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도시 마동석(사진=메가박스플러스엠)
“배우는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을 못 해보고 죽을 수도 있다고.”
멀리서 봐도 한 눈에 들어오는 크고 단단한 몸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별명인 ‘마블리’는 이제 마동석과 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그 반전이 주는 웃음과 짜릿함은 마동석을 알면 알수록 발견된다. 일상 속에서 단어를 메모해가며 시나리오 작업에 몰두하는 마동석은 의외지만 반갑다.
“시나리오 기획 작업을 한다. 단어를 써놓고 기억했다가 설명하고 회의한다. 배우는 자기가 하고 싶은 역할을 못해보고 죽을 수도 있다고 하더라. 그래서 도전을 해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형사물도 그렇고 ‘다이하드’ 같은 것도 하고 싶다.”
그가 시나리오 기획자로 참여해 처음으로 세상에 나온 작품인 ‘범죄도시’는 그래서 더 남다른 의미가 있다. 하얼빈에서 넘어와 기존 조직을 장악한 신흥범죄조직 보스 장첸(윤계상)을 검거하기 위해 나선 강력반의 이야기를 그린 ‘범죄도시’에서 형사 마석도 역을 맡은 마동석은 외형적 모습과 달리 인간미를 갖춘 형사다. 마석도 캐릭터는 마동석의 어릴 적 꿈과도 연결되어 있다.
“어릴 때부터 형사가 되고 싶었는데 억울한 사람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경찰이 되고 싶었지만 배우를 하고 있으니 형사 역할을 하고 싶었다. 속 시원하게 보여주고 싶었다. 친한 형사들이 있는데 ‘왜 우리는 영화에서 항상 사건이 해결된 뒤에 오냐’고 하더라. 제대로 보여달라는 부탁을 했는데 시사회에서 보고 ‘너 내 얘기했냐? 속이 시원하다’고 해서 보람도 느꼈다.”
■ “윤계상이 너무 잘해줘서 더 통쾌해.”
‘범죄도시’는 마동석의 오랜 친구인 강윤성 감독과 4년간 머리를 맞대고 탄생시킨 작품이다. 구구절절한 사연들보단 선과 악의 대립에 집중했고 액션도 리얼함에 초점을 맞췄다. 그 속에서 터지는 웃음 코드도 상당하다. 액션부터 코믹 애드리브까지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했던 마동석의 노고가 곳곳에 묻어났다.
“감독이 시나리오 썼는데 기본 구조를 많이 써줬다. 풍부하게 만든 것은 배우들이다. 오락영화지만 캐릭터가 가볍지는 않다. 캐릭터의 사족이 많아지면 조금 힘이 떨어질 것 같아서 그런 걸 많이 고민했다. 원펀치액션이라고 강조했다고 하는데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실화에 가까운 액션을 붙여놓은 거다. 무술감독도 많은 기술보다도 꼼꼼하게 형사들이 쓰는 제압술 위주로 넣었다.”
마치 히어로로 보이기도 하는 마석도의 상대 장첸은 윤계상이 맡았다. 장발에 연변 사투리까지 장착한 윤계상은 역대급 악인으로 분했고 마석도의 손에 잡히면서 관객들에게 짜릿한 통쾌함을 선사한다. 특히 마지막 화장실 액션신은 마동석의 장기이자 매력을 제대로 살려냈다.
“윤계상이 워낙 기본적으로 운동을 많이 하고 안무를 해서 액션을 잘하더라. 윤계상이 감사한 게 너무 잘해줬다. 저와 감독이 이야기기 했던 게 후반부가 시원하고 통쾌해지려면 쌓여가는 드라마가 확실해야 하는데 그 핵이 장첸이었다. 그 사람이 악랄하고 비열하게 나와야 이 사람이 찾아가면서 통쾌함을 주는데 잘해줬다. 그래서 더 통쾌한 것 같다.”
액션과 코미디를 좋아하는 마동석은 성룡의 영화처럼 국내에서도 브랜드 액션물이 탄생하길 소망했다. 개봉을 앞둔 ‘곰탱이’ ‘원더풀 라이프’도 그가 참여한 작품이고 현재 팔씨름을 소재로 한 ‘챔피언’을 앞두고 팔씨름 국가대표 선수와 훈련 중에 있다. 여기에 지금 막바지 작업 중인 시나리오도 있다. ‘범죄도시’를 시작으로 마동석표 오락액션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성룡 같은 브랜드 액션물이 우리나라는 많이 없다. ‘굿바이 싱글’이나 ‘일대일’ 같은 작품도 했지만 액션 부분은 ‘이웃사람’과 ‘나쁜 녀석들’에서 ‘범죄도시’로 넘어오는 선이라고 생각한다. 그런 걸 하고 싶다. ‘범죄도시’도 시리즈로 두 개 정도는 더 하고 싶다. (드라마로는 어떤가?) 스토리가 길어서 드라마도 해도 재미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