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연예계에서 10년을 활동하면 대부분 둘 중 하나의 행보를 걷게 된다. 조금씩 정상에서 내려오거나 또는 안정적으로 나아갈 힘을 얻거나. 듀오 랄라스윗은 후자에 속한다. 이들에게 ‘정상’은 남들 속도에 맞춰 따라 올라갈 목표가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정답이다. 그래서 랄라스윗은 조금 느리더라도 차곡차곡 발자국을 쌓는데 집중한다.  2008년 ‘나의 낡은 오렌지나무’로 데뷔한 랄라스윗은 올해로 데뷔 11년차다. 활동한 기간에 비해 발매한 앨범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2011년 낸 정규 1집 앨범 ‘비터스윗(Bitter sweet)’은 명반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13년 낸 ‘말하고 싶은 게 있어’는 팀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랄라스윗의 전환점, 스스로 연 가능성 랄라스윗은 지난해 발표한 ‘오늘의 날씨’ ‘여름비’에 이어 최근 발표한 ‘같은 별자리’까지, 그간의 곡들과 사뭇 다른 노래를 내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오늘의 날씨’나 ‘여름비’도 우리에겐 엄청난 변화거든요. 그런데 듣는 분들 입장에서는 랩을 하지 않는 이상 드라마틱한 변화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변화를 시도하는 게 덜 두려워졌어요. 우리가 뭘 하든 우리 음악인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재미있게 음악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김현아)” “시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어요. 그 전까지는 보수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그나마 있던 팬들도 떨어져 나갈거야’ 등 생각을 했거든요. 지금까지 변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면, 과감했던 지난해의 싱글 ‘오늘의 날씨’는 큰 전환점이었어요. 듣는 이들에게는 파격적인 변신이 아니었더라도, 우리에게는 가능성을 준 곡이죠(박별)” 박별의 말대로 ‘가능성’이다. 랄라스윗은 없던 색깔을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았다. 단지 이들에게는 원래 가지고 있던 혹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갖게 된 것들을 내보이기 위한 용기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데뷔 초에는 회사에서 ‘발랄한 애들이 노래는 왜 이렇게 어둡냐’고 했거든요. 그때는 밝은 걸 진짜 못 쓰겠던 때였어요. 지금 지나고 보니 우리에게 이런 밝은 모습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박별)” “밝은 음악 대하는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밝은 노래는 가볍다고만 생각했는데 기분 좋게 듣다가도 벅찬 느낌이 드는 노래들이 있더라고요. ‘이런 식의 감동을 줄 수 있구나’ ‘감동이라는 게 늘 진지하고 어두운 것만은 아니구나’ 느꼈죠(김현아)” 덕분에 앞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들이 흘러나올 터다. 처음에는 의도를 갖고 다른 길을 택하려 했다면, 코너를 돌아 한 뼘 성장한 지금은 힘들게 발꿈치를 들지 않아도 더 높은 위치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신곡 ‘같은 별자리’, 둘째 효자곡 되길” ‘같은 별자리’는 ‘말하고 싶은 게 있어’의 시퀄 곡이다. 고백 이후 이야기를 다룬 이 곡은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표곡을 다시 한 번 끄집어낸 ‘같은 별자리’는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 온 랄라스윗이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의 행보에 도장을 쾅 찍은 느낌이다. “‘말하고 싶은 게 있어’가 발매된 지 오래돼서 그걸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데 흘러가는 청춘의 한 조각을 표현하고 싶던 의도가 잘 표현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백에 성공했을까? 어떻게 됐을까?’ 나도 그 뒷이야기가 궁금했고요. ‘같은 별자리’는 그런 생각과 좀 더 역동적이고 빠른 비트, 풍성한 편곡의 시도를 합친 곡이에요(박별)” “대표곡들이 다 진중한 편이에요. 그래서 이번 곡 만들면서 느낌을 반반 정도 섞으려고 했어요. 사람들이 ‘랄라스윗’ 이름이 주는 분위기에 기대하는 것도 많아졌고, 우리도 달콤하고 밝은 노래를 불러야하는 때가 있거든요(김현아)” “곡 발표 전, 충동적으로 SNS에 노래의 한 구절을 올렸어요. 그런데 어떤 팬이 ‘말하고 싶은 게 있어 2’ 같다고 하는 거예요. 들으시는 분들도 이어지는 정서로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싶어서 나름 성공이지 않나 싶어요.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다음으로 둘째 효자곡이 됐으면 좋겠어요 (웃음)(박별)”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일상을 다르게 보는 가사, 랄라스윗의 ‘핵’ “다만 다른 건 다 대중적으로 맞출 수 있는데 가사는 힘들더라고요. 요즘에는 가사가 직설적이고 바로바로 와 닿는 게 소비가 잘 되는데, 우리는 우리끼리도 완곡하게 표현을 하는 편이거든요. 회사에서도 ‘그렇게 가사를 쓰면 요즘엔 어렵다고 느낀다’고 말해요. 그런데 내년까지 음악하고 그만 둘 거 아니잖아요. 우리만의 것을 지키는 게 중요한 색깔이 된다고 생각해요(김현아)” 랄라스윗의 노래에서 변화하는 멜로디의 중심을 잡고 있는 건 바로 가사다. 이들의 철칙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리고 ‘곱씹을 수 있는 표현’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별 거 아닌 것을 조합해서 의미를 찾는 작업을 좋아해요. ‘같은 별자리’ 내용도 사실 누군가와 별자리가 같은 건 특별한 일이 아닌데, 노래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여기죠.  우리가 겪는 일은 한정적이지만 조금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탄생해요. 그러면서도 노래마다 중요한 표현은 하나씩 있어야 하고요. 우리끼리는 그걸 ‘핵’이라고 불러요. 찾기 힘들어서 특이한 단어도 찾아보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버스를 타고 가만히 앉아 있어보기도 하죠(김현아)” “잡생각 중 쓸 만한 게 생기면 좋더라고요. 쓸데없는 거라도 기록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강박적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스타일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하루는 없는 날이 되어버리더라고요. 사라진 날들인 거죠. 그렇게 우리의 생각 중 에센셜한 것들을 뽑아 쓰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데도 듣는 분들이 ‘내 이야기 같다’고 말씀해주시면 큰 위로를 받아요. 이 과정이 우리의 필살기에요(박별)”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음악의 애매함? 오래 갈 수 있는 원동력 랄라스윗은 본인들의 대표곡이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멤버들의 말을 듣고 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더 나아가 오래 음악을 하기 위한 이들의 마음가짐과 큰 그림이 느껴졌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국민적인 대표곡이 없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마다 느끼는 랄라스윗의 이미지가 다양한 것 같아요. 우리도 우리의 색깔이 뭔지 고민을 많이 해왔거든요. 엄청 튀는 것도 아니고 한창 수식어가 유행인 때 활동하기도 해서,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덕분에 이것저것 해볼 수 있고 오래 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홍대 여신’ 등 온갖 수식어도 지금은 없어졌잖아요. 답이 없기 때문에 자기 것을 만들고 그게 정답이 되길 바라는 게 나아요(김현아)” “랄라스윗의 음악은 평단에게는 너무 대중적이거나 팝적이고, 대중에게는 어렵고 애매하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그 애매함조차 저희의 색깔인 것 같아요. 특정 이미지가 없기에 소모가 덜 된 것도 있죠. 앨범 소개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만 규정 짓고, 음악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까요.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낫지 않나요? (웃음)(박별)” 실제로 랄라스윗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비터스윗’ 소개글에 이렇게 적었다. “랄라스윗의 이미지와 그간 곡들을 떠올렸다면 이번 앨범을 듣고 당황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다. 홍대 씬을 막연하게 수식해온 ‘여성 듀오’ ‘여신’과 같은 이미지를 떼고 들어달라. 아티스트로서 음악에 대한 끝없는 고민의 과정을 담았다”.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정점’이 목표가 아니기에 “음악이 좋아서 고민 없이 시작했지만 이제는 책임감이 있죠. 온전히 내가 선택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우리는 자영업자니까요. (웃음) 그래도 최근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가 이뤄놓은 게 많구나’ 느꼈어요. 동시에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니라 기성세대에 편입했고, 또 기성세대에 있어서는 뉴페이스라는 생각을 했어요. 과도기적 입장이죠. 앞으로는 이런 것들을 풀어내보고 싶어요(박별)” “최근 고등학생 때 친구를 10년 만에 만났어요. 그런데 친구가 내가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를 부르는 걸 보고 울었다는 거예요. 언제 한 번은 집에서 빵을 굽다가 분홍색 색소가 퍼지는 걸 보고 너무 예뻐 보여서 또 울고. 뭔지 알겠는데 표현이 어려운 감정이더라고요. 이제는 외로운 애 엄마가 돼서 나이 듦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을 고민하는 거겠죠. 나도 뭔가 변하고 있다는 걸 올해 처음 느꼈어요(김현아)” 데뷔 10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랄라스윗이 내놓은 답변은 ‘여전한 성장’이었다. 오히려 이뤄놓은 것은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도 멀기에 더욱 혼란한 시기다.  “20살 때 시작점이 0이었다면, 지금은 마이너스 지점에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더 불안이 크죠. 세상이 기대하는 건 크고 쉽게 결정은 못 하고. 그래서 ‘이렇게 살아야겠다’ 나만의 기분을 잡아 놓으려 해요. 그걸 이루면 꽤 괜찮은 삶이 아닐까요? 늘 그런 마음으로 앨범을 내고 기적적으로 노래가 차트 인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우리가 꿀 수 있는 기분 좋은 꿈이죠. 노래 하나가 뜬다면 더 많은 걸 들려드릴 수 있을 텐데. (웃음)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해요. 보통 10년이 되면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데, 우리는 올라가고 있어요. 계속 이랬으면 좋겠어요(김현아)”

애매함조차 색깔로 만드는 랄라스윗

이소연 기자 승인 2018.03.26 11:35 | 최종 수정 2136.06.18 00:00 의견 0

[뷰어스=이소연 기자] 연예계에서 10년을 활동하면 대부분 둘 중 하나의 행보를 걷게 된다. 조금씩 정상에서 내려오거나 또는 안정적으로 나아갈 힘을 얻거나. 듀오 랄라스윗은 후자에 속한다. 이들에게 ‘정상’은 남들 속도에 맞춰 따라 올라갈 목표가 아니라 내 것으로 만들어야 할 정답이다. 그래서 랄라스윗은 조금 느리더라도 차곡차곡 발자국을 쌓는데 집중한다. 

2008년 ‘나의 낡은 오렌지나무’로 데뷔한 랄라스윗은 올해로 데뷔 11년차다. 활동한 기간에 비해 발매한 앨범은 많은 편은 아니다. 하지만 2011년 낸 정규 1집 앨범 ‘비터스윗(Bitter sweet)’은 명반으로 평가 받고 있다. 2013년 낸 ‘말하고 싶은 게 있어’는 팀의 대표곡으로 꼽힌다.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랄라스윗의 전환점, 스스로 연 가능성

랄라스윗은 지난해 발표한 ‘오늘의 날씨’ ‘여름비’에 이어 최근 발표한 ‘같은 별자리’까지, 그간의 곡들과 사뭇 다른 노래를 내며 앞으로 나아갈 준비를 하고 있다. 

“사실 ‘오늘의 날씨’나 ‘여름비’도 우리에겐 엄청난 변화거든요. 그런데 듣는 분들 입장에서는 랩을 하지 않는 이상 드라마틱한 변화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걸 깨닫고 나서는, 변화를 시도하는 게 덜 두려워졌어요. 우리가 뭘 하든 우리 음악인 거란 생각이 들었어요. 좀 더 재미있게 음악을 할 수 있겠다 싶었죠(김현아)”

“시도할 수 있는 폭이 넓어졌어요. 그 전까지는 보수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이렇게 하면 사람들이 싫어할 거야’ ‘그나마 있던 팬들도 떨어져 나갈거야’ 등 생각을 했거든요. 지금까지 변화를 할까 말까 고민하면서도 한 발 더 나아가지 못했다면, 과감했던 지난해의 싱글 ‘오늘의 날씨’는 큰 전환점이었어요. 듣는 이들에게는 파격적인 변신이 아니었더라도, 우리에게는 가능성을 준 곡이죠(박별)”

박별의 말대로 ‘가능성’이다. 랄라스윗은 없던 색깔을 억지로 만들어내려 하지 않았다. 단지 이들에게는 원래 가지고 있던 혹은 시간이 흐르면서 자연스레 갖게 된 것들을 내보이기 위한 용기가 필요했을 뿐이었다. 

“데뷔 초에는 회사에서 ‘발랄한 애들이 노래는 왜 이렇게 어둡냐’고 했거든요. 그때는 밝은 걸 진짜 못 쓰겠던 때였어요. 지금 지나고 보니 우리에게 이런 밝은 모습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박별)”

“밝은 음악 대하는 마인드가 바뀌었어요. 밝은 노래는 가볍다고만 생각했는데 기분 좋게 듣다가도 벅찬 느낌이 드는 노래들이 있더라고요. ‘이런 식의 감동을 줄 수 있구나’ ‘감동이라는 게 늘 진지하고 어두운 것만은 아니구나’ 느꼈죠(김현아)”

덕분에 앞으로 다양하고 새로운 음악들이 흘러나올 터다. 처음에는 의도를 갖고 다른 길을 택하려 했다면, 코너를 돌아 한 뼘 성장한 지금은 힘들게 발꿈치를 들지 않아도 더 높은 위치에서 더 많은 것들을 바라볼 수 있게 됐다.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신곡 ‘같은 별자리’, 둘째 효자곡 되길”

‘같은 별자리’는 ‘말하고 싶은 게 있어’의 시퀄 곡이다. 고백 이후 이야기를 다룬 이 곡은 사랑에 빠지면 모든 것이 새롭게 보인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어떻게 보면 대표곡을 다시 한 번 끄집어낸 ‘같은 별자리’는 조금씩 변화를 시도해 온 랄라스윗이 자신감을 갖고 앞으로의 행보에 도장을 쾅 찍은 느낌이다.

“‘말하고 싶은 게 있어’가 발매된 지 오래돼서 그걸로 이야기를 끌어가는 게 맞나 싶었어요. 그런데 흘러가는 청춘의 한 조각을 표현하고 싶던 의도가 잘 표현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고백에 성공했을까? 어떻게 됐을까?’ 나도 그 뒷이야기가 궁금했고요. ‘같은 별자리’는 그런 생각과 좀 더 역동적이고 빠른 비트, 풍성한 편곡의 시도를 합친 곡이에요(박별)”

“대표곡들이 다 진중한 편이에요. 그래서 이번 곡 만들면서 느낌을 반반 정도 섞으려고 했어요. 사람들이 ‘랄라스윗’ 이름이 주는 분위기에 기대하는 것도 많아졌고, 우리도 달콤하고 밝은 노래를 불러야하는 때가 있거든요(김현아)”

“곡 발표 전, 충동적으로 SNS에 노래의 한 구절을 올렸어요. 그런데 어떤 팬이 ‘말하고 싶은 게 있어 2’ 같다고 하는 거예요. 들으시는 분들도 이어지는 정서로 받아들일 수 있겠구나 싶어서 나름 성공이지 않나 싶어요. ‘말하고 싶은 게 있어’ 다음으로 둘째 효자곡이 됐으면 좋겠어요 (웃음)(박별)”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일상을 다르게 보는 가사, 랄라스윗의 ‘핵’

“다만 다른 건 다 대중적으로 맞출 수 있는데 가사는 힘들더라고요. 요즘에는 가사가 직설적이고 바로바로 와 닿는 게 소비가 잘 되는데, 우리는 우리끼리도 완곡하게 표현을 하는 편이거든요. 회사에서도 ‘그렇게 가사를 쓰면 요즘엔 어렵다고 느낀다’고 말해요. 그런데 내년까지 음악하고 그만 둘 거 아니잖아요. 우리만의 것을 지키는 게 중요한 색깔이 된다고 생각해요(김현아)”

랄라스윗의 노래에서 변화하는 멜로디의 중심을 잡고 있는 건 바로 가사다. 이들의 철칙은 ‘자신들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 그리고 ‘곱씹을 수 있는 표현’을 가치 있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별 거 아닌 것을 조합해서 의미를 찾는 작업을 좋아해요. ‘같은 별자리’ 내용도 사실 누군가와 별자리가 같은 건 특별한 일이 아닌데, 노래에서는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여기죠.  우리가 겪는 일은 한정적이지만 조금만 달라져도 전혀 다른 이야기가 탄생해요. 그러면서도 노래마다 중요한 표현은 하나씩 있어야 하고요. 우리끼리는 그걸 ‘핵’이라고 불러요. 찾기 힘들어서 특이한 단어도 찾아보고, 매일 정해진 시간에 버스를 타고 가만히 앉아 있어보기도 하죠(김현아)”

“잡생각 중 쓸 만한 게 생기면 좋더라고요. 쓸데없는 거라도 기록을 많이 해야 하는 것 같아요. 강박적으로 하루를 기록하는 스타일인데, 그렇게 하지 않으면 그 하루는 없는 날이 되어버리더라고요. 사라진 날들인 거죠. 그렇게 우리의 생각 중 에센셜한 것들을 뽑아 쓰는데,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데도 듣는 분들이 ‘내 이야기 같다’고 말씀해주시면 큰 위로를 받아요. 이 과정이 우리의 필살기에요(박별)”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음악의 애매함? 오래 갈 수 있는 원동력

랄라스윗은 본인들의 대표곡이 없다고 했다.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멤버들의 말을 듣고 나니 어느 정도 이해가 됐다. 더 나아가 오래 음악을 하기 위한 이들의 마음가짐과 큰 그림이 느껴졌다.

“모든 사람들이 다 아는 국민적인 대표곡이 없는 거죠. 그래서 사람들마다 느끼는 랄라스윗의 이미지가 다양한 것 같아요. 우리도 우리의 색깔이 뭔지 고민을 많이 해왔거든요. 엄청 튀는 것도 아니고 한창 수식어가 유행인 때 활동하기도 해서, 그게 문제라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오히려 덕분에 이것저것 해볼 수 있고 오래 갈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홍대 여신’ 등 온갖 수식어도 지금은 없어졌잖아요. 답이 없기 때문에 자기 것을 만들고 그게 정답이 되길 바라는 게 나아요(김현아)”

“랄라스윗의 음악은 평단에게는 너무 대중적이거나 팝적이고, 대중에게는 어렵고 애매하다는 생각은 해요. 하지만 그 애매함조차 저희의 색깔인 것 같아요. 특정 이미지가 없기에 소모가 덜 된 것도 있죠. 앨범 소개에 올릴 수 있을 정도로만 규정 짓고, 음악 위주로 활동하다 보니까요. 가늘고 길게 가는 게 낫지 않나요? (웃음)(박별)”

실제로 랄라스윗은 지금으로부터 7년 전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비터스윗’ 소개글에 이렇게 적었다. “랄라스윗의 이미지와 그간 곡들을 떠올렸다면 이번 앨범을 듣고 당황하시는 분들도 계실 거다. 홍대 씬을 막연하게 수식해온 ‘여성 듀오’ ‘여신’과 같은 이미지를 떼고 들어달라. 아티스트로서 음악에 대한 끝없는 고민의 과정을 담았다”.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랄라스윗(사진=해피로봇레코드 제공)

 

■ ‘정점’이 목표가 아니기에

“음악이 좋아서 고민 없이 시작했지만 이제는 책임감이 있죠. 온전히 내가 선택해야 한다는 게 가장 어렵더라고요. 우리는 자영업자니까요. (웃음) 그래도 최근에는 여행을 다니면서 ‘우리가 이뤄놓은 게 많구나’ 느꼈어요. 동시에 더 이상 젊은이가 아니라 기성세대에 편입했고, 또 기성세대에 있어서는 뉴페이스라는 생각을 했어요. 과도기적 입장이죠. 앞으로는 이런 것들을 풀어내보고 싶어요(박별)”

“최근 고등학생 때 친구를 10년 만에 만났어요. 그런데 친구가 내가 ‘산다는 건 다 그런 게 아니겠니’를 부르는 걸 보고 울었다는 거예요. 언제 한 번은 집에서 빵을 굽다가 분홍색 색소가 퍼지는 걸 보고 너무 예뻐 보여서 또 울고. 뭔지 알겠는데 표현이 어려운 감정이더라고요. 이제는 외로운 애 엄마가 돼서 나이 듦에 따라 느껴지는 감정을 고민하는 거겠죠. 나도 뭔가 변하고 있다는 걸 올해 처음 느꼈어요(김현아)”

데뷔 10년이 지나면 어느 정도 안정적인 궤도에 올라 있을 거라 생각했지만, 랄라스윗이 내놓은 답변은 ‘여전한 성장’이었다. 오히려 이뤄놓은 것은 있지만 앞으로 나아갈 길도 멀기에 더욱 혼란한 시기다. 

“20살 때 시작점이 0이었다면, 지금은 마이너스 지점에서 시작하는 기분이에요. 그래서 더 불안이 크죠. 세상이 기대하는 건 크고 쉽게 결정은 못 하고. 그래서 ‘이렇게 살아야겠다’ 나만의 기분을 잡아 놓으려 해요. 그걸 이루면 꽤 괜찮은 삶이 아닐까요? 늘 그런 마음으로 앨범을 내고 기적적으로 노래가 차트 인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우리가 꿀 수 있는 기분 좋은 꿈이죠. 노래 하나가 뜬다면 더 많은 걸 들려드릴 수 있을 텐데. (웃음) 조금씩 나아지고 있긴 해요. 보통 10년이 되면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데, 우리는 올라가고 있어요. 계속 이랬으면 좋겠어요(김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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