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닭강정 30인분’ 사건이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익명의 주문자가 성남시 분당구의 한 닭강정 가게에 “닭강정 30인분 33만 원어치. 배달받는 집 아들이 시켰다고 얘기하고, 결제는 현장에서”라는 주문을 했다. 업체 사장은 단체 주문인 줄 알고 배달을 갔다고 황당한 말을 듣는다. 주문지 주소에 있는 한 여성은 시킨 적이 없다며, 아마 아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들을 괴롭혀 왔고, 얼마 전에는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300여만 원도 뜯어갔다고 한다.    여성은 업체에 피해를 줄 수 없다며 결제했지만, 업체 사장은 곧 결제를 취소시켰다. 그리고 바로 경찰에 영업방해로 주문자를 고소한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이 분노한 지점은 해당 사건도 사건이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받았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자신과 아들의 신원이 밝혀져 해코지를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이 그 분노를 가중시켰다. 물론 아직 이들의 정체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은 여성의 주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이 부분이라는 것은 학교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 범죄인지를 보여준다.  이에 앞서 21일 ‘일진이 미화되서는 안되는 이유’라는 타이틀로 2016년 10월 방송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사연이 인터넷에서 다시 관심을 받았다. 한 카페에 올라온 내용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배치보다 내용이 네티즌들의 비난을 들끊게 만들었다. 내용은 이렇다 당시 나이 41세였던 순철 씨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매일 구타당하며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냈다. 이후 갑자기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발작 증세가 시작됐다. 이후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해졌고, 부모님에게 의지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방송에서 순철 씨 아버지는 “내가 만약 죽은 후에 (아들이) 어떻게 살까 싶은 걱정에”라는 인터뷰를 했다. 학교폭력은 분명 없어져야 할 범죄다. 그러나 가해자는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피해자는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논란이다. 당장 내년 3월부터 경미한 학교폭력으로 낮은 수준의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학생기록부에 처음에 한해 사실이 기록되지 않는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미’의 정도가 도대체 어느 수준인지조차 제대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 차원에서 반성의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피해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실질적인 학교 현장에서 처벌, 보호, 교육을 어떻게 이뤄질지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모두가 이해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은 원론적이지만, 피해갈 수 없는 순서다.  ‘일진’ 등의 말이 언급되며 학교폭력이 본격 대두된 것은 일본 만화 등이 불법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으로 본다. 당시 중고등학교 중심으로 퍼진 일본 만화 ‘캠퍼스 블루스’ ‘좋은 친구들’ ‘파워 클럽’ 등을 따라하는 경향이 커졌다. 당시 적발된 교내 폭력서클 ‘일진회’도 일본 만화에서 ‘가장 싸움을 잘한다’는 의미의 ‘일진(一陣)에서 유래됐다고 봤다.  일본 만화에서는 학교 내에서 싸움을 잘하고 같은 급우를 괴롭히더라도, 의리 있고 멋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런 류의 흐름은 한국 만화로 이어진다. 이후 조직폭력배나 학교 폭력을 일삼는 학생들에게 ‘의리’ ‘조직’ 등의 단어와 함께 싸움을 잘 하는 모습이 미화되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직접 피해를 받거나, 의도하지 않게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무시된다.  만화에서의 내용은 영상화되면서 더욱 ‘미화’를 공고하게 만든다. 학교 일진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멋있거나 강인해 보이지만, 그들에게 무시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단역이나 조연들은 누가 봐도 ‘딱 무시당하기 좋은 스타일’로 보이게 만든다. 조직폭력배처럼 한 줄로 서서 인사하고, 어느 식당에서 단합식을 진행한다. 중고등학생들이 말하는 ‘멋있다’는 곧 ‘흉내내고 싶다’로 이어지고, 이것이 현실화되는 순간 피해자가 만들어진다. 창작자들의 안이한 상상력의 부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다. 순철 씨의 과거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이 지은 게시물의 제목은 ‘일진이 미화되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리고 그 이유를 3일 뒤 ‘닭강정 30인분’ 사건에서 다시 보여줬다. 학교폭력에 대한 논의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유명준의 시선] ‘학폭’과 닭강정, 그리고 ‘일진 미화’ 작품들

유명준 기자 승인 2019.12.26 16:03 | 최종 수정 2019.12.26 21:28 의견 0
 


24일 ‘닭강정 30인분’ 사건이 사람들의 분노를 일으켰다. 익명의 주문자가 성남시 분당구의 한 닭강정 가게에 “닭강정 30인분 33만 원어치. 배달받는 집 아들이 시켰다고 얘기하고, 결제는 현장에서”라는 주문을 했다. 업체 사장은 단체 주문인 줄 알고 배달을 갔다고 황당한 말을 듣는다. 주문지 주소에 있는 한 여성은 시킨 적이 없다며, 아마 아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이 장난 주문을 한 것 같다고 말한 것이다. 이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아들을 괴롭혀 왔고, 얼마 전에는 아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개통해 300여만 원도 뜯어갔다고 한다. 
 
여성은 업체에 피해를 줄 수 없다며 결제했지만, 업체 사장은 곧 결제를 취소시켰다. 그리고 바로 경찰에 영업방해로 주문자를 고소한다고 밝혔다. 네티즌들이 분노한 지점은 해당 사건도 사건이지만, 고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받았다는 부분이다. 그리고 자신과 아들의 신원이 밝혀져 해코지를 당할까봐 두려워하는 모습이 그 분노를 가중시켰다. 물론 아직 이들의 정체는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때부터 괴롭힘을 당했다는 것은 여성의 주장일 뿐이다. 그런데도 네티즌들이 분노하는 지점은 이 부분이라는 것은 학교 폭력이 얼마나 잔인한 범죄인지를 보여준다. 

이에 앞서 21일 ‘일진이 미화되서는 안되는 이유’라는 타이틀로 2016년 10월 방송된 ‘순간포착 세상에 이런 일이’의 사연이 인터넷에서 다시 관심을 받았다. 한 카페에 올라온 내용이 포털사이트 메인에 올라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배치보다 내용이 네티즌들의 비난을 들끊게 만들었다.

내용은 이렇다 당시 나이 41세였던 순철 씨는 고등학교 시절 친구들에게 매일 구타당하며 고통스러운 시절을 보냈다. 이후 갑자기 온몸이 바들바들 떨리고 정신이 혼미해지는 발작 증세가 시작됐다. 이후 정상적인 생활은 불가능해졌고, 부모님에게 의지해야 하는 신세가 됐다. 방송에서 순철 씨 아버지는 “내가 만약 죽은 후에 (아들이) 어떻게 살까 싶은 걱정에”라는 인터뷰를 했다.

학교폭력은 분명 없어져야 할 범죄다. 그러나 가해자는 어떤 수준으로 어떻게 처벌해야 하는지, 피해자는 어떻게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는 여전히 논란이다. 당장 내년 3월부터 경미한 학교폭력으로 낮은 수준의 처분을 받은 경우에는 학생기록부에 처음에 한해 사실이 기록되지 않는 것을 두고도 의견이 분분하다. ‘경미’의 정도가 도대체 어느 수준인지조차 제대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교육 차원에서 반성의 기회를 주자는 것인데, 피해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실질적인 학교 현장에서 처벌, 보호, 교육을 어떻게 이뤄질지는 여러 시행착오를 거쳐 모두가 이해될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말은 원론적이지만, 피해갈 수 없는 순서다. 

‘일진’ 등의 말이 언급되며 학교폭력이 본격 대두된 것은 일본 만화 등이 불법으로 유입되기 시작한 1990년대 중반으로 본다. 당시 중고등학교 중심으로 퍼진 일본 만화 ‘캠퍼스 블루스’ ‘좋은 친구들’ ‘파워 클럽’ 등을 따라하는 경향이 커졌다. 당시 적발된 교내 폭력서클 ‘일진회’도 일본 만화에서 ‘가장 싸움을 잘한다’는 의미의 ‘일진(一陣)에서 유래됐다고 봤다. 

일본 만화에서는 학교 내에서 싸움을 잘하고 같은 급우를 괴롭히더라도, 의리 있고 멋있는 모습으로 나온다. 이런 류의 흐름은 한국 만화로 이어진다. 이후 조직폭력배나 학교 폭력을 일삼는 학생들에게 ‘의리’ ‘조직’ 등의 단어와 함께 싸움을 잘 하는 모습이 미화되기 시작한다. 그들에게 직접 피해를 받거나, 의도하지 않게 피해를 받는 사람들은 무시된다. 

만화에서의 내용은 영상화되면서 더욱 ‘미화’를 공고하게 만든다. 학교 일진으로 등장하는 배우들은 멋있거나 강인해 보이지만, 그들에게 무시당하거나 괴롭힘을 당하는 단역이나 조연들은 누가 봐도 ‘딱 무시당하기 좋은 스타일’로 보이게 만든다. 조직폭력배처럼 한 줄로 서서 인사하고, 어느 식당에서 단합식을 진행한다. 중고등학생들이 말하는 ‘멋있다’는 곧 ‘흉내내고 싶다’로 이어지고, 이것이 현실화되는 순간 피해자가 만들어진다. 창작자들의 안이한 상상력의 부재가 만들어낼 수 있는 결과다.

순철 씨의 과거 방송 프로그램 내용을 인터넷에 올린 네티즌이 지은 게시물의 제목은 ‘일진이 미화되서는 안 되는 이유’다. 그리고 그 이유를 3일 뒤 ‘닭강정 30인분’ 사건에서 다시 보여줬다. 학교폭력에 대한 논의가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 중심으로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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