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휴대폰 성지의 모습. (사진=김태현 기자)

지난 22일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이 폐지되면서 각 통신사의 지원금 상한이 사라졌다. 다만 휴대폰 성지 등 주요 대리점의 반응은 시큰둥하다. 각 통신사들이 구매 보조금을 무기로 경쟁에 나설 발판은 마련됐지만, 정작 불이 붙을 장작은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30일 오후 방문한 서울 강변테크노마트 6층은 다소 한산했다. 강변 테크노마트는 신도림 지점과 함께 대표적인 오프라인 성지(휴대폰을 싸게 구매할 수 있는 매장을 뜻하는 은어)로 꼽힌다.

평일임을 감안해도 매장은 전체적으로 조용했다. 지난 14일 SK텔레콤의 해지 위약금 면제 정책 마지막날 사람들로 북적였던 것과는 대조적인 분위기였다.

현장 판매업자들은 각 통신사의 지원금 규모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판매점 직원은 "SK텔레콤 위약금 면제 시기와 비교했을 때 보조금은 거의 그대로"라며 "오히려 일부 기종은 혜택이 축소돼 현재로서는 구매할 메리트가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들이 제시한 실구매가도 이전과 크게 다를 건 없었다.

가장 인기 있는 기종은 갤럭시S25 울트라와 최근 출시된 갤럭시Z플립7으로, SK텔레콤 번호이동 기준 갤럭시S25 울트라는 약 130만원(공통지원금 50만+추가지원금 80만), Z플립7은 약 120만원(공통지원금 60만+추가지원금60만) 수준의 지원금이 제공됐다. 실구매가로는 갤럭시 S25 울트라는 40만원 후반대, Z플립7은 20만원 후반대였다.

다만 이 경우 11만원대의 고가 요금제를 6개월 간 유지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발품을 팔아본 결과 8만9000원대의 요금제를 사용하면서도 비슷한 보조금을 제공하는 곳을 찾을 수 있었지만, 이 또한 부가서비스를 가입하는 등 추가 조건을 요구했다. 결국 단통법 폐지 이후에도 이전과 거의 비슷한 금액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물론 제휴카드 등을 개설하면 소위 '차비(페이백)'을 돌려준다고 홍보하는 곳도 있었다. 다만 이는 판매점이 제공하는 보조금 마진을 늘리기 위한 수법으로, 부담을 카드사 및 소비자에게 전가시키는 방식이다.

한 직원은 "제휴카드를 만들면 통신요금이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80만원대의 지원금을 50만원대로 낮춰 자신들의 마진을 높이려는 것"이라며 "이곳(성지)에서는 제휴카드보다는 최대한 기기값을 낮추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카드 실적을 채우지 못하면 할인 혜택을 받을 수 없을뿐더러, 대개 24개월 약정과 결합되는 형태로 나오는 만큼 약정이 끝나면 애물단지가 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현재까지 단통법 폐지로 인한 영향은 사실상 없다는 게 업자들의 중론이다. 이들은 "하반기 아이폰17이 출시되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될 것으로 예상한다"며 "방문객들도 이달 초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다들 아직 관망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에 따르면 단통법이 폐지된 지난 22일부터 28일까지 이통 3사를 옮긴 누적 고객(알뜰폰 제외)은 11만3629건에 그쳤다. 폐지 당일인 22일에는 약 3만5000여건을 넘기며 출혈 경쟁이 시작된다는 예측도 나왔지만, 이후 1만건대로 감소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 22일 전국 유통점을 대상으로 시장 혼란과 불법·편법 영업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정당한 판매 자격인 사전승낙서 게시 여부와 계약서상 이용자 안내 및 명시 의무 이행 여부 등을 점검했다. 오늘 8월까지 집중 모니터링을 진행한 뒤 가이드라인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