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큰 장이 들어섰다. 코스피 지수가 4200선 돌파 후 숨고르기를 보이고 있지만 증권가의 긍정적 뷰는 꺾이지 않는다. 인공지능(AI)부터 금리인하까지 다양한 재료들이 살아 있는 시장. 2026년 투자 전략은 어떻게 가져가야 할까. 자산운용사 헤드들에게 수익의 지름길을 물었다. -편집자주

“주주권은 보호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경영권도 보호받아야 될까요? 아닙니다. 오히려 견제해야 하는 대상인 거죠.”

쌓아온 업력, 날카로운 판단력만큼 단호하다. 어느덧 25년을 주식시장에서 동고동락해온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CIO)은 서울대 투자동아리 스믹(SMIC)의 초대 발기인 중 한 명이다. 그는 “그저 새로운 것에 대해 호기심이 많을 뿐”이라며 “스믹 역시 후배들이 잘해줬기에 우리도 모임을 유지하며 덕을 본다”고 웃어 넘겼다.

그가 지나온 업력은 결코 가볍지 않다. 2000년 미래에셋자산운용 입사를 시작으로 업계 내로라하는 펀드매니저들과 호흡을 함께 해 온 박 부문장은 2013년 구재상 회장이 미래에셋운용을 떠나 케이클라비스자산운용을 설립할 당시 함께 한 원년 멤버기도 하다. 2015년 NH아문디운용으로 자리를 옮긴 뒤 국내 주식부문을 총괄하고 있는 그는 최근 국민연금 국내 주식운용자금 운용기관으로 선정되면서 어깨가 더 무거워졌다.

(지난 15일 오후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이 뷰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NH아문디자산운용)


박 부문장은 올해 증시의 상승 원인으로 정부의 주주환원 정책 효과가 상당했다고 평가했다. 상법 개정안을 통해 그동안 빈번했던 주주가치 훼손의 고리를 끊어내고 주주의 이익이 경영진의 이익보다 앞서야 한다는 책임을 강화하게 됐다는 것이다.

특히 박 부문장은 자사주 소각 등 정부 정책이 경영 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일부 기업들 주장에 대해 “시장에서 돈을 가져갔으면 자기만의 회사가 아니란 의미”라며 “경영인이 경영을 못하면 교체하는 것이 당연하다. 우리나라는 ‘가족 경영’, ‘재벌 경영’이라는 프레임 속에서 무의식적으로 경영권을 보장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못하면 바꿔야 하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60,70년대 대기업들이 우리나라에 기여한 바는 분명하지만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고 했다.

“일례로 LG에너지솔루션만 해도 상장을 통해 자본시장에서 끌어간 돈이 무려 10조원이다. 만기가 없고 명시적으로 이자를 지급해야 하는 자금이 아니라는 이유로 주가를 올리든 배당을 하든 주주에게 보상을 하지 않는 것은 문제다. 배당소득세 분리과세를 통해 이제 대주주와 소액주주의 이해관계가 서로 일치하게 됐다는 것이 정책을 통한 변화 의미다.”

■ AI는 이미 시작된 '지능의 민주화'... 변수는?

그는 현재 시장이 밸류에이션 리레이팅 중심으로 상승하면서 숨고르기에 진입했지만 큰 흐름에서 변화는 없다고 봤다. 코스피 주가순자산비율(PBR)이 기존 0.8~1배 수준에서 1.0~1.4배 구간으로 레벨업되면서 시장이 빠르게 재평가됐고, 지금은 이 리레이팅이 정당화될 만한 실질적 변화가 나타나는지를 확인하는 단계에 들어섰다고 봤다.

박 부문장은 그 중에도 인공지능(AI) 시대가 본격화되면 인간사에 상당한 변화가 될 것이라는 데 주목했다.

“AI를 통해 사람들이 비교 불가한 편리성을 경험하기 시작했기 때문에 결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다. AI시대는 모든 사람이 고급 두뇌를 갖게 되는 ‘지능의 민주화’인 만큼 현재의 초입 단계를 거쳐 계속 발전하고 성장해가게 될 것이다.”

그는 이어 현재 AI 시대의 핵심 기업들은 창출한 이익을 재투자하는 구조인 만큼 과거 IT 버블 당시와 달리 재무부담으로 인한 위기 우려도 낮다고 봤다.

다만, 그는 전력부분의 공급 속도가 하나의 변수가 될 수는 있다고 했다. 박 부문장은 “전기 공급은 일시적으로 공급량을 늘리기에 한계가 있다”며 “AI전용 데이터센터 하나당 500억달러(한화 약 70조원)이 소요된다고 가정했을 때 오픈AI가 밝힌 2030년까지 필요한 규모(28GW)는 막대하다는 점에서 조금 더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또한 이 과정에서 사회에 일어나는 구조적 변화도 살펴야 할 변수라고 짚었다. 박 부문장은 “AI로 인해 새로운 직업도 생기겠지만 일자리 감소도 일어날 수 있다”며 “실업수당 청구건수 증가에 따른 다양한 시장 반응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사회 구조적 변화에 대해 정부의 복지정책 등을 포함, 모든 나라가 공조해서 대응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오후 박진호 NH아문디자산운용 주식운용부문장이 뷰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사진=NH아문디자산운용)


최근 정부는 코스피 대비 소외된 코스닥 시장을 활성화시키기 위한 종합대책 마련에 착수했다. 박 부문장은 이와 관련해 반도체 소부장과 제약/바이오 섹터를 주목할 것을 조언했다.

그는 “반도체 소부장은 메모리 업체들이 고객들과 장기 공급 계약을 체결하게 되면 생산량(CAPA) 확장으로 연결되면서 주목받게 될 것”이라며 “언제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할지는 불확실하지만 내년 1분기 정도면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고 예상했다.

또한 제약/바이오 섹터의 경우 2026년이 경구용 비만 치료제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게 그의 판단이다. 박 부문장은 “경구용 비만 치료제가 연초부터 출시되기 시작하면서 수요 전망치가 상향될 수 있다”며 “이제 체중감량보다 유지요법이 중요해지고 있는데 현재 평균 1년 미만의 복용기간이 경구제나 주사제 혹은 둘의 결합을 통한 유지요법으로 확장해 2년 이상으로 복용하게 만든다면 시장 규모가 두 배 커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시장 확장 과정에서 근육 유지 등 현재 치료제의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을 가진 기업에 대한 리레이팅이 이뤄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그는 “한국의 임상 경쟁력이 상위 5위권에 들 수 있는 것은 의료보험을 통해 그동안 의료데이터가 체계적으로 잘 쌓여 있기 때문”이라며 “경구용 비만약, ADC(항체-약물접합체), RNA(리보핵산) 등 각 부문마다 경쟁력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고 여기에 금리인하 기조가 더해진다면 제약/바이오 섹터 성과는 좋을 수 있다”고 기대했다.

끝으로 주도주들의 가파른 상승으로 인해 높은 PER 공포를 느끼는 투자자들에 대한 조언을 청했다.

“벤자민 그레이엄 시대에는 투자자간의 정보 비대칭성이 컸지만 지금은 기업이 저평가돼 PER, PBR이 낮으면 그 이유를 모두가 아는 시대다. ‘히든 밸류’가 없다는 의미다. 이 시대는 기업의 변화 가능성이 감지되거나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지 않고 단순히 저평가된 가치주라고 오르지 않는다. 반대로 성장성이 있는 기업이라면 상단을 열어놓고 보길 권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