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인지 감수성이 부족한 오덕식 판사가 N번방 사건을 심리해서는 안됩니다”
이 같은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은 40만 명의 동의를 얻었다. 고 구하라, 고 장자연 등의 사건을 맞아 피의자에게 혐의 없음 처분을 내린 바 있는 오덕식 판사가 N번방 사건의 미성년 운영자 이 모군(태평양) 심리를 맞게 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은 동요했다.
결국 판사가 바뀌었다. 서울중앙지법은 오늘(30일) 형사20단독 오 판사가 n번방 운영자 사건 재판부를 바꿔달라고 직접 재배당을 요구했다. 오 판사가 해당 재판을 맡기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다고 인정된다며, 예규에 따라 사건을 형사22단독(박현숙 판사)에 재배당했다고 밝혔다.
오덕식 판사가 N번방 관련 사건을 맡는 것을 반대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은 40만 건 넘는 동의를 얻었다. (사진=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 캡처)
법원은 “배당된 사건을 처리함에 현저히 곤란한 사유가 있어 재판장이 그 사유를 기재한 서면으로 재배당 요구를 한 때 등에 한 해 이미 배당이 확정된 사건의 재판부를 변경할 수 있다”면서 “서울중앙지법은 오 판사가 사건 재배당을 요청하는 서면을 오늘 사건배당주관자인 형사수석부장판사에게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오덕식 판사가 내려놓은 이모 군 사건은 서울중앙지법 형사 22단독 박현숙 판사에게 재배당 됐다.
그런가 하면 이날 오전에는 오덕식 판사를 교체라하는 기습 시위도 벌어졌다. 민중당 당원 5명과 유튜버 2명은 30일 오전 10시 10분쯤 서울 서초구 법원종합청사 1층 로비에서 “오덕식 판사를 교체하라” 등 구호를 외친 뒤 연좌시위를 벌였다.
법원 측은 “시위자들이 예고없이 법원에 몰려왔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을 체포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이군 사건을 맡은 판사를 바꿔 달라는 취지의 민원을 접수하러 왔다가 법원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했다. 업무방해나 폭력 등 형사 사건에 해당하지 않아 이들을 현장에서 체포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오덕식 판사는 과거 고 구하라씨를 불법촬영하고 폭행·협박한 혐의로 기소된 최종범 씨에게 집행유예를 선고한 인물이다. 최씨의 불법촬영 부분을 무죄로 판단했다. 당시 오덕식 판사는 “구씨가 최씨에 먼저 호감을 표시했다는 정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구씨의 명시적 동의가 없었지만 구씨 의사에 반해 촬영이 이루어졌다고 볼 수는 없다”고 했다. 구씨 사망 이후 가해자 중심적인 성범죄 양형기준을 재정비해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는 20만 명이 서명했다.
또 배우 고 장자연씨를 술자리에서 강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전 조선일보 기자 조모씨(50)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그는 “당시 술자리는 피해자가 손님들을 ‘접대’하기 위한 자리가 아니라 소속사 대표의 생일을 축하하기 위한 ‘친목도모’ 자리였기 때문에 추행이 일어났다고 보기 어렵다”고 무죄 선고 이유를 설명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