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듬파워(사진=아메바컬쳐)
[뷰어스=이건형 기자] 함께 있으니 더 빛난다. 리듬파워, 그들이 좋아하는 단어로 설명하자면 참 섹시한 그룹이 아닐 수 없다.
리듬파워는 엠넷 ‘쇼미더머니’로 반전 드라마를 쓴 주인공이다. 시즌4 지구인을 시작으로 시즌5 보이비의 본선 진출, 시즌6 행주의 우승까지 랩 실력 하나로 그룹을 수면위로 끌어 올렸다.
“행주가 잘 할 거라는 것에 대해선 의심을 안했어요. 사실 지금도 실감이 안나요. 얼마 전에 보이비랑 밥 먹으면서도 이 얘기를 주고받았죠. 행주가 우승했을 때 현장에서도 울었어요. 그때 앞에서는 참다가 무대 뒤에서 울었는데 기분이 참 묘하더라고요(지구인)”
“어떻게 보면 행주가 과소평가되고 있는 래퍼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번 ‘쇼미’를 통해 이러한 평가가 해소되겠구나 생각은 했죠. 우승까지는 생각도 못했어요. 그런데 ‘레드썬’ 무대를 보고 행주의 우승을 확신했죠(보이비)”
반면 행주는 리듬파워 멤버들 때문에 파이널 무대에서 웃음이 터질 뻔 했다고 한다. 멤버들도 마찬가지. 당시 현장에 ‘리듬파워 앨범 커밍순’이라 프린팅 된 티셔츠를 입고 온 두 사람 때문이다. 지코의 전략이었지만 행주는 혹여나 멤버들을 보다 웃음이 터질까 허공만 바라봐야 했다.
“파이널 무대 때 누구보다 몰입했어요. 그 순간 전 세계에서 제일 몰입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리듬파워 앨범 커밍순’은 지코가 시키는 대로 한 거예요. 마음으로만 하면 안 되냐고 물었어요. 멤버들을 보다 웃음이 터질 수도 있으니까. 진지한 말을 하기엔 오그라드는 사이니까(행주)”
다행히 행주와 멤버들은 각자 허공을 바라보는 것으로 무사히 상황을 넘겼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희생양이 발생한다. 보이비는 “펀치넬로가 우리와 친한데 당시 파이널 공연을 했다. 그 친구가 랩을 하면서 나오는 동선에 우리가 있었다. 순간 우리 티셔츠에 쓰인 ‘리듬파워 앨범 커밍순’을 보고 웃음이 터졌다. 우리가 웃으면 상황이 더 악화될까봐 딴 생각하면서 멍 때렸다”고 한다. 감동적인 사연을 한번 만들어보려 했더니 엉뚱한 대답으로 웃음을 안긴다.
리듬파워(사진=아메바컬쳐)
■ “리듬파워는 보약 같은 친구”
리듬파워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이뤄진 팀이다. ‘주먹짱’ 행주의 주도 하에 꾸려진 이 관계는 15년째 돈독하게 유지되고 있다. 보이비가 말하길 서열 2위는 지구인이라고.
“행주가 고등학교 때 앞에 나가서 분위기를 이끌고 조성했어요. 절대 나쁜 뜻의 주먹짱이 아니에요. 행주와 친구가 된 건 타고난 나의 끼 때문이죠. 한 마디로 행주 눈에 든 거죠(웃음). 그렇게 행주의 데뷔조에 들어갔어요(지구인)”
“팀의 넘버원은 행주죠. 그런데 지금 지구인이 복싱을 배우고 있어요. 넘버2는 지구인이에요(보이비)”
실없는 농담마저 유쾌하다. 친구로 꾸려진 팀이기에 농담의 수위에도 불편함이 없다. 그러면서도 서로를 ‘보약 같은 친구’라 부르며 아낌없이 칭찬 릴레이도 이어간다. 지구인이 말하길 행주는 ‘굿가이’ ‘섹시가이’, 보이비는 ‘뮤직가이’다. 이유는 단어 뜻 그대로다.
“행주는 홍삼 같은 친구에요. 홍삼이 여자한테는 별로 효과가 없는데 남자한테 좋다고 하더라고요. 남성성의 상징 같은 거죠. 지구인의 경우 도라지와 인삼 뿌리 같은 친구에요. 슬림한 몸매를 가졌죠. 옷 소화 능력이 뛰어나요(보이비)”
“지구인은 베트남 쌀국수 같아요. 향이 강하죠. 어딜 가나 자기의 존재를 확실하게 각인시켜요. 여성한테도 강하게 어필되죠. 보이비의 경우는 쉑으로 시작하는 그 버거 같아요. 느끼해서 늘 먹을 순 없지만 젊은 세대들이 좋아하잖아요(행주)”
오랜 시간 함께한 친구들의 증언이니 신빙성 있는 발언이라 믿을 수밖에. 인삼뿌리와 쌀국수라는 듣도 보도 못한 칭찬마저 묘하게 설득력을 더한다. 세 사람의 이야기 퍼레이드에 결국 웃음이 터졌다. 취향도, 성격도 제 각각인 이들이 왜 친구가 될 수 있었는지 이해가 간다. 세 사람은 동일한 바이브를 갖고 있다. 삶에 있어서 유쾌하며, 실패에 대한 두려움 대신 당면하는 현재를 즐긴다. 또 선호하는 음악은 달라도 이를 대하는 열정의 농도가 같다.
■ 신곡 ‘동성로’, 리듬파워의 2막을 열다
22일 오후 6시 발매되는 신곡 ‘동성로’는 리듬파워의 제2막을 알리는 곡이다. 그간 리듬파워가 들려준 곡보다 한층 진지하고 트렌디 하다. 흘려 들으면 ‘리듬파워 노래 맞아?’라는 의문까지 안긴다. 그러나 면면히 살펴보면 지난날의 리듬파워가 표방하던 유머 코드는 여전하다. 가사와 라인에 적지 않게 배치됐다. 대중성을 아우르면서 나름의 타협점을 찾은 것이다.
“그간 리듬파워 노래가 신나는 노래가 많았어요. ‘동성로’는 여태 느꼈던 곡 중에서 가장 편하면서 신나는 노래죠. 이번엔 유머러스한 코드가 양념으로 들어갔습니다. 구절이나 라인에서 리듬파워의 기존 유머 코드를 엿볼 수 있죠(행주)”
“‘동성로’는 현재 리듬파워가 하고 싶은 음악이에요. 사실 이 노래는 1년 전에 만들어 놓은 거였죠.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노래를 만들어 보고자 해서 나온 타협점 같은 곡이죠(지구인)”
행주는 ‘동성로’가 잘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여기서 이어지는 다음 멘트는 꽤나 멋스럽다.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더 좋은 거 내면 되죠” 리듬파워, 생각까지 유연하다.
“리듬파워를 한 단어로 표현하자면요? 친구요. 우리도 음악이나 성취에 대한 욕심이 누구보다 커요. 그런데 제일 중요한건 우리 팀을 다른 팀들과 차별화 시킬 수 있는 단어인 것 같아요. 어떻게 보면 친구라는 게 우리의 정체성이기도 해요. 음악 스타일이야 언제든 바뀔 수도 있지만 친구니까 변함없이 함께 갈 수 있는 특별한 부분인 것 같아요(보이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