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히어라 [뷰어스=김희윤 기자] “히어라는 ‘희고 깨끗하게 살아라’는 의미에요. 그렇게 사는 방법이 뭘까 늘 고민하게 되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헤모스’ ‘찌질의 역사’ ‘카라마조프’ ‘팬레터’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로 쉼 없이 달려왔다. 뮤지컬배우 김히어라처럼 열일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그는 뮤지컬 본 공연은 물론 리딩공연과 쇼케이스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여기에 그림까지 그리며 3월에는 개인 전시회까지 연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 않을까. 자그마한 물음표를 던져본다. ■ 낙서하던 습관, 의미가 되다 “예전부터 뭔가를 따라 그리고 낙서를 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 뮤지컬 ‘라카지’를 보고 혼자 크레파스랑 물감을 사서 포스터를 따라 그리기 시작했죠. 아마 2012년도쯤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재밌었죠. 원래 가만히 앉아서 뭘 하는 성격은 아닌데도 그림은 취미로 잘 맞았어요. 생각난 게 있으면 일단 그렸죠. 뭔가 있어 보이는 그림보단 거친 그림을 주로 그렸어요. 굳이 따지자면 추상화 정도인데, 자주 그리다 보니까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죠” 언젠가부터 그에겐 다양한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영화포스터를 그려달라는 부탁까지 들어온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할수록 더욱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 배움의 필요성까지 느껴 개인 레슨도 받아보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각종 전시회도 다니며 열심히 그리다보니 어느덧 개인전을 열 수준까지 왔다. “안무감독 지인을 통해 처음 전시회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데 시기나 상황이 안 맞아 취소가 된 상태였죠. 그러고 일주일 뒤 한 연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3월쯤 연희예술극장 오픈 기념 전시를 해줄 수 있는지 물었죠. 그래서 이번엔 꼭 하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막상 미팅을 가졌는데 개인전을 열기엔 장소가 너무 커서 당황했죠. 일이 커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당시 연출님과 마찬가지로 문화 나눔의 의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전문 화가가 개인전을 여는 것보다 일반인이 어렵지 않은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비롯됐어요” 무엇보다 그의 전시회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그림을 수놓은 개인전이지만 뮤지컬배우의 특성을 살리는 토크쇼와 노래까지 준비돼있다. “3월 18일이 딱 서른을 맞는 생일이거든요. 뭔가 의미 있겠다 싶어 이날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물론 타지에서 찾아오는 분들도 있을 텐데 딱 하루만 하긴 뭐해서 17일까지 포함했어요. 이날은 공교롭게도 ‘팬레터’라는 작품에서 해진 선생이 세상을 떠난 날이라 의미도 있었죠. 그래서 서른 살이 된 김히어라 개인전에서 토크쇼를 열고 스토리가 있는 노래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배우 김히어라 그는 상업화가는 아니지만 전시회를 통해 그림을 판매한다. 판매 수익의 50%는 소외계층과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용된다. 그림은 단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비영리적으로 시작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듯 그는 선한 목적을 펼쳐나가길 원한다. “작년부터 창작진들 4명이 모여 ‘RT프로젝트’라는 걸 하고 있어요. RT는 ‘리트윗’, ‘로얄티’를 뜻해요. 배고프지 않게 정당한 돈을 받고 윤택한 공연을 올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창작집단이죠. 모든 예술인들이 좋은 예술을 하면 정당한 가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개 신인들은 기회가 없잖아요. 또 회사에 묶여있으면 작품이 원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죠. 그래서 부족하더라도 우리끼리 연출진들을 모아 직접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았어요. 각자 스케줄이 바쁘지만 적어도 1년에 두 편만이라도 리딩 공연을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덕분에 작년에도 좋은 창작진들과 함께 ‘우주의 산책가들’이란 작품으로 리딩 공연을 올렸어요. 이번 개인전도 RT프로젝트와 연관 짓는 맥락에서 올릴 예정이에요” ■ 김히어라가 그리는 세상 “개인전 콘셉트는 김히어라에요. 뮤지컬과 그림 모두 20대 초반에 시작했지만 개인적인 삶의 굴곡은 오롯이 그림에 담겨있죠. 예전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숨이 막히고 어둡다고 했어요. 당시에는 누구를 보여주려고 그린 게 아니라 내 정서 자체가 그랬죠. ‘과연 20대 땐 어땠지’하고 물어본다면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지나니까 어둡고 거친 느낌으론 잘 안 그려져요. 오히려 요즘은 밝은 걸 많이 그리는 편이죠.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것들이요” 그가 어둠에서 밝음으로 옮아간 이유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스스로가 그림을 통해 치유 받은 기적에서 연유한다. “개인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까 고심했어요. 결국 이름을 따서 각각 ‘김’ ‘히’ ‘어’ ‘라’라는 4가지 주제를 잡았죠. ‘김’은 김씨로 태어난 내 기질과 성향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룬 탄생에 대한 이야기에요. ‘히’는 생긴 게 희게 생겨서 이를 토대로 받는 오해나 부담감 등 타인의 시선을 다룰 예정이에요. ‘어’는 ‘어? 나도 잘 모르겠다’는 주제로 남들 덕분에 알게 된 새로운 모습들, ‘라’는 ‘희고 깨끗하게 살아라’는 뜻에서 그렇게 사는 방법이 뭘까 내가 느낀 걸 솔직하게 전달할 거예요” 그는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면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뮤지컬배우의 ‘희고 깨끗하게 사는 삶’이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에게 좋은 공연과 혜택을 주고 좋은 마음으로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 그러한 일환으로 개인전까지 열게 됐다. 서른 살이 된 그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배우 김히어라 ■ “희고 깨끗하게 살아라” “내 안에서는 끊임없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약자들과 함께 분노하는 마음이 자리한 건 경험에 기인하는 바가 크죠. 한편으론 약자들을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게 오만한 일은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도리어 그들을 소수자로 정의하는 건 아닌가하는 의문에서 비롯되죠. 그래서 아직은 조심스러워요. 다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권리를 갖고 살아가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긴 하죠” 그의 의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계를 겨냥한다. 사회문제를 직접 피부로 느끼며 체감해온 터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성 관련 범죄나 미투 운동 등이 그 일환이다. 그렇기에 혹독한 세계 안에서 스스로가 정당한 권리를 받으며 살고 싶어 한다. “요즘 공연계를 보면 내가 살아온 20대 때의 공연계 느낌이에요. 똑 부러진 모습으로 인해 세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죠. 이런 분위기를 따라 여성들이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고, 비슷한 정서가 그림에도 녹아들고 있어요. 만약 내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묻는다면 언제나 당당한 배우를 말하고 싶어요. 요즘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 ‘당신의 시선이 불편하고, 당신의 말이 내게 오해가 된다’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배우죠.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을 진심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관자가 되진 말아야죠. 살아가는 순간마다 내 가치관은 변해갈 수 있잖아요. 어쩌면 삶의 어느 지점에서 나도 거짓된 삶을 살 수 있었겠다는 마음이 날 부끄럽게 해요” 그의 예술적 소양은 자신의 정서에서 사회적인 지점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옳지 않은 세상에 대해 느끼는 것들을 표현해낸 경우다. 그러다보니 주로 여자그림을 그린다. 사회문제와 결부된 그의 촉이 그림에도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배우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그림도 계속 그릴 거예요. 더 치열하게 배우고 내년쯤 또 한 번 전시회를 열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요.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좋아해준다면 더 잘하고 싶겠죠. 앞으로도 김히어라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해나가고 싶어요”

② ‘그림 그리는 배우’ 김히어라, 묵직한 시대의식을 담아내다

김희윤 기자 승인 2018.02.27 14:01 | 최종 수정 2136.04.25 00:00 의견 0
배우 김히어라
배우 김히어라

[뷰어스=김희윤 기자] “히어라는 ‘희고 깨끗하게 살아라’는 의미에요. 그렇게 사는 방법이 뭘까 늘 고민하게 되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베헤모스’ ‘찌질의 역사’ ‘카라마조프’ ‘팬레터’ 등 굵직굵직한 작품들로 쉼 없이 달려왔다. 뮤지컬배우 김히어라처럼 열일하는 배우가 또 있을까. 그는 뮤지컬 본 공연은 물론 리딩공연과 쇼케이스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여기에 그림까지 그리며 3월에는 개인 전시회까지 연다. 몸이 열 개라도 모자라지 않을까. 자그마한 물음표를 던져본다.

■ 낙서하던 습관, 의미가 되다

“예전부터 뭔가를 따라 그리고 낙서를 하는 습관이 있었어요. LG아트센터에서 초연된 뮤지컬 ‘라카지’를 보고 혼자 크레파스랑 물감을 사서 포스터를 따라 그리기 시작했죠. 아마 2012년도쯤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어요. 따로 배우진 않았지만 재밌었죠. 원래 가만히 앉아서 뭘 하는 성격은 아닌데도 그림은 취미로 잘 맞았어요. 생각난 게 있으면 일단 그렸죠. 뭔가 있어 보이는 그림보단 거친 그림을 주로 그렸어요. 굳이 따지자면 추상화 정도인데, 자주 그리다 보니까 여러 가지 재료를 사용해보기도 하고 다양한 시도를 해봤죠”

언젠가부터 그에겐 다양한 의뢰가 쏟아지고 있다. 그의 그림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물론 영화포스터를 그려달라는 부탁까지 들어온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할수록 더욱 그림을 그리고 싶어진다. 배움의 필요성까지 느껴 개인 레슨도 받아보고, 견문을 넓히기 위해 각종 전시회도 다니며 열심히 그리다보니 어느덧 개인전을 열 수준까지 왔다.

“안무감독 지인을 통해 처음 전시회 제안을 받았어요. 그런데 시기나 상황이 안 맞아 취소가 된 상태였죠. 그러고 일주일 뒤 한 연출님으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3월쯤 연희예술극장 오픈 기념 전시를 해줄 수 있는지 물었죠. 그래서 이번엔 꼭 하자는 마음을 먹었어요. 막상 미팅을 가졌는데 개인전을 열기엔 장소가 너무 커서 당황했죠. 일이 커지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도 당시 연출님과 마찬가지로 문화 나눔의 의미로 지나다니는 사람들에게도 작품을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죠. 전문 화가가 개인전을 여는 것보다 일반인이 어렵지 않은 그림으로 전시회를 열면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하는 마음에서 비롯됐어요”

무엇보다 그의 전시회는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특별함이 있다. 그림을 수놓은 개인전이지만 뮤지컬배우의 특성을 살리는 토크쇼와 노래까지 준비돼있다.

“3월 18일이 딱 서른을 맞는 생일이거든요. 뭔가 의미 있겠다 싶어 이날 하면 어떻겠냐고 제안했죠. 물론 타지에서 찾아오는 분들도 있을 텐데 딱 하루만 하긴 뭐해서 17일까지 포함했어요. 이날은 공교롭게도 ‘팬레터’라는 작품에서 해진 선생이 세상을 떠난 날이라 의미도 있었죠. 그래서 서른 살이 된 김히어라 개인전에서 토크쇼를 열고 스토리가 있는 노래도 해보자고 생각했어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해요”

 

배우 김히어라
배우 김히어라

그는 상업화가는 아니지만 전시회를 통해 그림을 판매한다. 판매 수익의 50%는 소외계층과 시각장애인을 위해 사용된다. 그림은 단지 좋아서 하는 일이고 비영리적으로 시작한 일이라는 점을 분명히 강조하듯 그는 선한 목적을 펼쳐나가길 원한다.

“작년부터 창작진들 4명이 모여 ‘RT프로젝트’라는 걸 하고 있어요. RT는 ‘리트윗’, ‘로얄티’를 뜻해요. 배고프지 않게 정당한 돈을 받고 윤택한 공연을 올리자는 취지로 만들어진 창작집단이죠. 모든 예술인들이 좋은 예술을 하면 정당한 가치를 받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개 신인들은 기회가 없잖아요. 또 회사에 묶여있으면 작품이 원래 방향과 다르게 흘러갈 수도 있죠. 그래서 부족하더라도 우리끼리 연출진들을 모아 직접 좋은 작품을 만들어보자고 마음을 모았어요. 각자 스케줄이 바쁘지만 적어도 1년에 두 편만이라도 리딩 공연을 해보자는 마음이었죠. 덕분에 작년에도 좋은 창작진들과 함께 ‘우주의 산책가들’이란 작품으로 리딩 공연을 올렸어요. 이번 개인전도 RT프로젝트와 연관 짓는 맥락에서 올릴 예정이에요”

■ 김히어라가 그리는 세상

“개인전 콘셉트는 김히어라에요. 뮤지컬과 그림 모두 20대 초반에 시작했지만 개인적인 삶의 굴곡은 오롯이 그림에 담겨있죠. 예전 그림을 보면 사람들이 숨이 막히고 어둡다고 했어요. 당시에는 누구를 보여주려고 그린 게 아니라 내 정서 자체가 그랬죠. ‘과연 20대 땐 어땠지’하고 물어본다면 이런 모습을 보여줄 수 있어요. 그런데 지금은 시간이 지나니까 어둡고 거친 느낌으론 잘 안 그려져요. 오히려 요즘은 밝은 걸 많이 그리는 편이죠. 사람들을 위로해주는 것들이요”

그가 어둠에서 밝음으로 옮아간 이유는 그림을 통해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함이다. 스스로가 그림을 통해 치유 받은 기적에서 연유한다.

“개인전을 통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면 좋을까 고심했어요. 결국 이름을 따서 각각 ‘김’ ‘히’ ‘어’ ‘라’라는 4가지 주제를 잡았죠. ‘김’은 김씨로 태어난 내 기질과 성향에 대한 에피소드를 다룬 탄생에 대한 이야기에요. ‘히’는 생긴 게 희게 생겨서 이를 토대로 받는 오해나 부담감 등 타인의 시선을 다룰 예정이에요. ‘어’는 ‘어? 나도 잘 모르겠다’는 주제로 남들 덕분에 알게 된 새로운 모습들, ‘라’는 ‘희고 깨끗하게 살아라’는 뜻에서 그렇게 사는 방법이 뭘까 내가 느낀 걸 솔직하게 전달할 거예요”

그는 꾀부리지 않고 열심히 살아가면 많은 사람들이 위로를 받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뮤지컬배우의 ‘희고 깨끗하게 사는 삶’이란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들에게 좋은 공연과 혜택을 주고 좋은 마음으로 작품을 보여주는 것에 있다. 그러한 일환으로 개인전까지 열게 됐다. 서른 살이 된 그는 여전히 하고 싶은 일이 많다.

 

배우 김히어라
배우 김히어라

■ “희고 깨끗하게 살아라”

“내 안에서는 끊임없는 싸움이 일어나고 있어요. 언제부턴가 약자들과 함께 분노하는 마음이 자리한 건 경험에 기인하는 바가 크죠. 한편으론 약자들을 위해 내가 무언가를 한다는 게 오만한 일은 아닐까 생각할 때도 있어요. 그들을 위해 뭔가를 하려고 도리어 그들을 소수자로 정의하는 건 아닌가하는 의문에서 비롯되죠. 그래서 아직은 조심스러워요. 다만 모든 사람들이 똑같은 권리를 갖고 살아가는 메시지가 담긴 작품을 하는 배우가 되고 싶긴 하죠”

그의 의식은 처음부터 끝까지 세계를 겨냥한다. 사회문제를 직접 피부로 느끼며 체감해온 터다. 최근 언론을 통해 보도되는 성 관련 범죄나 미투 운동 등이 그 일환이다. 그렇기에 혹독한 세계 안에서 스스로가 정당한 권리를 받으며 살고 싶어 한다.

“요즘 공연계를 보면 내가 살아온 20대 때의 공연계 느낌이에요. 똑 부러진 모습으로 인해 세다는 말을 많이 들어왔죠. 이런 분위기를 따라 여성들이 점점 강해질 수밖에 없고, 비슷한 정서가 그림에도 녹아들고 있어요. 만약 내게 ‘어떤 배우가 되고 싶은가’ 묻는다면 언제나 당당한 배우를 말하고 싶어요. 요즘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 ‘당신의 시선이 불편하고, 당신의 말이 내게 오해가 된다’고 명확히 말할 수 있는 배우죠. 그래야만 다른 사람들을 진심으로 도와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방관자가 되진 말아야죠. 살아가는 순간마다 내 가치관은 변해갈 수 있잖아요. 어쩌면 삶의 어느 지점에서 나도 거짓된 삶을 살 수 있었겠다는 마음이 날 부끄럽게 해요”

그의 예술적 소양은 자신의 정서에서 사회적인 지점으로 초점이 맞춰진다. 옳지 않은 세상에 대해 느끼는 것들을 표현해낸 경우다. 그러다보니 주로 여자그림을 그린다. 사회문제와 결부된 그의 촉이 그림에도 고스란히 녹아들고 있는 것이다.

“배우활동을 열심히 하면서 그림도 계속 그릴 거예요. 더 치열하게 배우고 내년쯤 또 한 번 전시회를 열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해요. 사람들이 그림을 보고 좋아해준다면 더 잘하고 싶겠죠. 앞으로도 김히어라라는 이름으로 끊임없이 뭔가를 해나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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