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오디컴퍼니 제공
“우리가 세상을 사는 동안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날이 이틀이 있단다. 그날에 언젠지 아니? 바로 어제와 내일이란다. 그러니 오늘을 즐겨라”
뮤지컬 ‘그리스’ 속 DJ 빈스의 대사다. 무대에 오른 등장인물들은 서로 짝을 이루어 160분에 걸쳐 각기 다른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결국 이 이야기는 ‘오늘을 즐겨라’로 귀결된다. 흔히 이야기하는 ‘지금’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남녀노소 공감할 수 있는 스토리 라인을 선보인다.
작품은 1978년 최고의 아이돌 스타였던 존 트라볼타와 올리비아 뉴튼존이 출연한 동명의 영화로 제작되기도 했다. 새로운 자유를 표방하는 1950년대 미국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로큰롤 문화를 소재로 다루고 있지만, 전혀 촌스러운 구석이 없다. 그 당시 젊은이들의 꿈과 열정, 사랑 이야기는 지금의 관객들에게도 여전히 해당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또 이번 ‘그리스’를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하면서 공감대를 더욱 끌어올렸다. 기존의 정서와 재미, 분위기에 현 시대를 반영한 각색, 세련된 편곡, 트렌디한 무대와 연출 등이 가미됐다.
작품은 기본적으로 복고의 정서를 가지고 있는데, 요즘 사회의 분위기를 관통하는 뉴트로적인 시각에서 재해석했다. 뉴트로는 새로움과 복고를 합친 신조어로 단순한 복고가 아닌 복고를 새롭게 즐기는 경향을 의미한다.
사진=오디컴퍼니 제공
기존에 수동적이거나 지나치게 과장됐던 캐릭터들은 현실적인 고민을 하고 성장하는 입체적인 캐릭터로 각색되었으며, 음악 역시 50년대 유행했던 올드팝은 세련되게 편곡됐다. 넘버들이 가진 로큰롤의 신나는 분위기는 한층 살리면서 10대들의 에너지와 젊음의 열정을 라이브 밴드의 폭발적인 연주로 재현했다.
무대 연출도 인상적이다. LED 영상과 세트 구조물을 사용하여 ‘레트로 퓨처리즘’(50년대와 60년대 성행했던 미래주의)을 구현했다. 그 당시 상상하던 미래의 모습을 반영한 배경들이 최신 영상기술로 펼쳐지며 과거에서 미래를 보는 듯한 느낌과 현재에서 과거를 들여다보는 느낌을 동시에 느끼게 한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을 누비는 젊은 배우들의 에너지는 관객들의 흥을 최대로 끌어올린다. 12월 4일 공연에서 라이델 고등학교의 킹카인 주인공 대니 역은 정대현이 담당했다. 처음 ‘그리스’에 합류한 만큼 그가 내뿜는 열정과 에너지도 남달랐다. 능청맞은 대니의 모습을 정대현은 마치 제 옷을 입은 듯 찰떡같이 만들어냈다. 때로는 도도하고, 때로는 장난기 넘치는 대니의 모습이 관객들을 웃음 짓게 한다.
정대현과 함께 호흡을 맞춘 샌디 역에 양서윤, 케니키 역에 박광선, 리조 역에 허혜진, 두디 역에 기세중, 프렌치 역에 김이후(김지혜), 로저 역에 이상운, 잔 역에 이가은, 소니 역에 이우종, 마티 역에 이상아도 발랄하고 풋풋한 매력을 물씬 드러냈다.
‘그리스’는 2020년 2월 2일 서울 구로구 디큐브아트센터에서 공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