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를 중심으로 한 서울 부동산 시장이 다시금 들썩이자 대표적인 부동산 투자 상품인 중심지역 오피스 빌딩 시장도 꿈틀거리고 있다. 여전한 고금리 환경에 투자 심리가 쉽게 살아나지는 않고 있으나 오피스 시설의 신규 공급이 부족해 공실률은 낮아지고 있다. 이와 더불어 연내 금리 인하 가능성이 부동산 투자 수요에 도화선이 될 수 있다. 투자자와 수요자들은 지금의 시장을 어떻게 봐야 할까.
매킨지코리아의 서울 중구 을지로 센터원 입주, 강남 N타워에 EA스포츠를 자리잡게 하는 등 글로벌 기업의 국내 보금자리 마련을 이끌었던 김성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C&W) 이사. 오피스 임대 현장에서만 23년을 보내며 굵직한 거래를 성사시킨 그를 만나 현재 국내 오피스 시장의 흐름과 주목해야 할 지역을 들어봤다.
김성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오피스임대총괄 이사. (자료=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서울 오피스 시장의 전반적인 현황이 궁금하다
▲서울 주요 권역에서 오피스 마켓의 공실률은 올해 1분기 기준 2.4%로 하락 추세다. 지난 2021년 4분기 공실률이 5.2%였으나 서울 도심 권역(CBD)과 여의도 권역(YBD)을 중심으로 공실률이 낮아진 게 주효했다. 강남 권역(GBD)의 공실률은 0%대 수준에서 2%대까지 올라왔지만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YBD는 신규 공급에 따라 수요가 몰렸고 이에 따라 공실률(2.8%)도 통상 자연공실률로 불리는 5%대의 절반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CBD는 대기업의 확장과 신생기업 진출 등으로 공실이 해소되는 분위기다. 사실상 서울 주요 업무 권역에서는 공실이 없는 분위기로 임대료도 우상향하고 있다.
제조업과 IT업계의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가운데 업종별회전율(일정 기간에 동일업종 임차인이 바뀌는 변화율)에도 주목해야 하는데 회전율이 높다고 좋은 건 아니지만 회전율이 높은 미디어통신과 IT·제조업체가 시장을 이끌고 있다.
-서울 오피스 시장의 가까운 미래 전망은 어떤가.
▲주요 업무권역을 중심으로 공실률이 낮은 상태이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이 두드러진다. 일종의 양극화다.
부익부는 다양한 '베네핏(benefit·이점)'을 보유한 프라임 오피스 빌딩이다. 특히 '어메니티(amenity·편의시설)'를 갖춘 프라임 오피스가 인기다. 미팅존과 컨퍼런스존, 피트니스 센터와 컨시지어 서비스 등을 갖춘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많으나 이 같은 물량은 한정적이다.
프라임 오피스의 경쟁률이 심화하는 상황에서 자금력이 풍부하다면 금융 비용을 태워서 전략적 투자자로 건물을 직접 매입하거나 사옥으로 활용하는 형태의 임차 사례도 다수 나오고 있다.
공사비도 오르고 프로젝트파이낸싱(PF) 난항, 중대재해처벌법과 같은 안전 이슈까지 겹치며 신규 공급 오피스의 공기가 늘어질 가능성이 높다. 프라임 오피스 시장은 임대인 '우위'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다.
반면 '빈익빈' 측면에서는 사무실 면적 조정도 다수 진행하는 현상을 볼 수 있다. 국내외 정세가 좋지 못하고 물가 상승 등으로 임차인들의 수익성이 악화했다. 임차인들은 가장 많은 비용으로 나가는 인건비를 줄이거나 그 다음으로 많은 비용인 임대료를 줄이는 쪽으로 비용 절감 중이다.
몇몇 기업들은 을지로에서 강동으로, 아니면 아예 광명과 같이 서울 밖으로 빠져나가고 있다. 문제는 인테리어 비용 등도 크게 늘어나는 등 캐펙스(CAPEX·자본적지출)가 높아 오피스 이전 시에는 기존 비용 대비 30% 이상 절감이 필요하다.
프라임 오피스 공급이 활발하고 비교적 임대 비용이 저렴한 마곡지구가 뜰 수 밖에 없는 지점이다.
-마곡 오피스 시장에 주목하는 구체적인 이유가 궁금하다
▲마곡 권역은 프라임 오피스 위주로 공급이 이뤄진다. 코엑스와 이마트, 트레이더스와 같은 인프라를 갖췄고 9호선과 공항철도의 환승역인 마곡나루역에 5호선인 마곡역도 인근에 자리한 트리플 역세권이다. 여의도 IFC몰처럼 지하로 연결이 되는데다가 기존 마곡 지구에 위치한 주거 단지를 배후수요로 갖췄다.
마곡 지구 규모를 봤을 때 기업 입장에서는 서울 각지에 흩어진 자원을 서울 서부권에 집결 시킬 수 있다. 제조업체 통합 이전에 따른 수요층에게 매력적인 요소다. 기존 도심에 위치한 공공기관들의 임대료 부담도 마곡 지구가 비교적 덜하다. 비용 측면에서 기존 도심의 'E.NOC(오피스 실질 임대료)'는 평당 최대 45만원 가량이나 마곡은 21만원 수준이다.
마곡지구는 올해 11월에 공급을 마치고 인테리어 공사에 들어갈 것 같다. 내년 상반기부터 입주를 시작하게 되면서 그해 말에 대부분의 과정이 마무리 될 것 같다.
-마곡 외에 또 주목할 지역이 있을까
▲성수는 팩토리얼 성수외에 중형 빌딩 위주 공급인데 패션·IT 기업들이 주로 몰리고 있다. 과거에는 더욱 비용 측면에서 메리트가 있었지만 지금도 여전히 저렴한 수준이다.
성수는 마곡과 달리 주거 단지는 부족하지만 서울 지하철 2호선 라인이라는 강점이 있다. 주요 오피스 거점을 도는 순환선인 2호선을 끼고 있어 교통적 장점이 있다. 인근에 2만8804㎡에 달하는 삼표 레미콘 공부지 개발사업도 있고 강남과의 거리도 가까워 기존 IT업계 종사자 구인도 용이하다.
서울시에서 CBD 주변 재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세운지구 재개발 등 을지로 일대까지 동쪽으로 계속 확장하고 있으며 용산역 전자상가, 철도기지창 개발 등에 따라 서울역·용산역 주변으로도 넓어지고 있다.
-마지막으로 오피스 시장에 투자를 하는 이들이나 수요자들 입장에서 살필 요인을 짚어달라
▲앞서 말했듯 서울 오피스 시장에서 프라임 빌딩 수요가 높다. 프라임 빌딩이 가지고 있는 여러 장점들이 있는데 이미 기존에 다양한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는 만큼 별도의 인테리어 비용이 크게 소모되지 않는다.
반대로 비교적 노후한 오피스 빌딩을 매입했다면 리모델링 등 인테리어 비용 투자도 고려해야 한다. 최근 미디어 파사드나 IoT(사물인터넷) 통합 관리시스템을 기본적으로 구축하는 사례가 많은데 만약 이런 시스템, 시설 등이 미비하다면 이에 따른 투입 비용을 생각해야 한다.
주요 권역 내 중소형 빌딩은 예정 공실이 늘어나는 만큼 임대인들이 적극적인 임차인 유치 전략 검토를 이어가야 한다. 프라임 오피스에 비해 규모가 작더라도 다양한 편의 시설과 IT 기술 활용 시스템을 구축한 오피스 빌딩이 원활한 이전을 통해 최소화된 공실률을 보일 것이다.
◇ 김성철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오피스임대총괄 이사
김성철 이사는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 기업인 JLL(존스랑라살)에 2006년 입사 이후 LM 매니저로 2016년까지 재직했다. 이후 젠스타에서 2021년까지 사업부문장을 맡았다. 지금은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에서 앵커 테넌트(Anchor tenant) 대상 마케팅 활동을 포함해 임대 마케팅 전반의 업무를 총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