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시내 공인중개사무소들. (사진=문재혁 기자)

6·27 대책으로 대출 규제가 강화된 이후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가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내국인만 잡는 역차별 규제라는 불평이 거세지는 가운데 정부와 정치권이 대응에 나섰다. 전문가들은 시장 왜곡과 형평성 문제를 지적하며 상호주의에 기반한 규제를 주문했다.

■ 대책 이후 외국인 매입 급증…중국인 1위

6.27 대책 발표 이후 외국인의 국내 부동산 매입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달 1~17일 서울 지역 집합건물(아파트·오피스텔·다세대·연립주택 등) 소유권 이전 등기를 신청한 외국인은 모두 114명으로, 지난달 같은 기간 97명에 비해 17.5% 늘어났다.

국적을 살펴보면 중국인이 54명으로 제일 많았다. 이들의 등기 신청은 전월 같은 기간 40명에서 54명으로 35% 급증했다. 같은 기간 내국인의 등기 신청이 9950명에서 6959명으로 30.1% 감소한 것과 사뭇 대조된다.

외국인의 주택 매입은 증가한 반면 내국인 거래는 줄어들어 규제 형평성에 대한 지적이 나오고 있다. 내국인의 경우 6·27 대책에 따라 주담대가 6억으로 제한되고 다주택자 대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실거주 전입의무 등 추가 규제도 이어졌다.

서울 시내 아파트들. (사진=연합)

반면 외국인은 해외 은행을 통해 국내 규제를 피해 자금 조달이 원활하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중국인이 국내에 보유한 주택은 5만6301호로 전체 외국인 소유 주택의 56.2% 수준이었으나, 같은 기간 주담대는 1만4000건에 불과해 약 24.8%만이 국내은행을 통해 대출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체 중국인 보유 주택의 약 4분의 3이 국내 대출 외 자금으로 취득됐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다만 한 건의 대출로 여러 채를 담보로 잡는 경우 등은 포함되지 않았다.

외국인들은 실거주 요건에서도 자유롭다. 국내에 주소지가 없거나 다주택자 여부를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주택 구매시 6개월 내에 기존 집을 처분해야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는 내국인의 사정과 비교된다.

이로 인해 역차별 논란이 일고 있다. 강화된 대출 규제로 어려움을 겪는 것은 국내 은행 대출 비중이 높은 내국인뿐이라는 불만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중 국내 주택 구매비율이 높은 중국의 경우 한국인의 현지 부동산 취득을 금지·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상호주의 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쏟아진다.

■ 여야 "역차별 해소, 상호주의 원칙 준수"

논란이 지속되자 정부와 정치권 모두 대응에 나섰다. 서울시의 경우 외국인이 부동산 거래를 신고할 때 자금 조달 검증과 이상거래 정밀 조사 등 관리체계를 강화하기로 했다. 지난달 말부터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외국인이 취득한 부동산을 점검하고 허가 목적에 맞지않는 사례를 적발, 이행 명령 조치를 내렸다. 이번달부터는 자치구, 국토교통부와 함께 '부동산 이상 거래 및 토지 거래 사후 이용 실태 합동 조사'도 운영하는 등 외국인 부동산 관련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언주 의원(왼쪽)과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의 발언모습. (사진=연합)

정치권에서는 여야 모두 상호주의 원칙에 기반해 외국인 부동산 투자자 투기를 방지해야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이언주 최고위원이 "우리 국민에 비해 외국인들이 부동산 규제를 피해 나가는 역차별은 있어서는 안 된다"며 "부동산 규제와 관련해 철저하게 상호주의 원칙을 따라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에서는 김은혜, 주진우 의원 등이 외국인 부동산 거래를 제한하는 개정안을 다수 발의했다. 법안에는 기존 신고제에서 허가제로 거래 방식 변경, 상호주의 원칙 법률 명시 등 외국인 부동산 투자자의 투기를 차단하기 위한 내용이 담겼다.

■ "외국인 보유 비중 작지만 시장왜곡 가능성, 규제필요"

전문가들은 외국인의 부동산 매입이 시장 왜곡 등 주거불안정을 야기할 수 있다고 지적하며 상호주의에 기반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외국인의 주택 보유 규모가 크지 않지만, 규제 없이 소유권 취득이 누적되면 향후 규제가 어려워질 것"이라며 "상호주의에 기반한 기준을 수립하고 거래호가제 도입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 소장은 "외국인 보유 비중은 0.5%에 불과하나 강남 등 핵심지역에 몰리면 시장 왜곡이 커질 수 있다"며 "우리 국민만 규제를 겪고 외국인은 규제 사각지대에 있는 셈이니 형평성 차원에서 규제를 새로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