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의 아이폰16. (사진=애플 홈페이지 갈무리)
이진숙 방통위원장의 직무정지로 방송통신위원회가 식물 상태에 빠진 가운데, 성지에서 애플의 아이폰16에 대한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다.
25일 서울·경기도 등지의 휴대폰 성지의 시세표에 따르면 출고가 125만원인 애플의 아이폰16 128GB 모델이 이동통신사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10만~20만원대에 판매되고 있다. 다른 이통사의 경우 40만~50만원대, 40만~60만원대로 형성됐다.
성지는 휴대폰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뜻하는 은어다. 각 성지의 시세는 지역, 개통방식 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공통적으로 약 9만원대의 고가 요금제를 6개월 이상 유지해야 하는 조건이 붙는다.
현재 통신3사의 아이폰16에 대한 공시지원금은 25일 기준 8만 6000원부터 최대 45만원이다. LG유플러스의 공시지원금은 요금제에 따라 20만8000∼45만원, SK텔레콤은 8만6000∼25만원으로 책정됐다. KT는 최대 24만원의 공시지원금을 제공한다.
성지의 아이폰16 시리즈 시세표. (사진=네이버 카페 갈무리)
예컨대 성지에서 통신사를 A통신사로 번호이동을 택해 아이폰16 128GB 모델을 개통할 경우, 구매자는 기기값 125만원에서 불법보조금 58만2500원과 통신사 지원금 51만7500원(공시지원금 45만원+대리점 추가 지원금 6만7500원)을 제외한 15만원을 지불하면 된다. 256GB 모델은 불법보조금이 약 70만원 선까지 올라간다.
아이폰16의 경쟁 모델인 갤럭시 S24는 공짜폰, 차비폰(휴대폰을 구매하면 오히려 차비를 돌려받다는 의미)으로 전락했다. 아이폰15 역시 크게 다르지 않다. 256GB 용량 기준 프로 모델은 40만원대, 일반은 10만원대로 판매되고 있으며, 128GB로 내려가면 공짜폰으로 구매 가능하다.
이에 불법보조금이 횡횡하는 현 상황을 단속해야 할 방송통신위원회가 손을 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방통위는 이진숙 위원장의 탄핵소추로 직무가 정지된 상태다. 김태규 위원장의 1인 직무대행 체제로는 주요 안건에 대한 의결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를 틈타 성지에서 불법보조금이 기승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방통위는 이번 아이폰16 출시를 앞두고 허위·과장 광고 및 사기에 대한 주의를 당부한 것이 전부다. 여야가 단통법(이동통신 단말기 유통구조 개선법) 폐지를 추진하는 상황에서 불법보조금 단속에 대한 우선순위는 낮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