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12년부터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창의적 역량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선정하고 이들을 후원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술시상 제도이자 전시다. 올해의 전시 작가는 김아영, 박혜수, 이주요, 홍영인이다.  다양한 매체와 폭 넓은 주제의 작품들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작가들은 모두 각기 다른 주제와 관점을 통해 사회적, 미학적 문제들에 접근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유동적이고 다변화되는 현대미술의 지향점을 들여다보게 하고, 미술의 언어로 그려지는 동시대의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홍영인: 동등성을 위하여, 소통의 다른 방식 B  전시장 입구에는 홍영인 작가의 ‘사당 B’가 설치되어 있다. 인간과 동물의 위계에 대해 질문하는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과 클럽 이네갈과 협업하여 즉흥연주를 통해 ‘동물되기’를 모색하는 ‘하얀 가면’, 그리고 전시장 외부 공용 공간에서 진행되는 여성의 저임금 노동을 표현하는 그룹 퍼포먼스 ‘비-분열증’을 포함한 세 개의 신작을 선보였다.  홍영인 작가의 각 작품은 동물과 인간, 이성과 본능 같은 이분법적 대립과 모순을 넘어서는 각기 다른 의식으로서 표현된다. 이 세 작품들은 비주류 역사의 잊혀진 시공간을 재방문하고자 하는 시도로 표현되었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혜수: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당신은 누구인가  박혜수 작가의 신작은 ‘당신은 우리의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이 질문은 개인들이 생각하는 ‘우리’에 대한 정의와 범주 즉 이들이 갖는 집단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게 한다.  전시장의 중심에 구현된 설치작품이자 가변적 토론공간에서는 작가와 다양한 협업자들에 의해 ‘토론 극장: 우리_들’이 진행된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작품의 참여자이자 퍼포머로서 역할이 확장되고 변이되면서 보다 능동적으로 전시와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작가는 가상으로 설립한 휴먼 렌탈 주식회사인 ‘퍼팩트 패밀리’를 통해 현대 사회 속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족의 해체 문제를 다룬다. ‘노 미들 그라운드’(No Middle Ground)에서는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짚어내며, ‘후손들에게’는 고독사와 가족 관계의 붕괴를 영상으로 담아낸다. 이런 그의 작업들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회적 현상과 부조리를 직시하게 한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주요: 유예와 지속, 그리고 창작을 위한 어떤 곳  이주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향후 작가가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창고 시스템에 대한 제안이자, 하나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이 되는 신작 ‘러브 유어 디포’(Love Your Depot)를 선보였다.  전시장은 크게 작품창고, 랩(Lab), 그리고 팀 디포(Team depot)로 불리는 콘텐츠 연구소로 구성된다. 이곳에는 이주요 작가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보관되는데 이것은 전시시간 동안 전시장에 상주하는 참여자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고 기록된다.  동시에 현장에서 생성된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운영되면서 살아있는 커뮤니케이션 허브가 구축된다. 이로써 전시장은 작품보관 창고이자 다양한 창작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된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아영: 종적이며 횡적인 이주, 경계에서 존재하기  김아영 작가의 이번 신작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영상작업은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2017)의 후속작인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이다. 이는 전작에서 보여준 ‘페트라 제네트릭스’라는 광물이자 데이터 클러스터가 이주하는 여정의 연장선상에서, 난민과 데이터의 이주를 다양한 층위로 중첩시켜 픽션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평소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이주, 이송, 도항에 대한 관심을 보였던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아시아 지역 특히, 몽골로 확장시켜 바위와 대지신앙으로 대표되는 몽골의 유사 설화와 접목시켰다. 여기에 제주 예멘 난민의 이주와 이들의 존재 방식도 함께 다루면서 역사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차원의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전시를 읽다] 미술의 언어로 그려지는 동시대의 모습…‘올해의 작가상 2019’

홍영인·박혜수·이주요·김아영 작가 참여

박정선 기자 승인 2019.12.09 14:56 | 최종 수정 2019.12.10 14:32 의견 0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2012년부터 ‘올해의 작가상’은 한국 현대미술의 가능성과 창의적 역량을 보여주는 작가들을 선정하고 이들을 후원하기 위해 국립현대미술관과 SBS문화재단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미술시상 제도이자 전시다. 올해의 전시 작가는 김아영, 박혜수, 이주요, 홍영인이다. 

다양한 매체와 폭 넓은 주제의 작품들로 활발한 활동을 해온 작가들은 모두 각기 다른 주제와 관점을 통해 사회적, 미학적 문제들에 접근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한국 미술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작가들의 작품들을 통해 유동적이고 다변화되는 현대미술의 지향점을 들여다보게 하고, 미술의 언어로 그려지는 동시대의 모습을 마주하게 한다. 

◆홍영인: 동등성을 위하여, 소통의 다른 방식 B 

전시장 입구에는 홍영인 작가의 ‘사당 B’가 설치되어 있다. 인간과 동물의 위계에 대해 질문하는 ‘새의 초상을 그리려면’과 클럽 이네갈과 협업하여 즉흥연주를 통해 ‘동물되기’를 모색하는 ‘하얀 가면’, 그리고 전시장 외부 공용 공간에서 진행되는 여성의 저임금 노동을 표현하는 그룹 퍼포먼스 ‘비-분열증’을 포함한 세 개의 신작을 선보였다. 

홍영인 작가의 각 작품은 동물과 인간, 이성과 본능 같은 이분법적 대립과 모순을 넘어서는 각기 다른 의식으로서 표현된다. 이 세 작품들은 비주류 역사의 잊혀진 시공간을 재방문하고자 하는 시도로 표현되었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박혜수: 당신의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의 당신은 누구인가 

박혜수 작가의 신작은 ‘당신은 우리의 누구인가’라는 물음에서 출발한다. 이 질문은 개인들이 생각하는 ‘우리’에 대한 정의와 범주 즉 이들이 갖는 집단에 대한 인식을 살펴보게 한다. 

전시장의 중심에 구현된 설치작품이자 가변적 토론공간에서는 작가와 다양한 협업자들에 의해 ‘토론 극장: 우리_들’이 진행된다. 이곳에서 관람객들은 작품의 참여자이자 퍼포머로서 역할이 확장되고 변이되면서 보다 능동적으로 전시와 작품에 참여할 수 있게 한다. 

이외에도 작가는 가상으로 설립한 휴먼 렌탈 주식회사인 ‘퍼팩트 패밀리’를 통해 현대 사회 속에서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가족의 해체 문제를 다룬다. ‘노 미들 그라운드’(No Middle Ground)에서는 사회의 양극화 현상을 짚어내며, ‘후손들에게’는 고독사와 가족 관계의 붕괴를 영상으로 담아낸다. 이런 그의 작업들은 한국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는 여러 사회적 현상과 부조리를 직시하게 한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이주요: 유예와 지속, 그리고 창작을 위한 어떤 곳 

이주요 작가는 이번 전시에서 향후 작가가 실제로 구현하고자 하는 창고 시스템에 대한 제안이자, 하나의 프로토타입(prototype)이 되는 신작 ‘러브 유어 디포’(Love Your Depot)를 선보였다. 

전시장은 크게 작품창고, 랩(Lab), 그리고 팀 디포(Team depot)로 불리는 콘텐츠 연구소로 구성된다. 이곳에는 이주요 작가의 작품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작가들의 작품이 보관되는데 이것은 전시시간 동안 전시장에 상주하는 참여자들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연구되고 기록된다. 

동시에 현장에서 생성된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송출할 수 있는 플랫폼이 운영되면서 살아있는 커뮤니케이션 허브가 구축된다. 이로써 전시장은 작품보관 창고이자 다양한 창작이 가능한 새로운 형태의 공간이 된다. 

사진=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아영: 종적이며 횡적인 이주, 경계에서 존재하기 

김아영 작가의 이번 신작 중 가장 중심이 되는 영상작업은 ‘다공성 계곡: 이동식 구멍들’(2017)의 후속작인 ‘다공성 계곡 2: 트릭스터 플롯’이다. 이는 전작에서 보여준 ‘페트라 제네트릭스’라는 광물이자 데이터 클러스터가 이주하는 여정의 연장선상에서, 난민과 데이터의 이주를 다양한 층위로 중첩시켜 픽션으로 풀어낸 작업이다. 

평소 전 지구적 차원에서 벌어지는 이주, 이송, 도항에 대한 관심을 보였던 작가는 이번 신작을 통해 아시아 지역 특히, 몽골로 확장시켜 바위와 대지신앙으로 대표되는 몽골의 유사 설화와 접목시켰다. 여기에 제주 예멘 난민의 이주와 이들의 존재 방식도 함께 다루면서 역사와 현재를 가로지르는 새로운 차원의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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