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 GM 미국 테네시주 배터리 공장 (사진=LG에너지솔루션)

정부가 오는 2035년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를 상향하면서, 배터리업계와 완성차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무공해차 보급률이 늘어나는 만큼 배터리 수요가 대폭 늘어나지만, 동시에 내연기관차의 몰락을 부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는 최근 오는 2035년까지 2018년 대비 53~61%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 상향조정안을 확정했다.

■ 급격한 무공해차 전환에 완성차업계 '우려'

이번 NDC의 핵심 목표 중 하나는 무공해차(전기·수소차)의 보급률 확대다.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해 오는 2030년까지 신차의 40%, 2035년까지 신차 70%를 무공해차로 보급한다는 것.

지난해 기준 국내에 등록된 무공해차는 약 72만여대다. 자동차모빌리티산업연합회(KAIA)는 정부 안에 따라 2035년 차량 등록 대수를 2800만대로 가정했을 때, 약 34%(952만대)~39.3%(1100만대)가 무공해차가 돼야 한다고 내다봤다.

따라서 목표 보급률을 달성하려면 2035년까지 연간 80만대 이상의 무공해차 판매가 필요하다는 계산이 나온다. NDC는 2035년까지의 누적 목표인 만큼, 초반에 무공해차를 충분히 팔지 못하면 갈수록 판매 부담이 쌓이는 구조다.

이에 완성차업계는 급격한 산업 전환에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공해차로의 급격한 전환이 산업 전반에 큰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은 만큼, 규제보다 시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수요 창출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의 국내 시장 잠식 가능성도 제기된다. 현재 중국 전기차 업체들은 내수 시장의 과잉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지만, 이들이 NDC로 촉발될 산업 전환 공백기를 비집고 들어오면서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을 저해할 것이란 우려다.

■ 배터리업계 "성장 모멘텀 기대, 추가 지원 필요"

반면 배터리업계는 이번 조정에 화색을 띄는 모양새다. 무공해차 전환 목표를 달성하려면 전기차의 핵심 부품인 배터리 수요가 크게 증가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올해 3분기 기준 배터리 업체 중 SK온의 평균 가동률은 52.3%, LG에너지솔루션의 평균 가동률은 50.7%로 집계됐다. 이는 2023년 평균 가동률(SK온 87.7%, LG에너지솔루션 69.3%) 대비 35.4%p, 18.6%p 떨어진 수치다. 이처럼 하락한 가동률을 정부 주도의 전환에 맞춰 대폭 끌어올린다는 구상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이 미래 먹거리로 삼은 ESS(에너지저장장치) 시장도 한층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 발전을 늘려야 하는데, 태양광·풍력 등 에너지 분야에서는 ESS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ESS는 재생에너지에서 생산된 전력을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공급해 전력망 안정성을 높이는 데 활용된다.

여기에 정부가 약속한 ▲차세대 배터리 원천기술 확보 ▲소재·부품·장비 기업 성장을 위한 연구개발(R&D) 및 금융 지원 등도 호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관련 수요를 늘리기 위해 내년부터 승용 전기차 보조금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올해까지는 대당 최대 580만원까지만 지원됐다면, 내년부터는 여기에 100만원이 추가된다. 지원금을 위한 예산도 올해 7800억원 수준에서 내년 9360억원으로 늘어나다.

배터리업계 관계자는 "전력망 확충, 재생에너지 확대, ESS 연계가 추진되면 국내 배터리 산업 전반에 새로운 성장 모멘텀이 될 것"이라며 "다만 국내 배터리 생산을 늘리려면 세액 공제 제도 개편 등 추가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