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관 부회장이 MADEX(국제해양방위산업전) 한화오션 부스를 둘러보며 설명을 듣고 있다. (사진=한화)
'순간의 선택이 10년을 좌우한다.'
한 가전업체가 광고에 사용했던 이 슬로건은 우리나라 광고사에 남는 작품 중 하나로 꼽힌다. 누구나 경험과 직관을 통해 이 말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선택은 '순간'이지만 그 순간 이전에 경영자와 임직원은 수 많은 고민과 검토, 논의를 거듭한다. 그렇게 결행한 신사업 투자, 인수합병(M&A) 등 경영 판단은 10년 후 기업을 바꿔놓는다. Viewers는 창간 10주년을 맞아 기업들이 지난 10년 전 내렸던 판단이 현재 어떤 성과로 이어졌는지 추적하고 아울러 앞으로 10년 후에 어떻게 될 것인지를 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
한화의 인수합병은 단순히 회사를 사들인 게 아니다. 구조를 바꾸고 시너지를 입히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냈다. 위기 기업은 한화의 자본력과 통합 전략을 바탕으로 성장 궤도에 올라섰고 글로벌 시장에서 당당한 플레이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5년 삼성그룹 방산 계열사 인수는 한화의 M&A 역사에서 가장 상징적인 한 장면이었다. 이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구 삼성테크윈) 는 방산, 항공, 정밀기계 등 각 사업부를 정비하며 방산 수직계열화의 정점으로 진화했다.
당시만 해도 민감한 방산을 민간이 제대로 다룰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많았지만, 10년이 지난 지금 그 판단은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M&A로 평가받고 있다. 현재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한화디펜스, 한화시스템과 함께 K9 자주포·레드백·천무 등 국산 무기 수출의 최전선에 있다. 최근에는 KF-21 보라매의 항공엔진을 단독 공급하며 차세대 항공산업에서도 입지를 다졌다.
■ 위기 때 사들여 ‘미래 먹거리’로 재정비
한화케미칼, 한화큐셀, 한화첨단소재가 하나로 묶이며 과거 석유 기반 화학 기업은 이제 ‘에너지 솔루션 메이커’로 변모했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 중심의 친환경 전환에서 글로벌 성과를 만들어낸 대표 사례다. 특히 큐셀 브랜드는 2010년 인수한 중국계 태양광 기업 솔라펀을 기반으로 독일·미국 시장 중심의 고효율 셀·모듈 공급 체계를 구축하며 글로벌 톱3 수준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 중이다.
한화오션은 한화그룹이 2023년 인수한 구 대우조선해양이다. 수년간 적자를 면치 못하던 대우조선은 한화 편입 이후 ‘해양 방산’이라는 명확한 전략적 방향을 갖게 됐다. 기존 LNG선·컨테이너선 중심의 상선 수주에 더해 잠수함·구축함·수상함 등 방산 해군 무기 체계 생산 역량이 한화의 방산 계열사들과 시너지를 이루고 있다.
⬛ 정교한 조립식 성장 전략으로 시너지 높여
한화식 M&A의 진짜 힘은 ‘인수’가 아니라 ‘이후’에 있다. 시너지 중심 경영은 각 계열사를 따로 크게 만드는 대신 함께 커지게 만든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오션·한화시스템의 협업으로 무인 수상정 공동 개발 추진하고 해외 생산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등 전략적 재배치와 연결성 강화는 한화化의 핵심이다.
김승연 회장의 인수 전략은 ‘조립식 성장’이라 부를 수 있을 만큼 정교하게 설계됐다. 한화는 이제 단순히 덩치가 큰 기업이 아니라 유기적으로 진화하는 산업 생태계를 가진 기업 집단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