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CJ ENM 제공
“네가 믿으면 그의 상상이 현실이 돼”
삶은 실제로 일어난 일들만으로 채워져 있진 않다. 과거에 가지 못했던 길, 실패한 꿈도 나의 삶의 일부분이 된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들려주던 이야기들이 진짜인지, 거짓인지는 그리 중요치 않다. 어쩌면 아버지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는 그가 살고 싶었지만 살지 못했던 그런 삶인지도 모른다.
뮤지컬 ‘빅 피쉬’ 속 아버지 에드워드도 우리네 아버지들처럼 낭만적인 허풍쟁이다. 실은 평범한 세일즈맨이지만 그의 상상 속 이야기에서는 이 시대 최고의 로맨티시스트가 되기도 하고, 위대한 모험가가 되기도 한다. 또 마을 최고의 슈퍼스타, 나라를 구한 전쟁 영웅이 되는 것도 한 순간이다.
작품은 그런 허풍쟁이 아버지와 현실적인 아들 윌의 갈등을 주축으로, 가족 간의 오해와 이해의 과정을 풀어놓는다.
‘빅피쉬’는 다니엘 월러스의 원작 소설(1998)과 두터운 팬덤을 보유하고 있는 팀 버튼 감독의 영화(2003)로 잘 알려져 국내 관객들에게도 익숙한 스토리다. 2013년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첫 선을 보인 이후 6년 만에 한국 정서에 맞는 새로운 스타일로 재탄생 됐다.
사진=CJ ENM 제공
뮤지컬 무대에 오른 ‘빅 피쉬’는 에드워드의 10대부터 60대까지의 삶을 과거, 현재, 상상을 오가는 스토리 구조로 풀어낸다. 과거에서 현재로, 현재에서 과거로의 전환점은 다소 불명확해 혼란을 주기도 하지만,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윌은 아버지 에드워드의 수많은 이야기들의 쫓는 과정에서 사실과 허구의 경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관객들에게 보여준다. 결국 관객들이 현재와 과거 그리고 상상 속의 전환점에 혼란을 느끼는 것도 이와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마침내 마주한 진실 속에 아버지의 ‘사랑’이 존재했음을 전면에 드러낸다. 진실이 주는 감동도 크지만, 현실적인 힘을 행사하는 판타지는 진실보다 더 큰 감동으로 다가온다.
에드워드 역에는 남경주·박호산·손준호가, 에드워드의 아내 산드라 역에는 구원영·김지우가, 아들 윌 역에는 이창용·김성철이, 윌의 약혼자 조세핀 역에는 김환희가 출연한다.
공연은 2020년 2월 9일까지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