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지속가능한 e스포츠를 위한 마케팅·스폰서십 점검' 간담회가 열렸다. (사진=김태현 기자)

지속가능한 e스포츠를 위해 산업 구조의 근본적 개편과 공공·민간 협력 강화가 시급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간담회의실에서 '2025 e스포츠 토크 콘서트: 화려함 뒤의 내실을 묻다–지속가능한 e스포츠를 위한 마케팅·스폰서십 점검' 간담회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김용빈 오산대학교 교수, 박형준 T1 사업단장, 위영광 SOOP 콘텐츠제작본부장, 임동환 한국프로축구연맹 팀장,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과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유현석 한국콘텐츠진흥원 직무대행은 개회사에서 "최근 T1의 활약이 한국 e스포츠의 국제적 위상을 높이고 있다"면서도 "다만 국내 e스포츠 산업의 경우 제도적 기반과 비즈니스 모델 확충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과장은 "e스포츠는 K-콘텐츠 확산의 동력으로 자리잡았"며 "우수한 선수 층과 체계적 리그 운영을 바탕으로 글로벌 경쟁력 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구조적 문제와 불안한 수익구조로 인한 만성적 적자가 산업 발전을 저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이번 행사가 내실 있는 성장 방안을 찾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박형준 T1 사업개발팀장. (사진=김태현 기자)

산업 자생력 약화·스폰서 효용 저하

이날 참가자들은 국내 e스포츠 산업이 수익 측면에서 구조적 한계에 놓였다고 입을 모았다. 미디어 환경의 변화로 e스포츠 산업이 스폰서 기업들에게 있어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니게 됐고, 각 구단 역시 홈 구장의 부재와 같은 인프라 문제로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는 분석이다.

박형준 T1 사업개발팀장은 "현재 국내에서 흑자를 내는 e스포츠 구단은 거의 없다"며 "기성 스포츠와 달리 구단이 자체 홈경기장을 보유하지 못해 수익 활동이 제한된다"고 짚었다. B2C 영역에서도 매출을 이끌어낼 수 있는 사업 모델이 필요하다는 제언이다.

마찬가지로 위영광 SOOP 콘텐츠제작본부장은 "이제는 스폰서들이 e스포츠 콘텐츠에서 느끼는 ROI 효용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올해 SOOP에서 제작한 약 200개의 e스포츠 콘텐츠 중 실제 스폰서가 붙는 건 5%에 불과하다"며 "국내 시장은 글로벌과 비교해 스폰서 매력도가 낮고, 대회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기업이 사실상 전무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임동환 한국프로축구연맹 팀장은 "e스포츠는 선수 활용과 팬 접점에서 전통 스포츠보다 경직된 구조를 보인다"며 "홈 경기장 부재로 팬과의 물리적 교류가 어렵고, 브랜드 노출이 제한돼 스폰서 가치 확보에 불리하다"고 짚었다.

위영광 SOOP 콘텐츠제작본부장. (사진=김태현 기자)

지역·풀뿌리 기반 강화 필요…"단발성 이벤트로는 한계"

김용빈 오산대 교수는 "e스포츠는 학생과 청년층의 관심이 높지만, 산업 생태계는 여전히 로컬 수준에 머물러 있다"며 "단발성 대회에서 벗어나 시즌제·플랫폼화된 구조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따라서 그는 "지자체, 혹은 각 대학과 협력한 풀뿌리 리그를 통해 지역상권과 관광을 연계하는 모델을 구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최재환 문화체육관광부 게임과장은 "산업 자생력 강화가 전제돼야 하지만, 정부는 현재 인프라를 중심으로 지원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최 과장에 따르면 현재 부산·광주·대전·진주에 상설경기장을 운영 중으로, 오는 2026년 제천에 신규 e스포츠 경기장 건설을 준비 중이다.

다만 지역 경기장의 경우 관람객 모객의 한계로 적자를 면치 못하는 상황이다. 이에 최 과장은 "국산 게임 IP 확대와 응원문화 조성 등 비경기 중심의 e스포츠 참여 확대 방안도 병행돼야 할 것"이라고 전했다.

위영광 SOOP 본부장은 "국내 e스포츠는 페이커를 비롯한 일부 인기 스타를 중심으로 흥행이 유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20년 전에 비해 e스포츠로 벌어들이는 매출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반면, 관련 예산은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중국과 사우디는 국가 주도의 투자를 통해 지역리그와 도시개발을 연계하고 있다"며 "국내 e스포츠도 해외 시장, 특히 동남아 등 신흥시장으로 눈을 돌려야 한다"고 제언했다.

각 종목사 규제로 인한 콘텐츠 제작, 데이터 활용의 어려움도 짚었다. e스포츠는 특정 IP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분야인 만큼 이를 임의로 활용하기가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김용빈 오산대 교수는 "지역에서 대회를 유치해도, 캐릭터 활용과 같은 영역에서 대회을 홍보하는 데 애로사항이 많다"면서 "관련 연구를 진행하려고 해도 종목사가 데이터를 갖고 있어 노출 수나 시청시간 외에는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박형준 T1 사업단장은 "게임 자체의 IP를 지니고 있지 않은 만큼, 선수단의 IP 및 T1의 자체 IP를 활용해 사업을 전개해나가고 있다"면서 "마찬가지로 팬들의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어야 마케팅을 깊이 있게 전개하고 스폰서들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