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삼다코지 '돌고돌아 제주삼다수 전'에 전시된 새활용 제품들. (사진=김성준 기자)
#. 서울 마포구 카페 삼다코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한껏 낸 매장을 지나 2층으로 올라서면 푸른색 정사각형 테이블 위에 놓인 아기자기한 전시물들이 눈에 띈다. 고래와 말 모양 키링과 제주도 풍경을 담은 장식물에서부터 모자와 세탁볼, 수첩 등 생활용품까지 다양하다. 소소하면서도 어딘가 투박해 보이는 전시물들은 모두 폐기되는 자원을 ‘새활용’해 만든 제품들이다.
26일 오전 ‘돌고 돌아 제주삼다수(이하 돌돌삼)’ 전시가 열리는 카페 삼다코지 2층 공간은 궂은 날씨에도 방문객들 발길이 가득했다. 협소한 공간 탓에 예약을 통해서만 참가할 수 있었지만, 전시회 첫 시간대부터 꾸준히 방문객들이 밀려들었다. 스탬프 투어 형식으로 운영되는 이번 전시는 카페 삼다코지 메뉴를 맛보는 제주 음료 체험, 자원순환 전시 및 제주 미디어 아트 감상, 키링 DIY 체험 등으로 진행된다. 모든 체험을 마치면 제주삼다수 새활용 굿즈 3종을 경품으로 받을 수 있다.
전시물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커다란 고래 모양 키링이었다. 버려지는 해녀복을 새활용해 만든 제품으로 고무 특유의 질감과 푹신한 느낌이 소장 욕구를 자극했다. 지느러미와 조랑말 등 독특한 모양을 한 키링 등도 함께 전시돼 있었다. 제주 해변 풍경과 파도소리를 담은 미디어아트에는 폐플라스틱을 새활용해 만든 벤치가 새로 추가됐다. 제주도에서 대문 역할을 하는 ‘정낭’을 형상화한 모습을 통해 현지 분위기를 한껏 살린 사진을 남길 수 있다. 가벼운 체험들 중 가장 난이도가 높았던 것은 키링 만들기였다. 두 갈래 실에 제주도 부표를 형상화한 형형색색 비즈들을 끼우는 것이 생각보다 어려웠다.
■일상서 접하는 자원순환, 브랜드 청정 이미지 적극 활용
미디어존에 설치된 '정낭' 모양 새활용 벤치. (사진=김성준 기자)
이번 전시는 지난 8월 제주삼다수 인스타그램에서 진행된 ‘돌돌삼 챌린지’를 오프라인으로 확장한 것이다. 돌돌삼 챌린지는 자원순환 실천을 위한 프로젝트로 700여명이 참여해 약 3만3000개에 달하는 제주삼다수 플라스틱 뚜껑과 라벨을 수거한 바 있다. 당시 회수된 폐플라스틱은 새활용을 거쳐 키링과 자석 세트 등 일상 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물건들로 탈바꿈했다.
전시 작품을 제작한 윤태환 리어플라스틱 대표는 “폐플라스틱을 새활용해서 제품을 만들었다는 것 자체에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제품에 특별한 메시지를 담지는 않았다”면서 “버려지는 플라스틱으로 실생활에 필요한 제품은 물론 예쁜 장식물까지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제주삼다수는 플라스틱 사용량 저감을 위한 무라벨 제품과 용기 경량화, 재활용 페트 적용 용기 개발 등 친환경 행보를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특히 다양한 팝업과 전시회 등을 마련해 소비자들이 순환 경제를 직접 체험하는 기회를 제공해 왔다. 제주삼다수 브랜드에 청정한 이미지를 지속적으로 입히고 이를 제품이 가진 강점과 연결한다는 전략이다. 제주 화산 암반수를 단일 취수원으로 삼고 있는 만큼, 제주 자연 환경을 위한 다양한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이 같은 마케팅 전략은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는 젊은 소비자도 겨냥하고 있다. 제주삼다수는 국내 생수 시장에서 압도적인 점유율로 1위를 지키고 있지만, 다양한 생수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하고 저가 PB 생수 제품까지 가세하면서 시장 경쟁은 점차 치열해지고 있다. 특히 주요 소비층이 중장년층에 분포해 있어 지속 성장을 위해선 젊은 소비자를 신규 소비층으로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았다. 제주삼다수는 젊은층 관심을 끌 수 있는 팝업스토어 등을 꾸준히 운영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간다는 계획이다. 실제로 이날 점심시간까지 팝업스토어 방문객은 대부분 20~30대였다.
이날 팝업스토어를 방문한 30대 여성 A씨는 “인스타그램을 살펴보다가 이번 전시회를 발견하고 키링 만들기 체험에 흥미가 생겨 찾아오게 됐다”면서 “지난번 종로에서 열렸던 삼다수 팝업스토어도 재밌게 즐겨서 이번 팝업스토어도 기대하고 방문했다”고 말했다.
제주개발공사 관계자는 “제주삼다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기보단 친환경 행보를 통해 환경 영향을 최소화하고 제주 지역사회와도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면서 “다만 현재 건설 중인 L6 신규 생산라인이 완공되면 취수량을 보다 늘려 제품을 더 많이 생산하고, 수출 비중도 10%까지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