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들이 장을 보고 있는 모습. (사진=김성준 기자)

좀처럼 풀리지 않고 있는 ‘내수 부진’ 한파가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을 기점으로 누그러질지 관심이 모인다. 내수 경기 발목을 잡던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일부 회복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유통업체들은 이번 탄핵 판결을 통해 위축됐던 국내 소비 심리가 회복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계엄 여파에 이은 탄핵정국이 마무리되면서 소비자 불안감도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란 기대다. 불확실성이 커지며 투자를 주저하던 기업들도 다시 시기를 가늠하고 있다.

내수 시장 의존도가 큰 유통업체들은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이어진 소비심리 위축으로 큰 타격을 입어 왔다. 고환율과 수입 원재료 가격 상승 등 경영 환경이 악화된 가운데, 정치적 불확실성까지 더해져 불안 심리가 커졌기 때문이다. 한계에 몰린 일부 기업들은 구조조정 카드까지 꺼내 들며 비용 절감에 나선 상황이다.

실제로 현대면세점은 경영 효율화를 위해 오는 7월 서울 동대문점을 폐점하고 사상 첫 희망퇴직을 실시한다. 롯데면세점도 지난해 6월부터 비상경영체제를 선언하고 희망퇴직을 받은 바 있다. 식품·외식업계에서도 원가 부담 심화에 따른 수익성 악화로 전방위적인 가격 인상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에는 티메프, 올해는 홈플러스에 이어 발란까지 기업회생을 신청하며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는 내수 소비 부진 장기화로 안 그래도 어려운 상황을 버티고 있었는데, 계엄 여파에 소비자가 지갑을 닫으면서 곡소리가 나고 있다”면서 “환율까지 치솟으면서 수입 원자재 의존도가 큰 식품업계나 환율에 민감한 면세업계 등도 타격을 입었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탄핵 판결로 얼어붙은 소비 심리에 온기를 불어넣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93.4로 지난 2월 대비 1.8포인트 내렸다. 소비자심리지수는 현재생활형편, 가계수입전망, 소비지출전망 등 6개 주요 개별지수를 표준화해 합성한 지수로, 100을 밑돌면 장기 평균보다 소비심리가 더 나쁘다는 의미다. 지난해 12월 계엄여파로 12.3포인트 급락하며 88.4로 주저 앉은 뒤 좀처럼 100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특히 미국발 상호관세로 글로벌 통상 전쟁 격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내수 시장 중요성은 한층 강화될 전망이다. 식품 및 화장품 업계에서는 그간 내수 부진을 미국 등 해외 수출 실적으로 만회했던 만큼 관세 충격을 피하기 어려운 처지다. 국내 경기마저 반등하지 못하면 실적 악화가 불가피하다.

다만 국내 정치 불안이 아직 완전히 해소된 것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탄핵 이후 조기대선이 치러질 때까지는 진영간 대립으로 불안정한 정국이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기업들은 새 정부가 들어서면 다시 ‘물가 옥죄기’가 심화될 것이란 우려에 가격 인상을 서두르는 분위기다. 내수 소비가 회복되더라도 원자재가 수준이 여전히 높아 수익성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외적 악재가 겹겹이 쌓여 있어서 국내 정치 불확실성 해소만으로 당장 경영환경이 좋아질 것이라 보긴 어렵다”면서 “그럼에도 내수 소비심리 회복을 통해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길 기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