 기존 주주들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가치를 높이는 효과를 발휘합니다.
(자료= 대신증권 최대주주 등 주식소유현황(17.9%) 중 임원 및 대신송촌문화재단 보유 분을 제외한 오너가의 지분율은 15.99%다. 출처=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 오너가 지분 10%대, 자사주만 25% 넘어
대신증권은 대규모 자사주를 보유 중인 기업 중 하나로 꼽힙니다. 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대신증권이 갖고 있는 자사주는 지난해 말 기준 총 1880만7438주입니다. 보통주(1277만7438주)와 우선주(603만주)의 보유 비율은 각각 25.17%, 16.75%입니다.
대신증권은 20여년째 자사주 매입을 지속하고 있지만 어쩐 일인지 소각에는 인색합니다. 대신증권은 자사주를 사들일 때마다 주가 안정 및 주주가치 제고를 취득 목적으로 명시하지만 시장에선 경영권 방어를 위한 수단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습니다.
현재 대신증권 지분율을 살펴보면 양홍석 부회장을 포함한 오너가의 지분율은 15.99%에 불과합니다. 현재 매입한 자사주(25.17%)를 모두 합쳐도 41.16% 수준입니다.
특히 지난해 양 부회장과 모친인 이어룡 대신파이낸셜그룹 회장은 상여를 명분으로 각각 9만9860주, 6만2203주의 자사주를 지급받는가 하면 지난 3월 4000억원 규모의 감액배당을 실시해 오너가의 추가 지분 확보를 위한 자금 확보가 목적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을 사기도 했습니다.
(사진=(왼쪽부터) 고 양재봉 명예회장, 이어룡 대신파이낸스그룹 회장, 양홍석 대신증권 부회장)
■ 자사주 소각 이슈, 상당 부담 불가피
대신증권의 자사주 매입을 바라보는 업계 시선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대신증권은 회사 자금을 활용해 경영권을 방어하는 대표적인 기업 중 한 곳”이라며 “그동안 높은 배당률을 통해 주주환원정책을 강조해왔지만 자사주 매입 목적이 사실상 주가 부양에 있다고 볼 순 없다”고 꼬집습니다.
물론 자사주 소각이 실제 법제도화 되기까지 난관은 적지 않아 보입니다. 당장 이 대통령 역시 최근 한 유튜브에서 “부작용이나 이런 것들은 들어보고 토론도 해보고 시행도 해보면서 조금씩 조정해야 할 것 같다”고 부연한 바 있죠.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박사는 “국내 기업들이 자사주를 취득하는 목적 자체가 주주환원, 성과급 지급, 경영권 방어 등 다양하기 때문에 일괄적으로 법제화하는 것은 경영계 반발도 분명히 있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다만 “이와 별개로 자사주의 본래 취지와 목적에 대해 강조되고 관련 논의가 이어진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상당히 부담될 것”이라고 봤습니다.
당장 대신증권에서는 리서치센터를 통해 자사주 소각 의무화가 시행될 경우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 지분율이 70% 이상이면서 최대주주 지분율은 40% 이하인 기업 ▲자사주 비중이 최대주주 지분보다 큰 기업 ▲자사주 비중이 50%를 넘는 기업 등이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되거나 자발적 상폐를 선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습니다.
대신증권이 최대주주 등 소유주식변동 관련 가장 최근 공시한 내용은 지난달 23일 양 부회장의 아들인 양승주 군의 주식 취득 관련 내용입니다. 2011년생인 양 군은 지난 4월 총 16차례 장내매수를 비롯해 지난달에도 추가 매입에 나서며 지분율을 0.77%까지 높였습니다. 창업주인 고 양재봉 명예회장에서 시작돼 어느새 4대인 양 군까지 이어지는 대신증권의 승계 계획이 차곡차곡 진행되고 있는 셈입니다.
관례처럼 이어왔던 대신증권의 자사주 활용법이 이재명 정부 출범을 계기로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될까요. 대신증권 오너가의 향후 전략을 두고 주주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지는 시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