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빈센트의 음악은 대체로 감성적인 발라드가 주를 이룬다. 아름다운 인연에 대한 그리움과 회상, 젊음의 초상, 고독과 외로움의 정서 등 주제는 다양하다. 그런 노래를 듣다 보면 그가 속삭이는 이야기에 어느 순간 녹아들어 알 수 없는 묘한 기분에 휩싸인다.
하지만 이번에는 리드미컬하게 반복되는 기타 연주와 빈센트의 감미로운 목소리가 더해진 새로운 분위기의 ‘번 잇 올(Burn It All)’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발매한 ‘해바라기’ 이후 약 1년 만이다.
“이번 앨범은 장르나 사운드 적으로 팬들 입장에서는 생소할 거라 생각한다. 공백기 동안 믹싱에도 직접 참여하며 사운드 적으로 시도를 많이 했다. 내가 지금 공연을 할 수 있는 전성기라고 한다면 안 해봤던 것들을 해보고 싶었다”
빈센트는 ‘번 잇 올’을 발매하기 전 10개월의 휴식 시간을 가졌다. 이 시간은 많은 깨달음과 변화를 안겨다 줬다. 그것은 이번 앨범에 담긴 주제가 됐다. 모두가 갖고 있는 좁고 엉뚱한 ‘기준’과 ‘선’을 불태우고 자유로워지고 싶어 하는 마음을 담았다.
“살면서 규범이라든지 지키려고 했던 나만의 선이 있었는데 그게 이 옳다고 생각하며 30년을 살았다. 그런데 쉬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고 여행을 다니면서 내가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에서의 아름다움이 있더라. 물에 들어가지 않는 스타일인데 수영을 해보니 재미있더라. 또 전자음악도 내가 좋아하는 장르가 아닌데 그 음악에 맞춰 춤을 춰보니 너무 좁은 세상에서 살았다는 느낌이 들면서 의식이 확장되는 느낌이 들었다. ‘번 잇 올’이 ‘모두 태워보자’라는 의미인데 내가 쌓아왔던 것들을 태우고 앞으로 나가보고 싶었다”
빈센트의 첫인상은 자유로운 영혼처럼 보였다. 고교 스쿨밴드로 음악을 시작해 늘 남들 앞에 서며 주목받으며 살았을 그는 남의 시선을 신경 쓰지 않고, 하고 싶은 것을 다해봤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오산이었다.
“IMF를 겪으면서 어쩔 수 없이 아버지랑 떨어져서 어머니랑 둘이 살았다. 그때부터 내가 선을 넘어가는 행동을 하면 리스크가 크다고 생각 했던 것 같다. 음악도 좋아하고 노는 것도 좋아했지만 공부를 놓을 수가 없었다. 고등학생 때부터 장학금을 타지 못하면 가정에 피해가 갔기 때문에 안전하게 내가 시도할 수 있었던 것만 했었다. 그러다 올해 처음으로 10개월 동안 하고 싶은 대로 해봤고 처음으로 집 멀리 나가게 됐다”
이번에 음악적으로 새로운 변신을 하게 된 것도 여행이 계기가 됐다. “지난여름에 태국 코팡안을 다녀왔다. ‘동양의 이비자’라고 불리는 곳인데 파티 음악을 들으면서 귀가 열렸다. 어쿠스틱한 음악을 하고 그것을 지향하지만 거기서 느꼈던 감정이나 소리들이 내 귀를 확 트이게 한 계기가 돼서 이번 앨범에 다르게 작업했는데 나름 재미있었다”
빈센트는 자신의 경험에서 나온 느낌과 감정을 곡에 풀어 넣는다. 여태 발표했던 곡들도 자작곡으로 그가 쌓아온 경험들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감성을 멜로디와 가사에 녹여냈다.
“경험을 바탕으로 하는 게 제 모토다. 내가 느끼지 않은 감정을 상상으로 풀어내면 공감대가 형성이 안 될 것 같았고, 실제로도 그랬다. 내 노래가 아니라 다른 노래를 불러도 즐기면서 부르는 것과 잘 불러야지 하면서 부르는 것에서 현장 반응이 너무 달랐다. 그래서 내 곡은 내 생각이나 경험을 토대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날’이라는 노래는 위안부를 다룬 다큐멘터리를 보고 영감을 받아 매체나 영화를 보면서 상상해서 쓰기도 했다. 그 외에 사랑, 우정, 일상적인 내용은 오롯이 내 경험이 들어간다”
[마주보기②]로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