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대리점에서 유심 교체를 기다리는 이용자들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SK텔레콤에서 최근 발생한 대규모 유심(USIM) 해킹 사고로 인해 보안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유심칩 재고 부족 사태까지 겹치면서 온라인으로 설치 가능한 eSIM(이심)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악성코드 해킹으로 약 2500만 명의 고객 유심 정보가 유출되는 사고를 겪었다.

유심 정보가 빠져나가면서 '심 스와핑(SIM swapping)' 등 2차 피해 우려가 제기됐지만, 과학기술정보통부는 단말기 고유식별번호(IMEI)가 유출되지 않아 최악의 상황인 복제폰 위험성은 낮다고 전했다. 다만 향후 피해를 방지하려면 '유심 보호 서비스' 가입 및 유심칩을 교체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SK텔레콤은 모든 가입자를 대상으로 유심 무상 교체를 실시하고 있지만, 준비된 유심 재고가 100만 개에 불과해 전국적으로 '유심 대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에 유심 교체를 기다리는 고객들의 불편이 날마다 커지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eSIM이 현실적인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eSIM은 물리적 칩 교체 없이 온라인에서 즉시 발급·설치가 가능해, 유심 재고 부족이나 매장 방문 불편을 해소할 수 있다. 환경적으로도 물리적 유심 생산·폐기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이 없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eSIM이 NFC(근거리무선통신)를 지원하지 않아 교통카드 등 일부 서비스 이용이 제한되는 단점이 있다. 또한 SKT는 eSIM 셀프 가입을 공식 온라인몰인 'T다이렉트샵' 등에서 지원하고 있지만, 보안상 이유로 매장 방문을 권장하는 등 적극적으로 홍보하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SK텔레콤이 eSIM 확산에 소극적인 이유로, eSIM이 기존 유심 대비 가격이 저렴해(유심 7700원, eSIM 2750원) 가입자당 평균매출(ARPU)이 감소할 수 있고, 오프라인 대리점 방문이 줄면서 시장 지배력이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꼽는다. 또한 한 단말기에 2개의 심을 운용할 수 있어 저가 요금제 결합 등 요금 경쟁이 심화될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eSIM이 단말기에 귀속되는 구조인 만큼 복제 등 해킹에 대한 위험이 현저히 낮은 것은 사실"이라며 "다만 모든 기종이 eSIM을 지원하지 않는 상황에서 eSIM 교체를 권장하면 되려 고객들에게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일선 대리점에서 eSIM을 지원하는 기종의 경우 이를 권장하도록 알린 상태"라며 "이번 사고 수습이 마무리되면 eSIM에서도 교통카드 등을 지원할 수 있도록 개선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SKT는 유심칩 재고 부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5월 중순부터 '유심 포맷'이라는 소프트웨어적 대안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는 기존 유심 정보를 소프트웨어적으로 변경해 칩 교체와 유사한 효과를 내는 방식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