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토리피, EMK뮤지컬컴퍼니 제공
강하늘의 출연으로 화제를 모은 연극 ‘환상동화’는 예매와 동시에 매진됐다. 강하늘은 다음달 12일까지 27회 가량 무대에 오를 예정이다. ‘매진’됐다고 티켓이 없는 것이 아니다. 티켓 예매에 실패한 일부 팬들이 향한 곳은 중고 거래 사이트다. 물론 정상 가격으로 구매할 순 없다. 좌석에 따라 적게는 몇 만원부터 많게는 두 배가 넘는 가격으로 판매가 되고 있다. 대부분의 게시물은 올라 온 직후 ‘판매 완료’됐다.
9일 개막하는 ‘웃는 남자’의 티켓도 어느 새 ‘판매’ 대상에서 ‘거래’ 대상으로 바뀌었다. 이 작품에는 엑소 수호와 슈퍼주니어 규현이 주인공 그윈플렌 역으로 출연한다. 티켓은 매진됐고, 중고 거래 사이트에 올라온 티켓에는 대부분 프리미엄이 붙은 채 판매되고 있었다.
유명 콘서트나 스포츠 경기에서 주로 활약하던 암표상들이 연극이나 뮤지컬로 옮겨온 시점은 스타 캐스팅이 이뤄지면서부터다. 2006년 즈음 브라운관에서 활동하던 배우들이 연극 무대로 이동했고, 이후 2010년 이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그러면서 암표 역시 활동 반경을 넓힌 것이다. 여기에 오프라인에서만 진행되던 암표는 온라인으로 이동했고, 그 수법조차 다양해졌다.
현장에서 티켓 매매 및 양도를 방지하기 위해 신분증을 확인한다고 하지만, 현장 인력으로 한꺼번에 몰린 관객들을 일일이 확인하기도 어렵고, 선구매 후거래의 형식의 온오프라인 연계도 진행돼 사실상 신분증 검사가 무의미할 경우도 많다. 이를 노린 사기 역시 활개를 치는 상황이다.
결국 절차적인 강화와 더불어 업계 관계자들의 ‘노력 의지’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까지 이르렀다.
사진=중고나라 사이트 캡처
사진=중고나라 사이트 캡처
한국뮤지컬어워즈는 지난해 티켓 불법거래 근절 캠페인을 열기도 했다. 이 캠페인은 뮤지컬인들이 대거 참여하는 행사를 기점으로 모든 뮤지컬인들이 티켓 불법거래의 문제점을 공감하고, 나아가 모든 공연예술계에서 불법거래를 근절하자는 의지를 다지기 위해 마련됐다. 시상식 당일 로비에서 캠페인 취지에 공감하고 참여하고자 하는 모든 노미네이트 후보자들과 출연진, 뮤지컬 관계자 및 관객으로부터 서명을 받고 불법거래 퇴치를 상징하는 로고가 들어간 배지를 나눠주기도 했다.
또 (사)한국뮤지컬협회는 서명명단을 주무기관인 문화체육관광부와 국회에 전달해 향후 티켓 불법거래 퇴치를 위한 법제화 마련에도 적극 앞장서겠다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이를 제재할 현행법은 없다. 국회에서도 여러 차례 관련 법안이 발의 됐지만, 폐기되거나 계류 중이다.
‘환상동화’를 홍보하고 있는 스토리피 관계자는 “‘환상동화’ ‘환동’ 등 다양한 키워드로 모니터링을 진행 중에 있다. 이 과정에서 불법거래로 의심되는 판매 건들에 대해서는 소명 요청을 하고 있다. 제대로 소명하지 않으면 예매가 취소된다. 실제로 현재 취소된 사례들이 있다”고 밝혔다.
공연계 암표 근절의 방법으로는 꾸준히 팬들의 성숙된 문화의식을 꼽아왔다. 수요가 있는 이상, 공급도 존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단순히 팬들의 문화의식 변화에만 기대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현재 경찰과 문화체육관광부는 매크로 암표 구매와 암표의 온라인 판매 등에 대해 업무 협약을 맺고 본격적으로 활동에 돌입했다.
그간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의 암표 판매가 버젓이 진행되어 왔는데, 경찰은 경범죄가 아닌 형법상 업무방해죄 등을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시작했다. 이번 경찰과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업이 유통 질서를 교란하고, 불공정한 티켓 거래를 일삼는 이들에 경종을 울릴 수 있도록 유의미한 결과로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