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마비노기 모바일' 대표 이미지. (사진=넥슨)
올해 국내 게임 산업은 글로벌 시장 공략을 위한 콘솔 대작과 MMORPG의 안정적 흥행, 서브컬처 장르의 부상으로 활력을 되찾는 해였다. 여기에 최대 난제로 떠올랐던 게임 중독 질병코드 등재가 무산되면서, 외부 리스크 또한 해소됐다는 평가다. 업계는 신작과 AI를 들고 글로벌 경쟁력을 키워간다는 방침이다.
올해 국내 게임의 주요 키워드는 MMORPG다. 넥슨의 '마비노기 모바일'이 대한민국 게임대상 대상을 차지하며 IP의 인기를 입증했고, 하반기에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2'가 흥행에 성공하며 자존심을 지켰다. 마찬가지로 넷마블은 상반기 'RF 온라인 넥스트', 하반기 '뱀피르'를 연달아 선보이며 장르에 풍성함을 더했다.
‘프로젝트 RX’ 티저 이미지. (사진=넥슨게임즈)
내년 도약의 핵심 키는 서브컬처다. 넥슨은 제2의 '블루 아카이브'를 노린 신작 '프로젝트 RX'를, 엔씨소프트는 서브컬처 신작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를 국내외 게임쇼에 출품하며 인지도를 확보하고 있다.
넷마블은 내년 1월 '일곱개의 대죄: 오리진'로 경쟁의 포문을 열 예정이다. 크래프톤 역시 서브컬처 수집형 RPG '프로젝트 AA'로 새 먹거리를 준비하고 있다. 국내 대표 서브컬처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를 선보인 시프트업도 텐센트와 함께 신작 '프로젝트 스피릿'을 공동 개발하는 중이다.
서브컬처의 대형 팬덤에 맞춰 안정적인 매출원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서브컬처 장르의 가장 큰 특징은 이용자들의 높은 충성도로, 한번 팬덤이 형성되면 2차 창작, 오프라인 행사 등으로 수익 구조를 확장해나갈 수 있다.
■ 뽑기 아닌 패스권이 '대세'…글로벌 경쟁력 확보
게임의 전반적인 과금 구조 또한 변화하고 있다. P2W(Pay to Win) 시스템으로 비판받았던 과거와 달리, '착한 BM'을 내세우며 뽑기 등 과도한 과금 요소 대신 패스권, 구독형 상품으로 체제를 정비하는 모양새다.
일부 '고래'에 의존하던 기형적인 구조에서 벗어나, 게임의 진입장벽을 대폭 낮춰 신규 유입을 끌어들이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는 글로벌 게임 시장의 흐름과도 맞닿아 있으며, 내수 시장의 한계를 탈피해 새 시장을 개척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NC AI 컨소시엄. (사진=NC AI)
■ AI 도입 본격화…게임사도 국가대표 AI 프로젝트에
또다른 변화는 AI의 적극적인 도입이다. 국내 게임사들은 자체 AI 연구실을 중심으로 관련 기술을 최적화해나가고 있으며, 이를 개발 과정에 접목해 비용·시간을 줄여나가고 있다. 다만 아직 이용자들의 AI 일러스트 등에 대한 반감이 상당한 만큼, 참고용 레퍼런스, 기본 어셋 제작이나 테스트 단계에서 제한적으로 활용하는 모양새다.
특히 AI는 게임 외의 영역으로도 뻗어나가고 있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가 AI 전문 자회사 엔씨 AI를 통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에 선정됐으며, 네이버클라우드, 업스테이지, SK텔레콤, LG경영개발원 AI연구원 컨소시엄과 경쟁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크래프톤도 SK텔레콤이 주도하는 국가대표 AI 컨소시엄에 참여해 '소버린 AI' 모델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크래프톤의 경우 지난 10월 'AI 퍼스트 기업' 도약을 선언한 뒤 1000억원 이상을 투자하며 본격적인 AI 전환의 첫 발을 내딛었다는 평가다.
'아이온2' 개발진이 라이브 방송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아이온2' 공식 유튜브 갈무리)
■ 확률형 아이템 자정 구조 안착…라이브 방송으로 소통 확대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이용자 신뢰도 안정적으로 자리잡고 있다. 지난 2024년 게임산업법 개정으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가 의무화된 이후 조작 논란이 이어지며 빈축을 샀지만, 올해 들어서는 신고-자진 시정-보상의 구조가 안착되며 자정 작용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같은 맥락에서 게임사들이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에 나서는 흐름도 강화됐다. 게임에 심각한 버그나, BM 관련 논란이 발생할 경우 개발진이 방송에서 직접 이에 대해 해명하고 해결책 및 재발 방안을 제시하는 식이다.
대표적으로 엔씨소프트는 지난 11월 '아이온2' 출시 직후 현재까지 6차례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수십 여개의 개선사항을 적용했다. 그만큼 게임사들이 이제 이용자들의 목소리를 무겁게 여기고, 피드백을 적극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6일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업무 보고에서 발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게임 외적인 변화도 긍정적인 흐름을 이끌고 있다. 올해 이재명 정부의 출범 후 게임업계는 오랜 숙원이었던 WHO 게임중독 질병코드 등재 리스크에서 벗어나게 됐으며, 적극적인 콘텐츠 산업 육성 기조에 따라 미래 전략 산업 중 하나로 자리잡게 됐다.
그간 게임산업은 국내 콘텐츠산업 수출의 60% 이상을 차지하면서도 규제 중심의 정책으로 타 산업 대비 소외됐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내년 정부의 제도적 지원 아래 게임 콘텐츠 세액 공제, 게임물 등급 분류 민간 이양 등을 담은 게임산업법 전면 개정안이 통과되면 산업 발전에 한층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