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개막한 ‘제24회 서울카페쇼’ 첫날임에도 관람객이 몰리며 시음·체험 부스가 북적였다.(사진=내미림 기자)

#. 지난 19일 방문한 서울 코엑스 ‘2025 서울 카페쇼’ 첫날, 전시장에 들어서자 가장 먼저 ‘스페셜티’가 눈에 띈다. 대회장 무대에서는 바리스타들이 산지·프로세싱·향미 구조를 설명하며 경쟁을 펼쳤고 부스 곳곳에서는 개성 있는 스페셜티 원두와 로스팅 프로파일을 내세운 제품들이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는다. 일부 인기 생두는 품절 표시가 붙었고 해외 관람객들도 시연 장면을 촬영하며 질문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카페쇼는 단순한 커피 전시를 넘어 ‘어떤 스페셜티를 선택하느냐가 경쟁력’인 시장 흐름을 선명하게 보여주는 행사 첫날의 풍경이다.

아시아 최초의 커피 전문 박람회이자 글로벌 커피 비즈니스 플랫폼으로 성장한 제24회 서울카페쇼(The 24th Seoul Int’l Cafe Show)의 올해의 중심 키워드는 단연 ‘스페셜티 원두’였다. 지난 19일 개막해 오는 22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 전관에서 개최되고 있다. 특히 전시장 곳곳에서 생두·로스팅·프로세싱을 앞세운 부스가 관람객의 발길을 붙잡았고 인기 품목은 오전부터 품절 표시가 붙었다.

스페셜티 생두 수입사 아처스 코리아는 파나마·케냐·에티오피아 등 고도 프로세싱 원두 12종을 선보였는데 파나마 게이샤와 케냐 워시드 라인은 개막 직후 품절됐다. 스페셜티는 미국 스페셜티커피협회(SCAA)의 기준에 따라 100점 만점 중 80점 이상을 받은 커피를 뜻한다. 가격은 1㎏에 4만8000원부터 7만5000원 수준이지만 관람객들 문의가 이어졌다.

아처스 코리아 관계자는 “보급형보다 향미가 뚜렷한 원두를 찾는 수요가 확실히 늘었다”며 “생산 환경과 산지 스토리를 함께 묻는 바이어들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국내 로스터리들도 개성 있는 향미를 앞세운 라인업을 강화하는 분위기였다. 부산 유명 카페인 모모스커피 부스에서는 에티오피아 내추럴 시음 대기줄이 길게 이어졌다. 회사 관계자는 “최근에는 로스팅 기술보다 원두 선택과 생두 해석 능력을 중요하게 보는 고객이 많다”고 설명했다.

원두 경쟁은 홈카페 영역으로도 확장되고 있다. 스페셜티 커피 원두 및 장비 판매와 홈카페를 위한 교육콘텐츠를 제공하는 언스페셜티가 마련한 브루잉 체험존에서는 다양한 향미를 비교하려는 방문객이 몰렸다. 한 소비자는 “요즘은 집에서도 카페처럼 고급 원두를 즐기려는 수요가 많아 직접 시음하러 왔다”고 말했다.

서울카페쇼 내 ‘프라이빗 티 테이스팅 바’에서 관람객이 개인 취향에 맞춘 블렌딩 티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내미림 기자)

이 같은 흐름은 '2025 카페쇼'가 마련한 경영대회 바리스타 챔피언십에서도 뚜렷히 드러났다. 올해 대회장은 ‘스페셜티 커피’가 공통 화두였다. 지난 19일 열린 ‘코리아커피리그’에서도 참가자들은 스페셜티의 개성과 산지의 특성을 어떻게 표현했는지를 강조했다.

‘스페셜티 커피’에 이어 ‘스페셜티 티’ 역시 주목을 받았다. 재배 환경·잎의 모양·향·맛 등 여러 기준을 적용해 품질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특정 기후와 토양에서 재배된 고품질 찻잎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스페셜티 커피와 유사한 구조다. 초록색 삼각 구조물 아래 자리한 프라이빗 티 테이스팅 바는 끊임없이 관람객이 줄을 섰다. 향·베이스·온도·당도를 선택하면 태블릿이 즉석에서 개인 레시피를 제안하고 선택 항목에 따라 향미 그래프가 실시간으로 변했다. 단순한 티 선택이 아니라 ‘취향을 설계하는 과정’이 구현된 셈이다.

스태프는 잔을 건네며 “이건 플로럴 계열인데 산미가 약해요. 허브 블렌딩을 조금 더 넣어보실래요?”라고 설명했다. 한 관람객은 “메뉴를 고르는 게 아니라 제 취향을 조립하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고품질 커피를 원하는 소비자가 늘면서 스페셜티 시장은 빠르게 커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테크나비오는 글로벌 스페셜티 커피숍 시장이 2028년까지 574억1000만달러(약 84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중국·일본·동남아 관광객들도 심사 과정을 촬영하며 흐름을 지켜봤다. 한 스태프는 “올해는 외국인 관람객도 많은데 특히 스페셜티 원두와 장비에 관심이 크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카페쇼는 올해 행사에서 2026년 카페 산업 전망 키워드 ‘B.E.Y.O.N.D(카페: 공명의 시대)’를 제시했다. 서울카페쇼 관계자는 “올해 주제인 ‘한 잔에 담긴 더 큰 커피 세상’은 산지·도시·브랜드·창작자의 이야기가 만드는 확장성을 의미한다”며 “글로벌 커피 커뮤니티가 함께 성장하는 플랫폼을 지향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