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TSM 기공식에 참석한 OCI홀딩스 이우현 회장(정중앙 우측), 김택중 부회장(우측에서 세번째), 사라왁 아방 조하리 주지사(정중앙) 등 내빈들이 첫삽을 뜨고 있다. (사진=OCI 홀딩스)
기술력은 충분하지만, 정책 변수 앞에선 흔들릴 수밖에 없다. 국내 유일의 반도체용 폴리실리콘 생산 기업인 OCI홀딩스가 2분기 실적 부진을 예고하고 있다. 미국의 세액공제 축소와 중국산 부품 규제 강화라는 이중 악재가 수요 흐름을 막고 있는 탓이다. 태양광 발전 수요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패널 발주는 위축되고 있는 이른바 ‘태양광 역설’이 펼쳐지고 있다. 그러나 업계에선 “수요를 이기는 정책은 없다”는 말처럼, 미국 현지 생산과 비중국 공급망이라는 전략 카드가 반전의 기회가 될 것이란 전망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OCI홀딩스는 20년 전부터 폴리실리콘 생산을 시작해 태양광용을 중심으로 기술을 축적해왔다. 폴리실리콘은 모래를 정제해 만든 고순도 실리콘으로, 태양광 패널과 반도체 웨이퍼의 핵심 원재료다. 특히 반도체용은 수요에 비해 공급자가 극히 적고, 불순물 허용 기준도 까다로워 높은 기술 장벽을 자랑한다. 현재 국내에서 반도체용 폴리실리콘을 생산하는 곳은 OCI홀딩스가 유일하다. 군산공장에서 생산한 연간 4700톤가량의 고순도 폴리실리콘은 국내 유일의 반도체 웨이퍼 제조사인 SK실트론에 공급된다.
■ ‘수요 느는데 발주 안 해’…태양광 시장의 이중 구조
문제는 외부 변수다. 폴리실리콘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확보한 OCI홀딩스지만, 최근엔 정책 변화가 직접적인 실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OCI홀딩스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은 약 305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 이상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태양광 수요는 늘고 있지만,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개정 움직임과 수입 규제 강화로 인해 고객사들이 신규 발주를 미루거나 재고 확보에 신중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미국 상원은 최근 태양광 프로젝트에 대한 세액공제 요건을 '착공'에서 '발전 개시'로 강화하는 법안을 추진 중이다. 기존에는 2032년까지 착공만 하면 30%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었지만, 해당 혜택이 2027년까지 발전을 시작한 설비에만 적용되도록 변경될 가능성이 커졌다. OCI홀딩스는 2026년까지 미국 텍사스에 2GW 규모의 셀 공장을 완공해 세제 혜택을 받을 계획이었지만, 인허가 및 착공 일정에 따라 수백억 원대 혜택을 아예 놓칠 수도 있는 상황에 놓였다. 자본 집약적 산업인 태양광의 특성상 세액공제 유무는 곧 수익성의 차이로 이어진다.
한국수출입은행이 최근 발표한 '2025년 상반기 태양광 산업 동향'에 따르면 태양광 발전 수요는 오히려 증가 추세다. 올해 전 세계 태양광 설치량은 695기가와트(GW)로, 작년보다 약 6%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당초 업계는 글로벌 수요가 2030년쯤 정점을 찍을 것으로 봤지만, 최근에는 2035년까지 성장이 이어질 것이란 낙관적 전망도 나오고 있다. 중국과 미국, 유럽, 인도 등 주요 시장에서 모두 설치량이 늘고 있다.
■ 텍사스 공장, 전략적 거점 될까···수직계열화 통해 자사 수요 자체 흡수 가능성
하지만 문제는 수요 증가가 곧바로 설비 발주로 이어지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글로벌 태양광 모듈 생산능력은 이미 1400GW에 달해 수요의 두 배를 넘는다. 공급 과잉 속에서 주요 고객사들은 설비 투자에 신중해졌고, 가격 역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2월 태양전지 및 모듈 가격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당분간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발전은 늘지만, 정작 패널 수요가 줄어드는 ‘수요와 공급의 비동조화’가 시장을 흔들고 있는 셈이다.
이런 흐름 속에서 OCI홀딩스가 미국 텍사스에 짓고 있는 셀 공장은 단순한 생산기지를 넘어선 전략적 거점이 될 수 있다. 현재 OCI홀딩스의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고객 대부분은 중국 기업이다. 그런데 미국 정부는 최근 동남아에서 제조된 모듈이라도 중국산 부품이 사용되면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으면서, 중국계 고객사들의 미국 수출이 제한되고 있다. 폴리실리콘 수요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텍사스 공장은 자사 폴리실리콘을 직접 셀·모듈로 전환해 미국 내에서 자체적으로 소화할 수 있는 수직 계열화 통로가 될 수 있다. 미국은 현지에서 생산된 셀과 모듈에 대해 여전히 세액공제와 인센티브를 일부 유지하고 있으며, 텍사스처럼 '에너지 커뮤니티'로 분류되는 지역에선 10%의 추가 혜택도 가능하다. 외부 수요에 의존하지 않고, 규제를 피해 현지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새로운 생존 전략이 열리고 있는 셈이다.
중국산 부품 의존도가 높은 기업이 불이익을 받는 구조가 고착된다면, 비중국 공급망을 갖춘 기업에게는 반사이익의 여지가 생긴다. OCI홀딩스는 차별화된 기술력과 미국 내 생산 확대라는 두 가지 축을 갖춘 만큼, 불확실한 규제 환경 속에서도 반전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는 입지에 있다.
태양광 발전 수요는 분명히 증가하고 있다. 하지만 그 혜택은 기술력만으로 자동 보장되지 않는다. 규제와 정책이라는 외생 변수가 성패를 가르기 시작한 시장에서, OCI홀딩스가 ‘태양광 역설’을 돌파할 수 있을지는 결국 전략의 속도와 실행력이 가늠자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