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조지아 메타플랜트 신공장. (사진=현대차그룹)

트럼프 발 관세 리스크에 현대차그룹이 미국 제네럴모터스(GM)와 추진 중인 자동차 공동 생산 전략이 '묘수'가 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현지 생산으로 관세를 줄이는 것뿐 아니라. 양사가 가진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새 시장 개척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과 GM은 올해 1분기 중 양사 간 구체적 협력 방안을 마련하고, 미국 내 현지화 전략을 고도화한다.

앞서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메리 바라 GM 회장은 지난해 9월 포괄적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협약 내용은 ▲승용·상용 차량 ▲내연 기관 ▲친환경 에너지 ▲전기 및 수소 기술의 공동 개발 및 생산 등이다.

그러나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보호무역 기조 아래 자동차 관세 리스크가 현실화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양 사는 단순 기술 협력을 넘어 보다 광범위한 분야에서의 협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업계는 현대차그룹이 GM의 현지 자동차 공장을 활용한 공동 생산을 추진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GM은 미국 내 11개 공장을 운영 중으로, 연간 약 22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다. 관세 부과로 인한 제조비용 상승을 생산설비 확대로 대응한다는 구상이다.

실제로 현대차그룹은 지난해 미국 시장에서 약 170만대를 판매했는데, 이 중 111만 대는 한국과 멕시코에서 수출된 물량이다. 현대차 앨라배마공장(연 36만대), 기아 조지아(연 34만대)와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 공장의 생산능력을 최대 50만대까지 끌어올려도 자체 생산량은 120만대 수준으로, 결국 50만대는 관세 부과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다.

강성진 KB증권 연구원은 "GM과의 생산 협력이 가능하다면 현대차는 GM에 일부 마진을 제공해야 할 것으로 보이나 차량 가격의 10%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이는 관세를 부담하는 것보다는 나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양사는 우선 공동 구매 전략을 추진할 계획이다. 앞서 현대차그룹은 지난 1월 컨콜에서 "현재 북미와 중남미 지역에서 공동 구매를 진행 중이며, 1분기 내 주요 바인딩 계약(공동 구매·상용차 계약 등)을 발표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리배징 전략을 활용하는 방안도 모색 중이다. 리배징은 같은 차량에 다른 회사의 로고를 달아 판매하는 방식으로, 한국GM의 미국 수출량 일부에 현대차그룹의 로고를 달아 출시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GM 미국 공장에서 반조립제품(CKD) 형태로 현대차·기아 차량을 생산하거나, 개발 중인 전기 상용차를 미국에서 GM 브랜드로 출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GM과의 협업은 글로벌 공급망 확보라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CKD 방식을 활용한다면 GM은 철수를 결정한 유럽과 인도 시장에서도 현대차그룹의 공장을 통해 재진출을 노릴 수 있고, 현대차그룹 역시 공장이 없는 캐나다, 이집트 등에서 차량을 생산해 새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

김귀연 대신증권 연구원은 "현대차와 GM의 미국 내 생산 능력과 수입 비중을 감안할 때 공급망을 활용한 규모의 경제 실현과 현지 생산 비중 확대가 용이할 것"이라며 "이에 따른 비용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