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예방약에 대한 본인 부담금이 두배 이상 오르게 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치매로 발전 가능성이 높은 경도인지장애 환자에게도 널리 처방되던 약이다. 다만 치매 환자에게는 그대로 건강보험 급여가 적용된다. 치매 ‘치료’에는 그대로 급여혜택을 주지만 치매 ‘예방’ 목적으로 처방받는 환자에는 급여를 대폭 축소한다는 방침이다.
관련업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11일 열린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항목을 축소했다고 15일 밝혔다.
당초 치매 증상은 물론이고 감정·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증상이 있는 환자 처방 시에도 해당 약품에 대한 급여혜택이 들어갔다. 이 같은 급여혜택이 축소되면서 기존에는 약값의 30%만 내던 환자들이 80%를 부담하게 되는 것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 시장 24.8% 점유하고 있는 대웅바이오와 19.5% 차지한 종근당 제품 사진(자료=대웅바이오, 종근당)
심평원 측은 해당 약물의 경도인지장애 개선 학술적 근거가 부족하다며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비급여 대시 본인 부담 80%를 적용한 이유에 대해선 임상 현장에서 많이 사용되고 있는 만큼 사회적 요구도가 있다고 판단했다는 입장이다.
약평위에선 콜린알포세레이트의 효능효과 1에 대해서만 급여혜택을 인정했다.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으로, 기억력 저하와 착란, 의욕 및 자발성 저하로 인한 방향감각 장애, 의욕 및 자발성 저하, 집중력 감소 등이 포함된다.
효능효과 2부터는 이번에 선별급여로 전환됐다. 감정 및 행동 변화, 정서불안, 자극과민성, 주위무관심 등이다. 약물의 효능효과 3은 노인성 가우울증 등으로 평가됐다.
콜린알포세레이트는 지난 2016년 이탈리아 제약사의 오리지널 특허권이 풀린 뒤 수많은 제네릭 의약품으로 출시됐다. 부작용이 거의 없어 치매 치료는 물론, 예방 차원의 처방이 급증하며 지난해 국내에서는 3500억 원대 처방액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지난해 해당 약물을 처방 받은 환자 중 치매 환자는 고작 17% 수준에 불과했다. 나머지는 경도인지 장애나 뇌 관련 질환, 기타 불안장애와 우울증 등 질환 등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들에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효능효과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음에도, 부작용 우려가 적고 보험급여 적용으로 비용 부담이 적어 예방약이나 영양제 개념으로 많이 처방됐다고 전문가 등은 입을 모으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현재 실질적인 치매 예방약이 없는 상황에서, 근거가 있는 모든 약제를 적극 사용해 치매 진행을 늦추는 것이 장기적으로는 국가적 이익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복용 중이던 환자가 갑작스런 약제비 부담 상승으로 불안감을 느낄 수 있다”며 “멜라토닌처럼 국내에서는 사먹기 부담스러운 약품이 돼,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된 해외 국가에서 직구를 통해 복용하는 환자가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