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김재범 기자]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낼 때 일반적으로 ‘씬스틸러’라 부른다. ‘장면을 훔친다’는 뜻으로 씬(Scene)과 훔치는 사람(Stealer)을 합쳐 부른다. 흔히들 드라마와 영화 속 조연급 배우들에게 이 같은 타이틀이 선사된다. 하지만 다른 의미로 보자면 진정한 씬스틸러는 관객 오감을 자극하는 단 한 장면의 주인으로 부르고 싶다. 지난 몇 년간 영화 속 최강 존재甲은 누가 있었나. ‘베스트 5’를 선정했다.
■ ‘부산행’ 심은경…“어디에 나왔는데?”
국내 최초 좀비 재난 영화로 출발한 ‘부산행’의 흥행이 심상치 않다. 20일 개봉 첫 날 ‘부산행’은 국내 개봉 영화사상 최고 오프닝 스코어를 기록하며 1000만 흥행을 예고하고 나섰다.
이 영화 흥행 포인트는 단연코 ‘좀비’다. 이미 전 세계 영화 시장에서 한 차례 흥행 광풍을 휩쓸고 지나간 소재가 바로 ‘좀비’다. 워낙 인기가 높았기에 ‘좀비 장르’로 따로 불릴 정도다. ‘부산행’ 흥행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 영화에는 수 많은 좀비가 등장한다. 어림잡아 수백 명의 ‘좀비 엑스트라’가 나온다. 이 가운데 관객들 눈을 의심케 하는 한 장면이 있다. ‘부산행’ 주요 공간인 ‘KTX’안에 좀비 바이러스를 퍼트리는 딱 한 명(좀비)이 눈에 띈다. 끔찍스런 좀비 분장과 기괴한 꺾임의 몸동작이 눈길을 끈다. 얼굴이 자세히 나오지는 않지만 조금만 신경을 쓰고 보면 알아 볼 수 있다. ‘써니’ ‘수상한 그녀’ 단 두 편으로 무려 1600만 관객을 동원한 배우 심은경이다.
대사 한 마디 없이 심은경이 첫 테이프를 끊은 ‘부산행’의 끔찍한 재난은 국내 영화 사상 다시없을 흥행 광풍의 시작점이 됐다.
■ ‘인천상륙작전’ 추성훈…“사랑이 아빠 언제 북으로?”
올해 개봉하는 한국영화 ‘빅4’ 가운데 전쟁블록버스터 ‘인천상륙작전’은 할리우드 특급스타 리암 니슨의 출연으로 제작단계부터 화제를 모았다. 이정재 이범수 '특급 남남 케미'도 이 영화의 볼거리다.
영화 개봉 전 언론에 공개된 결과물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했다. 연합군의 대규모 상륙작전을 그린 스케일과 전쟁 영화 특유의 스펙터클은 시선을 압도했다. 여기에 첩보영화로 착각할 만한 특유의 긴장감도 팽팽했다.
무엇보다 이 영화의 볼거리는 영화 곳곳에 숨은 깜짝 놀랄 ‘특별출연’이다. 이 가운데 스치듯 지나가는 한 배우가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남한 해군첩보부대 장교 장학수 대위(이정재)와 격렬한 격투를 벌이는 북한군 병사가 눈에 띄었다. 이정재를 집어던지는 모습이 흡사 이종격투기를 보는 듯하다. 선이 굵은 외모와 거구의 몸집이 눈에 띄었다. 영화가 끝난 뒤 엔딩 크래딧으로 확인된 이름은 ‘사랑이 아빠’ 추성훈이다.
제작사 태원엔터테인먼트 정태원 대표가 제작한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속에 등장했던 인연이 이번 출연으로까지 이어졌다고 한다. 추성훈 외에도 박성웅 김선아 김영애 등이 특별출연으로 이름을 올렸다.
■ ‘베테랑’ 마동석…“이게 바로 특급 존재감”
1000만 흥행작 ‘베테랑’은 이견이 필요없는 최고 흥행작 중 한 편이다. 류승완 감독과 황정민의 호흡이 만들어 낸 충무로 최고 액션 쾌감이 자랑거리다. 배우 유아인의 섬뜩한 악역은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였다.
하지만 이 영화가 흥행한 뒤 엉뚱하게도 스포트라이트는 다른 배우가 받게 됐다. 영화 마지막 채 1분도 안 되는 출연으로 ‘베테랑’ 최고 수혜자로 등극한 배우다. 사실 ‘베테랑’이 이 배우로 인해 더 유명해졌단 말이 맞는 해석일 수도 있다. 바로 ‘아트박스 사장’ 마동석이다.
그는 영화 마지막 황정민과 유아인의 결투 장면에서 뜬금없이 등장한다. 인파 속에서 거대한 덩치의 마동석이 등장해 “나 아트박스 사장인데”란 대사를 전한다. 이 대사는 후에 최고의 유행어가 됐다.
사실 마동석은 이 영화에 배우 오대환이 맡은 ‘왕형사’로 먼저 캐스팅이 됐었다. 하지만 다른 작품 촬영 스케줄과 겹치면서 어쩔 수 없이 하차를 하게 됐다. 이후 제작진과의 논의 끝에 카메오 출연이 결정된 것이다.
■ ‘수상한 그녀’ 김수현…“별에서 오신 그대여”
누적 관객 수 865만을 기록한 ‘수상한 그녀’는 심은경의 티켓 파워를 다시 한 번 증명한 화제작이었다. 이 영화 흥행은 사실 국내에서도 큰 예상을 하지 못했다. 하지만 ‘연기 교과서’로 불리는 원로 배우 나문희의 존재감과 심은경의 찰진 연기가 시너지를 발휘하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이후 동남아 여러 국가와 중국에 수출돼 리메이크 되며 ‘신드롬’의 주인공이 됐다.
하지만 이 영화가 주목 받았던 최고 히든카드는 영화 속 마지막 장면에 등장하는 깜짝 놀랄 카메오에 있었다. 마법 같은 사진관에서 젊음을 얻게 된다는 콘셉트가 나문희-심은경의 2인 1역을 완성했다. 이 콘셉트는 극중 나문희의 상대역인 박인환에게도 적용된다.
영화 말미에 등장하는 오토바이 장면에서다. 이 영화를 본 관객이라면 단연코 비명을 지를 장면이다. 극중 박인환이 나문희와 마찬가지로 마법 사진관에서 ‘젊음’을 얻은 뒤 등장하는 장면이다. 주인공은 바로 김수현. 김수현의 영화 속 대사다. “워뗘? 후달려?”
■ ‘써니’ 윤정…“CF의 여신이 돌아왔다”
2011년 개봉해 누적 관객 수 736만을 동원한 ‘써니’는 중년 여성들의 로망을 터치한 신드롬 그자체였다. 이 영화의 흥행과 함께 ‘동창 찾기’가 사회 현상으로 벌어질 정도였다.
영화는 고교 시절 7공주 ‘써니’와 중년의 또 다른 7공주 ‘써니’의 교차 편집을 통해 보여진 추억이었다.
이 지점에서 과거와 현재 모습을 연기한 배우들의 ‘2인 1역’은 묘한 감성을 건드렸다. 나미 춘화 장미 진희 금옥 복희 모두 서로를 찾아가고 서로를 만나 부둥켜안고 옛 추억을 공유한다. 하지만 한 명은 영화가 마무리될 때까지 등장하지 않는다. 불의의 사고로 얼굴에 큰 흉터를 안고 자살기도까지 하는 등 불안한 심리를 드러냈던 멤버 ‘수지’다.
중년의 써니는 춘화의 장례식에 모여 Boney M의 ‘Sunny’에 맞춰 못다한 춤을 춘다. 그리고 마지막 퍼즐이 맞춰지게 된다. 멤버들이 고대하던 수지가 등장한 것이다. 중년 남성들의 로망으로 불리던 1990년대 최고 CF스타 윤정이었다.
윤정은 이 영화의 출연을 한사코 거절했단다. 강형철 감독은 우연히 스튜디오에서 윤정의 사진을 본 뒤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개인적 친분이 있던 '춘화'역의 진희경도 윤정의 출연을 설득했다. 강 감독은 삼고초려를 넘어 십고초려에 가까운 노력을 윤정에게 쏟았다. 그 노력이 하늘에 닿았을까. 윤정은 데뷔 첫 연기 테이트를 ‘써니’로 장식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