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건설사들이 올해 상반기 재개발·재건축 등 대형 정비사업 수주에서 사상 최대에 근접한 성과를 거두며 일감 확보에 성공했다. 그러나 미분양,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 복합 악재로 인해 실적은 기업별로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증권가와 업계는 하반기 금리 인하와 공공주택 공급 확대, 원가믹스 개선 등으로 실적 반등을 기대하고 있다.
개포우성7차 재개발 단지. (사진=네이버 지도 갈무리)
■ 수주 호조와 실적 격차, 그 배경은?
삼성물산, 현대건설 등 상위 10대 건설사의 상반기 누적 수주액은 28조원을 넘어 전년 연간 수준에 육박한다.
구체적으로 삼성물산은 한남4구역, 신반포4차, 장위8구역 등에서 5조7195억원을, 현대건설은 개포주공6·7단지, 구리 수택동 등에서 5조5357억원을 수주했다.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DL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GS건설 등도 각각 2조원 이상의 대형 프로젝트를 따내며 수주 경쟁에서 승기를 잡았다.
하지만 수주는 많아졌지만 실적은 뚜렷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수주 호조는 일감을 확보했다는 의미지만, 실제 실적은 미분양,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 복합 악재에 좌우된다”고 지적했다.
올 1분기만 보더라도 대형건설사들은 고금리, 미분양, 원자재 가격 상승 등 삼중 악재 속에서 실적 악화를 겪었다. 삼성물산은 전체 연결기준 매출 9조7370억원, 영업이익 7240억원을 기록했으나, 건설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감소했다. 현대건설은 매출 7조4556억원, 영업이익 2137억원으로 소폭 감소했다.
다만, 대우건설과 DL이앤씨는 영업이익이 각각 31.8%, 33% 증가하며 수익성 중심 경영의 효과를 보이는 곳도 있었다. 대우건설은 주택건축과 플랜트 부문의 수익성 개선에 힘입어 영업이익률이 4.6%에서 7.3%로 크게 올랐다. DL이앤씨는 저수익 현장의 매출 비중이 줄어들며 수익성이 개선됐다. GS건설은 인프라사업본부 매출이 31% 증가하며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 실적 격차의 구조적 원인…하반기엔 달라질까
상반기 대형 프로젝트 수주는 호조를 보였지만, 실적 격차는 미분양 위험, 고금리, 공사비 상승 등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됐다. 증권가는 “수주 호조는 단기적으로 주가에 긍정적이지만, 실적 반등에는 한계가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주택사업 중심의 건설사는 지방 미분양 증가로 인해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반면 플랜트, SOC 등 사업 다각화에 성공한 건설사는 원가율 개선과 수익성 회복에 성공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안타증권은 “상반기 실적은 예고편에 불과하고 진짜 승부는 미분양 위험 관리, 해외 수주 확보와 사고 리스크 대응 능력에서 갈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올 하반기는 건설업계가 어깨를 펼까. 업계와 증권가에 따르면 하반기 실적 회복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다. 주요 근거는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또한 공공주택 공급 확대와 원가믹스 개선 등도 실적 회복의 주요 동력으로 꼽힌다.
미래에셋증권은 “하반기에는 2021~2022년 착공 현장 준공에 따른 원가믹스 개선 효과가 지속되고 주택공급 정책 구체화가 실적 성장 기대감의 근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의 공공주택 공급 확대 정책이 하반기 실적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라는 것이다. 수도권 중심의 대형 정비사업 수주에 더해 해외 인프라 수주 확대도 실적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두산에너빌리티 등 원전주가 계속 오르며 기대감을 보이는 것처럼 원전·플랜트 등 해외 수주 확대가 건설사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