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우유 양주공장에서 생산되고 있는 'A2+ 우유'. 사진=서울우유협동조합.
#. 투명한 플라스틱 용기가 차례로 기계 안으로 들어간다. 기계 안에선 로봇팔이 병을 하나하나 붙잡아 거꾸로 세운 뒤 물로 용기 내부를 구석까지 씻어낸다. 세척을 마친 용기는 똑바로 세워져 내부 배관을 통해 흘러온 우유가 채워지고, 뚜껑으로 밀봉된 후에야 기계 밖으로 다시 나올 수 있다. 이렇게 생산된 ‘A2+ 우유’ 제품은 라인을 따라 이동해 차례로 상자 안에 담겼다. 상자가 차곡차곡 쌓이고, 다시 출고를 위해 이동할 때까지 모든 과정은 기계가 도맡았다.
23일 오전 방문한 경기도 양주시 서울우유협동조합 양주공장 내부 생산라인은 전체적으로 서늘한 냉기가 감돌았다. 제품이 생산된 뒤 이동하는 통로나 생산된 제품이 보관되는 출하창고는 거대한 냉장고를 떠오르게 했다. 제품 생산 공정을 둘러볼 수 있는 견학로를 지나는 동안 달큰한 연유 냄새도 흘러나왔다. 어린이들이 우유 생산 과정을 체험할 수 있게끔 구성된 체험형 프로그램도 눈길을 끌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양주공장은 약 7만7000평에 달하는 부지에 지하 1층, 지상 5층 규모로 아시아 최대규모 종합 유가공 공장이다. 실제로 양주공장은 하루에 최대 1700톤 가량을 처리할 수 있는데, 이는 국내 원유 전체 생산량의 30%에 달하는 양이다. 공장 가운데 우뚝 솟은 8개의 거대한 원유 저장 탱크는 한개당 150톤씩 총 1200톤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다. 태양열 발전 설비 구축, 낙차를 이용한 공업용수 이동, 차량 이동 동선 최적화 등 ‘친환경’에도 신경을 기울였다.
공장을 둘러보는 중간에도 서울우유 목장에서 원유를 싣고 오는 차량과, 양주공장에서 생산된 제품을 싣고 떠나는 차량 등이 분주하게 움직였다. 공장으로 수송된 원유는 곧바로 세균 등 이물질 검사를 거친 뒤 저유탱크에 저장된다. 원유를 수송한 차량은 세척을 거쳐 다시 목장으로 이동한다. 탱크에 모인 원유는 배관을 통해 공장 곳곳으로 이동해 다양한 제품으로 탈바꿈한다.
양주공장에서는 최근 일본 관광객에게 주목받는 ‘비요뜨’와 출시 50주년을 맞은 ‘커피포리’를 비롯해 현재 60여종에 달하는 제품이 생산되고 있다. 서울우유 전체 생산량 중 40% 가량을 담당하고 있으며, 특히 서울우유가 역점을 두고 있는 ‘A2+ 우유’도 양주공장에서 전량 생산 중이다. 서울우유는 A2 우유의 경우 일반 우유보다 까다로운 관리가 필요해 생산을 한곳에 집중시키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설명했다.
■“100% 아니면 ‘A2 우유’ 아냐”…‘전용목장’ 험로 개척
서울우유 양주공장에서 수송된 원유 품질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김성준 기자.
서울우유 ‘A2+ 우유’는 현재 전국 36곳 ‘A2 전용목장’에서 모인 원유만을 사용해 생산되고 있다. ‘A2 우유’는 우유를 구성하는 단백질 중 ‘A2 단백질’만을 함유한 원유로 만든다. 일반 우유와 비교해 배앓이 염려가 적으면서도, 비슷한 목적으로 유당을 제거한 ‘락토프리’ 우유보다 우유 본연의 맛에 가까운 것이 장점이다. ‘A2 유전형질’을 가진 젖소에게서만 얻어야 하는데, A2 전용목장은 바로 이들 젖소로만 100% 채워진 목장이다.
단순히 특정 젖소들만 따로 모아놓으면 될 것 같지만, A2 전용 목장을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기존 A1 유전형질을 가진 어미소를 A2 유전형질로 수정시키면 4마리 중 1마리 꼴로 A2 유전형질을 가진 송아지가 태어난다. 그 송아지가 다시 어미소가 됐을 때 A2 유전형질로 수정시켜도 새로 태어난 송아지가 A2 유전형질을 가지는 비율은 50% 정도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서울우유가 4년간 준비를 거쳤지만 1400여개 목장 중 A2 전용목장은 아직 36곳 뿐이다.
조혜미 서울우유 마케팅팀장은 “단 1%라도 A1 우유가 섞인다면 그 우유는 A2 우유라 할 수 없다”라며 “혹시라도 A1 우유가 섞일 가능성을 배제하기 위해 A2 전용목장을 운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목장에 섞인 A1 젖소와 A2 젖소에서 각각 원유를 집유하는 대신, A2 전용목장에서만 원유를 집유하는 것은 비용면에서 훨씬 불리한 선택이다. 원유를 수송할 차량을 별도로 배차해야 하고, 소수 A2 전용목장으로만 운행해야 해 경로도 비효율적이기 때문이다. A2 우유 생산을 위해서도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 혹시라도 A2 원유에 A1 원유가 섞이지 않았는지 확인하기 위해, 서울우유는 원유 집유단계에서 1차적으로 검사를 진행한다. 이후 공장으로 수송된 원유를 다시 한번 검사하고, 이후에도 생산 과정 중간과 완제품 검사까지 총 4단계에 거친 검사를 진행한다. 생산 과정이 복잡한 만큼 원가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프리미엄 인식 확산’과 ‘대중화’ 과제 동시에
서울우유 양주공장 전경. (사진=김성준 기자)
서울우유는 ‘A2 우유’ 기준을 깐깐하게 세움으로써 기존 우유와 비교되는 ‘프리미엄’ 제품이라는 인식을 확산한다는 방침이다. 단순히 ‘A2 우유’가 아니라 체세포수 1등급과 세균수 1A등급 기준을 더한 ‘A2+ 우유’ 제품을 선보이는 것도 ‘프리미엄’ 제품을 한층 부각시키기 위해서다. 저출산 및 고령화 여파에 따른 우유 주 소비층 감소, 자유무역협정(FTA) 발효에 따른 수입산 멸균유와의 경쟁 등 국내 유업계가 처한 난관을 타개하기 위한 해답을 ‘A2 우유’에서 찾는다는 복안이다.
서울우유는 이를 위해 A2 우유가 가진 기능성을 규명하는 연구도 적극 지원하고 있다. ‘A2+ 우유’ 출시 전에는 서울대병원과 협력한 연구를 통해 A2 우유 섭취한 집단에서 장내 유익균이 유의미하게 증가했다는 결과를 얻었다. 이달 들어서는 A2 우유 섭취에 따른 콜레스테롤 저하 등 기능성에 관한 해외 연구를 참조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하는 심화연구에 착수했다. 향후 연구 규모를 확대하고 다양한 기능성과 관련한 연구설계도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프리미엄’ 제품의 한계로 꼽히는 가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2 우유 대중화’에도 힘을 쏟는다. 아직 ‘A2 전용목장’은 36곳에 불과하지만 전체 목장에서 A2 젖소가 차지하는 비중은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올해 기준 서울우유 목장의 A2 젖소 비율은 약 55% 정도로 매년 약 10% 정도씩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오는 2029년에는 90%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우유는 A2 전용목장 확산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서울우유 관계자는 “A2 젖소 100%로만 이뤄진 목장이 36곳에 불과해 아직 A2 우유 생산량이 낮을 뿐, A2 젖소 두수는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면서 “계획대로 2030년 모든 원유를 A2 원유로 전환한다면 각종 제반 비용이 감소하고 규모의 경제를 실현할 수 있어 보다 저렴한 가격에 A2 우유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