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2터미널점 향수/화장품 매장. (사진=김성준 기자)
“토코보 브랜드 화장품은 주로 외국분들이 많이 사가시는데요. 특히 멕시코에서 인기가 많은데, 멕시코 관광객이 안 오는 날이 없을 정도에요. SNS에서 제품을 미리 알고 찾아왔다고 하는데, 실제로 긍정적인 후기를 담은 영상이 많았습니다. 다른 외국인 고객에게 제품을 소개할 때도 이런 영상들이 도움이 되고 있어요.”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2터미널점 내 토코보(TOCOBO) 매장 점원은 주요 고객층에 대해 이같이 답했다. 토코보는 신세계면세점이 면세업계 단독으로 유치한 코스메틱 브랜드다. 국내에서는 인지도가 다소 낮지만, 해외 여행객에게 선크림 품질이 입소문을 타며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멕시코 여행객에게는 대표적인 ‘한국 방문 기념품’으로 자리 잡았다. 신세계면세점은 토코보와 같은 단독 브랜드를 유치해 다른 면세점과의 차별성을 강조하는 데 힘을 쏟고 있다. 고객이 단순히 공항 면세점이 아니라 ‘신세계면세점’을 콕 집어서 찾아올 수 있도록 한다는 전략이다.
신세계면세점은 오는 5월께 인천공항 2터미널점 모든 매장이 본매장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면세점과 차별화된 매장을 선보이며 고객 경험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한층 높인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말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 4단계 확장 공사가 마무리되며 해당 구역에 입점한 신세계면세점도 영업을 시작했지만, 아직까지는 일부 매장이 임시 매장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부티크 구역 내 루이비통 매장이 대표적이다. 커다란 가방 모양 외벽으로 복도 한쪽 벽면을 꽉 채운 루이비통 매장은 현재 막바지 공사가 진행 중이다. 두개 층이 하나로 이어진 ‘듀플렉스 매장’으로 국내 공항 면세점에서는 처음으로 선보이는 형태다.
신세계면세점은 이색적인 루이비통 매장이 개별관광객 유치 확대에서 큰 역할을 맡아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에르메스, 샤넬과 함께 3대 명품 브랜드로 꼽히지만, 그동안 면세점 입점을 제한하는 유통 전략을 펼쳐왔다. 그만큼 면세업계에서는 브랜드 유치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앞서 신세계면세점은 지난 1월 에르메스 매장도 2터미널에 정식 운영에 들어갔다. 해당 매장도 전 세계 최초로 '더블 파사드' 디자인 적용하며 차별화 요소를 강조했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인천공항 2터미널점은 기존 매장과 달리 처음부터 동선을 고려한 곡선 형태 설계를 적용해 고객이 매장을 편안하게 둘러볼 수 있도록 했다”면서 “공항 면세구역은 주어진 공간이 제한돼 있어 매장 디자인에도 제약이 있는 만큼, 방문객 눈길을 끌 수 있는 다양한 차별화 요소를 마련하는 데 더욱 집중했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면세점 인천공항 2터미널점에 마련된 곤돌라 형태 와인전문 매대. (사진=김성준 기자)
신세계면세점은 인천공항 2터미널점에 ‘원스톱 쇼핑 공간’을 목표로 조성한 ‘신세계존’을 조성했다. 매장들이 통로를 둘러싼 구조로 왼쪽, 오른쪽, 가운데, 정면 어느 곳을 봐도 한곳 이상 매장이 눈에 들어온다. 3층 대한항공 카운터로 향하는 길목 한가운데에는 신세계면세점 팝업 공간이, 왼쪽과 오른쪽에는 향수와 화장품 매장, 정면에는 패션과 액세서리 매장이 자리 잡았다. 통로를 지나다 보면 자연스럽게 여러 매장을 눈에 담게 되는 형태다. 실제로 매장 앞에서 잠시 걸음을 멈춰 상품을 구경하다가 이내 매장 안으로 들어서는 이용객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매장 내부는 방문객이 자연스럽게 매장 전체를 돌아볼 수 있는 구조로 꾸며졌다. 다른 면세점과 달리 직선 대신 곡선 형태로 동선을 설계해 방문객이 한 매대에서 다음 매대로 자연스럽게 옮겨가게끔 했다. 매장 한 바퀴를 돌아도 매장 전체를 다 구경했다는 느낌보다는 다른 매장에 다시 눈길이 갔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이 공들인 ‘차별화 요소’는 동선 곳곳에서 방문객들을 붙잡았다. 부티크 구역에서는 명품 매장들이 독특한 외관으로 눈길을 끌었다면, 신세계존에서는 신세계면세점이 유치한 단독 브랜드들이 같은 역할을 맡았다.
인천공항 2터미널점 곳곳에서는 이 같은 차별화 요소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 주류·담배 매장에서는 ‘곤돌라’ 형태 와인전문 코너를 배치했다. 와인잔 모양에 와인빛을 띈 조명 아래 원형 매대 안팎으로 각양각색 와인이 진열됐다. 특히 신세계면세점에서만 구매할 수 있는 자체 라벨 와인을 마련해 와인 애호가들의 수집 욕구를 저격했다. 다양한 시가(Cigar)가 장식된 진열장도 눈길을 끄는 요소다. 기념품으로 선물하기 좋은 ‘한라산 소주 미니어처 세트’도 단독 상품으로 마련했다.
신세계면세점이 ‘차별화 전략’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해외여행 무게추가 단체관광객에서 개별관광객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기 때문이다. 여행 트렌드 변화에 따라 관광객들의 쇼핑 장소도 면세점 대신 다이소·올리브영 등으로 이동하는 추세다. 신세계면세점은 관광객 발길을 되돌리기 위해 일찌감치 ‘개별 관광객 선점’을 주요 경영 전략 중 하나로 선정하고 ‘신세계’를 면세 브랜드로 알리는 데 집중해왔다.
특히 인천공항 2터미널 면세구역은 처음부터 새롭게 조성되는 만큼 ‘방문객 기억에 남을 수 있는 매장’을 목표로 다른 곳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요소를 마련하는 데 한층 공을 들였다. 방문객이 “한국에 가면 신세계면세점이 있었지”라고 떠올릴 수 있을 정도로 깊은 인상을 남기겠다는 포부다.
신세계면세점 관계자는 “기존에도 차별화 전략을 펼쳐왔지만, 업황이 어려워지면서 신세계면세점만이 내세울 수 있는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훨씬 중요해졌다”면서 “개별 관광객으로 여행 트렌드가 변화하면서 고객에게 소구해야 할 요소가 훨씬 많아진 만큼, 바이어들과 협업해 희소가치를 지닌 상품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