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딸 채용비리와 관련, 뇌물수수 혐의로 받은 재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채용비리, 뇌물수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성태 자유한국당 의원에게 무죄가 선고되자 KT새노조가 성명서를 내고 “커다란 허탈감과 분노를 감출 길 없다”고 말했다.
김성태 의원의 딸 부정채용 청탁사건에 대해 오늘(17일) 법원은 무죄를 선고했다. 이 사건의 고발 당사자이자 가장 선두에서 KT 부정채용에 맞서 싸운 KT새노조는 “주지하다시피, 김성태 의원 딸의 부정 채용 의혹으로 시작된 수사 결과, KT가 광범위하게 부정채용을 자행했음이 사실로 드러나 우리사회 청년들에게 커다란 충격과 상대적 박탈감을 주었다. 그리고 관련 KT 임원 다수가 이로 인해 유죄판결을 받은 바 있다”며 재판 결과에 의문부호를 남겼다.
이날 재판에서는 부정 채용이 사실로 확인되면서 법적 쟁점은 부정채용이 김성태 의원의 청탁에 의한 것이냐로 좁혀졌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 1심 법원은 ‘부정채용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에 노조는 “그런데 부정채용은 있었으나 청탁은 없었다는 법원의 판결은 은밀히 진행되는 부정채용의 실상을 완전 무시한 판결이라 규탄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하게 반발했다.
그러면서 “은밀하게 이루어지는 부정채용이 백일 하에 드러나기란 결코 쉽지 않다. 많은 청년들은 우리 사회에 아빠 찬스를 이용한 부정채용이 적지 않다고 느끼고 있지만, 그 전모가 적나라하게 밝혀진 것은 사실상 KT가 처음”이라며 김성태 의원의 혐의를 다시 한번 들췄다.
이어 노조는 “유력자 자제들을 합격시키기 위해 원서 접수 마감 이후 원서를 받아주고, 면접 등 각종 점수를 조작해서, 아빠가 유력자라는 이유로 탈락자를 합격자로 둔갑시켜준 우리 사회의 음습한 일면이 KT 부정채용 사건을 통해 드러난 것”이라며 “우리는 김성태 의원의 단죄를 통해 많은 청년들을 눈물 짓게 만든 부정채용 청탁자들이 처벌받고 이것이 다시 계기가 되어 사회 곳곳에서 부정채용 청탁자들에 대한 폭로로 이어져 우리 사회의 부정채용이 사라지는 선순환을 기대했다” 말했다.
그러면서 “그러나 결과는 참담했다. 김성태 의원을 포함해서 12건에 이르는 부정채용 사건의 이른바 유력자들은 단 1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단지 부정채용에 가담한 kt임원들만 처벌받았을 뿐이다”라고 토로했다.
노조는 또 “이는 법원이 사실상 부정채용 관련자들에게 닥치고 있으라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고 유력자들은 아무런 부담없이 채용청탁하라고 권장한 것에 다름없지 않은가”라고 반문했다.
앞서 이날 오전 서울남부지법 형사13부(신혁재 부장판사)는 17일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된 김성태 의원과 뇌물공여 혐의를 받는 이석채 전 KT 회장에 대해 선고공판을 열고 모두 무죄를 선고했다.
김 의원은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던 2012년 국정감사 기간에 이 전 회장의 국감 증인채택을 무마해주고 그 대가로 '딸 정규직 채용' 형태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작년 7월 재판에 넘겨졌다.
김 의원의 딸은 2011년 파견 계약직으로 KT 스포츠단에 입사해 일하다 2012년 KT 신입사원 공개채용에서 최종 합격해 정규직이 됐다. 검찰은 김 의원의 딸이 부정하게 정규직으로 채용됐고, 이러한 부정 채용을 이석채 회장이 지시해 정규직 채용 형태 뇌물을 지급했다고 봤다.
그러나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핵심 증인이었던 서유열 전 KT 사장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어 범죄가 증명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유열 증인은 김 의원과 이 전 회장이 2011년에 만나 딸 채용을 청탁했다는 취지로 증언했지만, 카드결제 기록 등을 보면 (김 의원의 딸이 대학을 졸업하기 전인) 2009년에 이 모임이 있었다고 보는 것이 맞다"며 "증거를 토대로 보면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의 딸 채용을 지시했다는 서유열 증인의 진술은 믿기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전 회장이 김 의원에게 뇌물을 공여했다는 혐의가 합리적 의심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이 전 회장의 뇌물공여 행위가 증명되지 않았다면 김 의원의 뇌물수수 행위도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판결 이유를 밝혔다.
선고공판을 방청하기 위해 법정을 가득 채우고 있던 김 의원의 지지자들은 재판장이 무죄를 선고하자마자 "오케이!" 등 환호성을 지르며 박수를 쳤다.
김 의원은 무죄 선고 이후 법정에 찾아온 장제원 의원과 한동안 얼싸안고 감격스러워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법정을 나서면서 "검찰은 7개월 간의 강도 높은 수사와 6개월간의 재판 과정에서 할 수 있는 모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처벌하려 했다"며 "그러나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특별한 (처벌) 이유를 찾지 못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