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고물가 여파로 지갑을 닫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은 나날이 고공행진 하고 있다. 헬시플레저 트렌드가 지속되며 건강에 대한 관심을 가지는 소비자가 늘어난 가운데, 카페인 과다 섭취에 대한 경각심이 커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8일 세븐일레븐에 따르면 이 회사가 지난 7월 선보인 ‘세븐카페 디카페인’ 매출이 매월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10월 매출은 전월 동기 대비 35% 증가했으며 판매량도 출시 3개월 만에 20만잔을 넘어섰다. 세븐일레븐은 세븐카페 디카페인 판매 점포를 현재 200여점에서 내년까지 1000여점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커피 프랜차이즈에서도 디카페인 커피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스타벅스는 올 상반기 디카페인 커피 누적 판매량이 1억잔을 넘어섰다. 지난 2017년 디카페인 커피를 선보인 후 6년여만이다. 출시 이듬해인 2018년 약 600만잔 규모였던 디카페인 커피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2110만잔으로 2.5배 이상 급성장했다.
이디야커피도 지난해 1월 선보인 디카페인 커피도 2023년 내내 월평균 10%의 꾸준한 성장률을 기록했다. 특히 지난 8월엔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이 약 30%에 달했다. 이디야커피 관계자는 “커피에 대한 소비자 선호가 다양해지면서 디카페인 커피 시장도 성장하고 있다”며 "특히 건강을 중요시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디카페인 커피 수요도 함께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물가와 경기침체 여파로 내수 소비가 위축된 상황이지만, ‘건강’ 관련 제품은 홀로 불황을 비껴가고 있다. 팬데믹이 촉발한 ‘헬시플레저’ 열풍 덕분이다. 음료 시장에서도 설탕이 적게 들어가거나, 대체 감미료를 사용한 음료를 찾는 소비자가 늘면서 시장 지형도가 바뀌고 있다. 탄산음료에서 시작된 ‘제로 슈거’ 열풍은 단백질 음료와 이온 음료, 소주와 맥주 등 주류로까지 확산됐다. 커피도 예외는 아니었다. 동서식품도 제로 슈거로 믹스 커피 제품을 선보였고, 매일유업도 제로 슈거 RTD 컵커피를 내놨다.
이제 소비자 관심은 설탕에서 카페인으로 옮겨가는 모양새다. 두통이나 불안감, 수면장애 및 위장장애 등 카페인 과다 섭취 부작용에 대한 관심이 늘고 있다. 소비자가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카페인 양을 따져보기 시작하자, 탄산음료조차 카페인을 뺀 ‘제로 카페인’ 제품을 선보였다. 커피 프랜차이즈도 이에 발맞춰 ‘디카페인 커피’ 메뉴 구색 갖추기에 나섰다. 이제는 저가 커피 브랜드는 물론 편의점에서도 디카페인 커피를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특히 국내 커피 시장이 성숙되면서 양적인 성장이 정체기에 접어들자, 관련 업체들은 디카페인 커피 확대에서 새 성장 동력을 찾고 있다. 지난해 전체 커피 수입량은 약 19만3000톤으로, 이 중 디카페인 생두·원두 수입량은 약 6500톤이었다. 5년 전과 비교하면 약 280% 증가했지만, 전체 커피 수입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3% 수준에 불과하다.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충분히 남아있는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커피를 단순히 ‘잠을 쫓기 위한 음료’로 소비하던 문화에서 커피 자체를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다”면서 “커피 본연의 맛과 향을 즐기면서도 카페인 부담을 덜고자 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어 디카페인 커피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