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연 기자] 그룹 신화가 20살 생일케이크 위 촛불을 껐다. 단 두 개의 촛불이지만, 이 초를 꽂기까지 그리고 불을 붙이기까지는 가볍게 꺼낼 수 없는 역사들을 겪어야 했다. 그 안에는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상처도 존재한다. 어렵게 걸어왔다. 그러나 신화와 신화창조는 다시 한 번 이 길을 가자며 두 손을 맞잡고 케이크를 잘랐다.
신화의 생일파티 ‘올 유어 드림즈(All your dreams)’는 지난 24, 25일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 내 SK핸드볼경기장에서 열렸다.
20살, 교복을 벗고 또 다른 세상으로 나아가는 나이다. 신화도 마찬가지다. 강산이 두 번 변하는 동 성장통을 견뎌온 신화는 ‘끝이 아닌 시작’을 준비한다. 이들이 그려갈 새로운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덕분에 이곳에는 아쉬운 한숨보다 기쁨의 눈물과 설레는 숨결만이 가득했다.
신화(사진=신화컴퍼니 제공)
■ 잊지 못할 레전드 곡의 향연
지금까지 신화는 13장의 정규앨범을 발매하며 수많은 히트곡을 양산했다. 팬 파티의 세트리스트는 1집부터 13집까지, 각 앨범에서 한 곡씩 추린 곡들로 꾸려졌다. 그로 인해 과거와 현재를 아우르는 대표곡들과 팬들이 사랑한 곡들까지 한 자리에서 만날 수 있었다.
신화는 자신들을 인기의 반열에 올려놓은 ‘T.O.P’와 첫 대상을 안겨준 ‘브랜드 뉴(Brand news)’로 파티의 포문을 열었다. 이후 신화는 ‘와일드 아이즈(Wlid eyes)’ ‘디스 러브(This love)’ ‘터치(Touch)’를 비롯해 정규 6집 앨범 후속곡 ‘중독’, 지금까지도 공연마다 빠짐없는 ‘아이 프레이 포 유(I Pray 4 U)’ 등을 불렀다.
팬송 ‘아직 못 다한 이야기’와 따뜻한 감성의 ‘원스 인 어 라이프 타임(Once in a life time)’ 등은 벅찬 감동을 선사했다.
‘올 유어 드림즈’는 이번 팬 파티에서 가장 각별한 무대였다. 이 곡은 신화가 18년 만에 리메이크한 곡이다. 게다가 2001년 첫 콘서트 이후 처음으로 부르는 무대이기도 하다. 검은 제복을 입고 등장한 신화는 카리스마 넘치는 퍼포먼스를 재현하며 아련한 추억을 드리웠다.
신화(사진=신화컴퍼니 제공)
■ 20년 함께한 팬들과 즐기는 파티
긴 시간 동안 온갖 일들을 겪은 이들이기에 20살 생일은 더욱 뭉클했다. 특히 이번 공연은 신화가 오랫동안 하지 않았던 팬미팅 형식을 취하고 있어 그 자체만으로 추억을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신화가 처음 시도하는 360도 무대는 왠지 모를 감동을 선사했다. 이 무대는 네 방향 모두 고르게 회전했고, 신화 특유의 군무를 구석구석 살필 수 있었다. 아울러 멤버들은 빠짐없이 팬들과 마주하게 됐다. 주황색 우비를 입은 팬들과 팬들에게 둘러싸여 무대 위에 서 있는 멤버들은 서로가 서로를 포근히 감싸 안는 느낌을 줬다.
특히 이번 공연은 팬 파티인 만큼 팬들과 소통할 수 있는 시간이 상당했다. 신화는 ‘신화창조에게 보고합니다’ 코너를 통해 음악, 공연, 스타일, 예능, 광고 등 각 분야에 따라 게임과 토크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는 평소 콘서트에서 들을 수 없던 수록곡들이 흘러나와 반가움을 줬다. 팬들 사이에서 ‘고전짤’ ‘레전드’로 불리는 영상과 사진들, 기억도 가물가물한 오랜 어록들과 음성은 단숨에 타임머신 여행을 하게 만들었다.
짜임새가 훌륭했다. 최근 보여준 공연들이 이름값을 느낄 수 있는 묵직한 무게감이 느껴졌다면, 이번 팬 파티는 내공이 있기에 가능한 발랄한 모양새의 연속이었다. 어떻게 하면 신선한 즐거움과 아련한 추억, 그리고 팬들이 원하는 모습들을 선물할 수 있을까 고민한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신화(사진=신화컴퍼니 제공)
■ ‘우리’가 또 다시 나아갈 날들
생일케이크를 자르고 나면 특별한 날이 끝났다는 생각에 묘한 허전함이 생기기도 한다. 쉴 틈 없이 오랜 시간 달려온 신화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민우는 “공연이 끝나고 나면 허한 느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니 20년의 세월은 오죽할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에게서 앞날의 희망과 가능성을 이야기할 수 있는 이유는 아이러니하게도 과거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정리하고 기억해야 비로소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팬 파티는 또 다른 미래를 써 내려가기 위한 도약의 장이었다. 이곳에는 지금껏 지나온 날들과 그 날들이 모여 만들어낸 현재가 공존했다. 더 나아가 김동완은 “우리가 꿈꾸는 미래는 추억”이라고 말했다. 신혜성은 “뭘 억지로 하지 않아도 지금처럼 우리는 노래하고 팬들을 응원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거슬러 올라가 이민우는 연습생 시절 썼던 일기장을 들고 나와 “새로운 애들이 왔다. 썩 마음에 드는 편이 아니다”라는 구절을 읽었다.
‘썩 마음에 들지 않던’ 멤버들은 지금 또 다른 신화를 만들고 있다. 앳된 목소리로 ‘올 유어 드림즈’를 부르던 소년들은 연륜이 쌓인 목소리로 다시 한 번 그 꿈을 재현했다. 과자와 아이스크림, 교복을 광고하던 이들은 이제 “영양제 CF 어떠냐”며 농담을 던지며 팬들과 웃는다.
그렇게 신화는 하나로 무대에 오르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팬들 역시 약속을 잊지 않고 한자리에 모여왔다. 에릭이 10주년 콘서트 당시 “여기 있는 사람들 다 내 편이네요”라고 말했듯, 지금 이 곳에 있는 이들은 20년이 흘러도 여전히 ‘우리’였다. 지난날을 추억하고 미래를 약속할 수 있는 멤버들과 팬들이 함께 있기에 모든 날들이 가능했고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