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뮤지엄 '아뜰리에 가나' 특별전 첫 섹션. (사진=김성준 기자)

#. 롯데뮤지엄이 자리 잡은 잠실 롯데월드타워 7층,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진한 초콜릿 향기가 코를 자극한다. 전시관으로 들어서는 회랑에는 초콜릿을 닮은 갈색빛 실크 커튼과 은은한 조명 사이로 가나 초콜릿 모형이 빛난다. 바닥에 비춰진 ‘행복은 초콜릿으로부터’ 문구를 지나면 가나가 탄생 이후 거쳐온 50년 역사를 짚어주는 ‘헤리티지 존’이 나온다. 가나 헤리티지 뒤로는 초콜릿을 주제로 한 다양한 전시 작품이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29일 오전 롯데월드타워 7층은 롯데웰푸드가 ‘가나 초콜릿’ 출시 50주년을 기념해 준비한 ‘아뜰리에 가나’ 특별전으로 한껏 꾸며져 있다. 코끝을 맴도는 초콜릿 향을 즐기며 전시를 따라가자 그라플렉스(GRAFFLEX) 작가가 시그니처 캐릭터인 ‘볼드’와 ‘픽셀’을 활용해 행복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시각화한 전시물을 마주할 수 있다. 초콜릿과 같은 갈색이 가득했던 그림에서, 갈색이 점차 사라지는 만큼 밝은 파스텔톤이 그 자리를 대신한다.

그림 맞은편에는 ‘가나(Ghana)’ 알파벳을 배경으로 산만하게 놓인 캐릭터들이 ‘행복’이 퍼지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일반적인 작품들과 달리 인형으로 만들어진 캐릭터들을 직접 만져보거나 안을 수도 있다는 점도 독특하다. 초콜릿이 주는 여유로운 순간을 부드러운 초콜릿 질감으로 시각화한 김미영 작가 작품은 작품 외에도 작가가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까지 벽 양면에 펼쳐진 커다란 스크린을 통해 감상할 수 있다.

물감이 마르기 전 덧칠하는 ‘웻온웻(wet-on-wet)’ 기법으로 캔버스에 입혀지는 다양한 종류의 갈색 물감들은 꾸덕하게 녹은 초콜릿을 떠올리게 했다. 코인 파킹 딜리버리(COIN PARKING DELIVERY) 작가는 초콜릿을 나눌 때 행복이 더해진다는 관계의 의미를 공간 전체에 녹여낸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 시그니처 캐릭터인 ‘시라이상’이 초콜릿 침대에 누워 스마트폰을 보는 모습은 편안하고 따뜻한 휴식의 느낌을 전했다.

■품질 바탕으로 일군 ‘국민 초콜릿’, 역사성 강화해 브랜드 확장

가나 50년 역사를 담은 '헤리티지 존'. (사진=김성준 기자)

“제품이 아니라 예술품을 만들어 주시오.”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이 스위스 기술자에게 ‘가나 초콜릿’ 개발을 의뢰하며 요청한 말이었다. 지난 1975년 국내에 출시돼 올해로 50주년을 맞은 가나는 다시 ‘예술’과의 접점을 꺼내 들었다. 롯데웰푸드는 이번 전시를 통해 오랜 세월 쌓아온 가나 역사성을 예술 감각으로 재조명해 브랜드 가치를 제고한다는 전략이다. 실제 전시 작품 중간중간 배치된 ‘가나의 역사’와 ‘가나 제조공정’ 등은 예술작품들 속에 자연스럽게 가나 브랜드가 녹아들었다.

가나 초콜릿은 지난해 기준 누적 매출 1조4000억원, 판매량은 68억갑 이상을 기록했다. 1991년 매출 1000억원, 2018년에는 매출 1조원을 달성하며 ‘국민 초콜릿’ 지위를 지켜 왔다. 꾸준한 판매 비결은 품질을 위한 지속적인 기술 혁신이었다. 1984년엔 초콜릿 주원료인 카카오빈과 설탕을 초미립자로 균일하게 분쇄해 초콜릿 감촉을 부드럽게 만들어주는 ‘마이크로 그라인딩’ 공법을, 1996년에는 초콜릿의 맛과 풍미, 색감을 최적 상태로 끌어올리는 'BTC 공법'을 도입했다. 이를 바탕으로 구현한 가나 특유의 풍미는 판초콜릿 시장에서 수입산 제품들을 밀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하지만 국내 초콜릿 시장만으로는 한계가 뚜렷했다. 국내 소비자들의 1인당 초콜릿 소비량은 일본과 비교하면 절반 수준, 서구권 소비자와 비교하면 사분의 일 수준에 불과했다. 롯데웰푸드가 돌파구로 삼은 것은 ‘브랜드 확장’이다. 초콜릿 디저트 브랜드로서 ‘가나’라는 큰 틀 아래 다양한 세부 브랜드를 만들어 판초콜릿에서부터 볼 형태나 프리미엄 디저트 등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프리미엄 가나’나 ‘가나 디저트 하우스’ 등도 이러한 브랜딩 강화 전략의 일환이다.

롯데웰푸드는 단순히 브랜드 확장을 넘어 다가올 50년을 위해 ‘가나’를 지속가능한 브랜드로 육성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문화적 경험과 가치 소비를 중시하는 MZ세대 등 미래 소비자에게 가나 브랜드의 새로움과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이상기후 여파로 카카오 가격이 급등하면서 지속가능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의 중요성이 커졌다. 롯데웰푸드는 아프리카 가나 현지 카카오 농가를 지원하고 있으며, 최근 ‘착한 카카오 프로젝트’를 통해 지속가능한 농법으로 재배된 가나산 카카오 원두 ‘서스테이너블 카카오빈(Sustainable Cocoa Bean)’을 가나 초콜릿에 적용했다. 올해는 연간 가나산 카카오빈 사용량의 약 30%를, 향후 중장기적으로 가나산 카카오빈 전량을 지속가능한 카카오 원두로 전환할 계획이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가나 초콜릿 50주년을 맞아 브랜드가 쌓아온 유산을 다음 세대와 공유하고 예술을 통해 고객에게 새로운 가치와 경험을 제공하고자 이번 전시를 기획했다”면서 “가나가 앞으로도 오랫동안 여러 세대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하도록 문화적, 사회적 측면 등 다방면에서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