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단체 콜린알포세레이트 약가 조정도 반대, 발사르탄 사태 때 투입된 재정 손실금 책임도 NO(자료=게티이미지뱅크)
건강보험당국과 제약사들 사이에 냉랭한 기운이 맴돌고 있다. 당국은 국민들이 낸 건강보험료를 아끼겠다는 취지의 정책을 내놓고 있는데, 그로 인해 제약사가 금전적 손해를 입게 되는 상황에 놓인 탓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는 치매 치료제로 쓰이는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해 보험급여 혜택을 줄인다고 밝혔다. 치매 치료제로 정식 허가가 나진 않았으나 현재 국내에선 알츠하이머 환자 4명 중 1명에게 처방되고 있는 전문의약품이다. 약평위는 해당 약물이 치매 약으로 정식 허가도 받지 않았는데 건강보험이 적용돼 막대한 보험급여비가 투입되고 있는 점을 꼬집었다.
효능도 검증되지 않은 약물 때문에 건보재정이 심각하게 축나고 있다는 것이다. 많은 해외 국가에서도 그렇고 국내에서도 치매 치료 목적보다는 기억력 감퇴나 어눌함 등을 예방하는 영양제처럼 복용되고 있다는 게 심평원 주장이다.
이에 심평원은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해 중증·일반 치매에만 현행 급여를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경도 인지장애나 정서불안, 노인성 우울증 등 치매 진단이 아닌 경우에는 선별급여를 적용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약값 본인 부담률이 30% 수준이던 환자들은 앞으로 치매 진단이 없을 시 80%를 부담하게 됐다.
이에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를 판매 중인 제약사 66곳이 반기를 들고 나섰다. 환자 의료비 부담을 낮추고 의료접근성을 높이겠다는 보장성 강화대책의 근본 취지에 전면 배치된다는 입장이다. 특히 현재 국내 의약품 가운데 따로 치매 치료제로 나와 있는 제품이 없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치매 치료에 정확한 효과가 검증되지 않았어도, 치매 환자들이 복용할 만한 약품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또 건보재정 절감을 이유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보장률을 떨어뜨리는 것은 치매국가책임제와도 어긋난다고 입을 모았다. 이 같은 제약사들의 주장에도 어느 정도 일리는 있어 보인다. 뇌 영양제 정도로 해당 약물을 복용하던 환자들이 갑작스럽게 높아진 악값을 감당하기 힘들 수 있다. 다만 제약사들의 이 같은 주장이 순수하게 환자들을 위한 것인지는 의문이다.
과거 고혈압약 발사르탄 제제에서 발암물질인 NDMA가 과다 검출돼 대대적인 회수 소동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 때 투입된 건보공단 재정은 무려 20억원 규모였는데, 공단 측은 이에 대해 해당 제약사들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반면 잘못된 약품을 판매해 공단 재정을 축낸 제약사들은 나몰라라했고 현재도 소송전을 이어가고 있는 중이다.
약 복용이 필요한 국민이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좋다. 다만 국민 건보료가 포함된 건보당국 재정이 제약사들의 이익에 따라 좌지우지된다면 국민들의 불만은 더 쌓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