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경기도 용인시 소재 블루캠퍼스에서 정상혁 신한은행장을 포함한 임·본부장 약 100명이 참석한 가운데, ‘2025년 상반기 경영전략회의’를 개최했다. 이날 회의에서 정상혁 은행장이 ‘New Route for Value-up’을 주제로 이야기하고 있다.(자료=신한은행)
신한은행이 올해 질적 성장에 초점을 맞춘 가운데 상반기 두 개의 큰 프로젝트를 성공시킬 수 있을 지 관심이다.
7일 금융감독원 금융통계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지난해 3분기 500조8591억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으로 500조원을 돌파했다. 국민은행(534조원)에는 못 미치지만 하나은행(498조원)과 우리은행(477조원)에는 앞서 있다.
신한은행의 총자산은 10년 전인 2014년 237조원으로 현재의 절반에도 못 미쳤다. 하지만 양적 성장을 거듭해 2018년 300조원, 2021년 400조원을 돌파하며 3년마다 100조원씩 증가하는 고속 성장세를 이어왔다.
하지만 정상혁 행장은 이런 상황에서 양보다는 질적 성장을 강조하고 나섰다. 하나은행의 맹추격으로 2위 자리가 안정적이지 않음에도 내린 과감한 결단이다.
지난해 말 정기 인사에서 이례적으로 2년 연임 임기를 보장받은 정 행장은 최근 경영전략회의에서 “기업가치 밸류업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지금까지 잘해왔던 자산성장 중심의 영업에 더해 자원의 효율적 활용을 통한 질적 성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박리다매로 덩치를 키우는 데 집중해 왔다면 금리 하락 추세가 본격화되는 올해부터는 자본비용을 고려한 효율적 성장에 집중하자는 주문이다.
올해 신한은행의 양적·질적 성장의 주요 관전 포인트 중 하나로 국방부의 ‘3기 나라사랑카드’ 사업자 선정이 꼽히고 있다.
나라사랑카드는 병역 판정 대상자에게 발급되는 국내용 체크카드다. 전자통장, 현금·교통카드, 전자병역증 기능을 가진 사실상 자동 의무 발급 카드여서 군 복무기간뿐만 아니라 예비군 기간까지 약 10년 동안 사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사업자로 선정된 은행은 8년 간 약 160만 명의 미래 청년 고객을 확보할 수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카드와 함께 2005년 처음 이 사업에 단독 선정돼 2006~2015년까지 운영했다. 하지만 이후 2개 은행을 뽑는 2기 사업에서는 국민은행과 기업은행에 밀렸다. 국방부는 오는 3월까지 3기 사업자 은행 3곳을 선정해 8년간 업무를 맡길 예정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매년 수십만 명의 고객을 신규로 확보할 수 있고, 국방 관련 주거래 은행 선정에도 유리한 측면이 있어 올해 은행들의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며 “무엇보다 군인들의 급여가 많이 올라 수익성, 확장성 측면에서도 탐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일단 분위기는 나쁘지 않다. 지난 연말 사업 운영대행사인 군인공제회의 주거래은행에 선정됐다. 신한은행은 2010년 처음 주거래은행에 선정된 이후 4회 연속 선정으로 2030년까지 군인공제회의 금고지기를 맡게 됐다. 자산 17조원을 굴리는 군인공제회는 나라사랑카드 1~2기 사업에 이어 3기 사업도 총괄할 예정이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나라사랑카드 1기 사업자로서 사업의 구축과 정착에 일조한 바 있다”며 “직업군인 전용 금리우대 입출금통장 등 군 관련 다양한 지원을 진행하면서 그룹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나라사랑카드에 이어 ‘제4인터넷전문은행’ 선정 여부에도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연말 인터넷전문은행 예비인가 신청서를 오는 3월 25~26일 접수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에 이어 이르면 올해 상반기 중 4번째 인터넷전문은행이 나온다.
국내 4대 은행 가운데 국민·하나·우리은행은 이미 카카오·케이·토스뱅크에 지분 투자를 하고 있고, 신한은행만 소외된 상태다. 신한은행은 더존ICT그룹과 제휴해 제4인뱅 사업 선정을 노리고 있는데, 출사표를 던진 곳이 총 6개 컨소시엄에 달해 경쟁이 치열한 상황. 6곳 모두 중소기업·소상공인 특화은행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신한은행은 고객 채널 다변화 차원에서 이번에 반드시 인가를 받아낸다는 각오다. 정 행장은 “앞으로 금융 플랫폼의 확장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며 내·외부 디지털 플랫폼 확장을 통한 경쟁 우위를 위해 임직원들이 온 힘을 다해 달라고 독려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