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쇼온 컴퍼니)
[뷰어스=김희윤 기자] 양준모는 성악가 출신 뮤지컬 스타다. 탄탄한 발성과 쩌렁쩌렁한 성량으로 주요 대작들을 소화해 관객들의 신뢰가 두텁기로 소문이 자자하다. 그런 그가 '명성황후'로 돌아왔다. 지난 2006년에도 ‘명성황후’에 출연해 20대의 나이로 고종의 아버지 대원군을 맡은 바 있다. 이번에는 세력 다툼 속 왕실을 지키기 위해 고뇌하는 고종을 연기한다. 직접 만난 대작 전문 배우는 인간미 넘치는 모습으로 짙은 향기를 남겼다.
▲ 오랜만에 같은 작품에 다시 도전한 이유는?
“2018년 ‘명성황후’에 도전한 이유는 한국 창작뮤지컬에 대한 자부심에서 비롯됐어요. 스스로도 그런 걸 느끼지만 작품 안에서 도움이 됐으면 하는 마음이 가장 컸죠”
▲ 어떤 역할인가?
“고종을 연기해요. 다만 이 작품에선 모든 인물들이 주인공 명성황후의 감정들을 살려주기 위해 존재하죠. 어떻게 연기해야 명성황후의 감정을 잘 살릴 수 있을까 고민했어요. 딱히 욕심을 부리진 않았죠. 조연으로서 해야 하는 의무이기도 했어요. 내 역할을 확실히 알았기 때문에 비중 면에서도 아쉬움은 없었죠”
▲ 역할 비중에 대한 욕심은 없었나?
“별다른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않지만 고종 역할에 욕심이 났어요. 20년 전 작품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고종과 실제 캐릭터는 약간 다를 수 있잖아요. 이번 시즌 고종은 캐릭터가 명확해서 좀 더 살려보고 싶었죠. 매년 똑같은 작품을 올리진 않잖아요. 공연을 올리며 수정하는 가운데 각각 인물들을 돋보이게 할 수 있는 노력들을 많이 하죠. 올해 버전만의 색깔이 있어요”
▲ 트리플 캐스트 각자의 매력을 꼽는다면?
“연습할 때 어떻게 하면 명성황후를 잘 도울 수 있을까 박완, 손준호 배우와 셋이서 얘기를 많이 했어요. 주어진 캐릭터 안에서 고종을 표현하는 방식이나 가사 전달 부분도 많이 고민했죠. 세 명의 고종이 모두 달라요. 박완 배우는 이 캐릭터를 오래 전부터 해왔기 때문에 가장 많이 알고 있죠. 손준호 배우는 원래 본인이 갖고 있는 모습과 캐릭터가 어울려요. 양준모의 고종은 인간적인 면에 집중하죠”
(사진=쇼온 컴퍼니)
▲ 역할의 어떤 점을 부각시키려 하나?
“연기를 하다보면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게 가장 힘들어요. 주어진 가사와 동선으로 표현하되 양준모가 아닌 고종이 무대에서 보여야 하잖아요. 관객 분들이 볼 때 고종이 약하고 우유부단하다면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를 찾아 표현하려 했죠. 직접 고종의 입장이 돼보는 거예요. ‘나도 정치를 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있고 그래서 답답하다’는 면을 보여주고 싶었죠. 어떤 장면에선 웃고 있지만 슬프거나 잠겨있는 모습으로 표현해 관객 분들과 더 깊이 있게 나누고 싶어요”
▲ 작품 메시지는?
“‘명성황후’는 처음 만들어질 때부터 메시지가 동일해요. ‘영웅’이란 작품과 마찬가지로 역사적으로 누군가를 탓하고 이런 차원에서 끝나는 게 아니죠. 우리나라 역사를 똑바로 알게 되고 자부심을 갖게 돼요. ‘백성이여 일어나라’에 담긴 메시지만 봐도 작품이 쇼로 끝나는 게 아니라 감동이 되잖아요. 국가에 도움이 되고 사람들의 공감을 얻었기 때문에 20년 넘게 할 수 있었던 게 아닌가 하죠. 뮤지컬에 관심 없는 사람도 ‘명성황후’란 작품을 알듯 어떻게 보면 대한민국 뮤지컬의 상징성이 되고 있는 작품이에요”
▲ ‘명성황후’에 대한 프라이드가 남달라 보인다. 남다른 점은?
“우리나라 창작뮤지컬 중 20년 넘은 작품이 있다는 건 큰 자부심이에요. 애착이 가죠.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고, 어릴 때 교육용으로도 꼭 보여주는 작품이에요. ‘명성황후’는 우리나라 창작뮤지컬의 자존심과 타이틀을 지녔죠. 역사는 거짓말을 하지 않아요. 일본 공연에서 많은 배우들이 작품을 보러 왔는데 역사적인 부분에선 민감할 수도 있잖아요. 그런데 현지 사람들이 하는 얘기는 달랐죠. 일본에서는 배울 수 없는 역사였다고 서로 추천하기도 했어요. 국내외에서 누군가에게 이 작품을 소개하고 배우의 꿈을 심어줄 수도 있겠죠. ‘명성황후’는 한국뮤지컬의 보물이자 자랑거리에요”
▲ 보완할 점도 있나?
“한 25주년 정도가 지나면 세트부터 의상 등 모든 연출적인 면들을 바꿔 공연해봤으면 좋겠어요. ‘레미제라블’도 작년에 30주년을 맞았는데, 이미 20주년 때부터 새로운 연출 버전을 준비해 25주년 땐 완전히 새로운 작품으로 탈바꿈됐죠. 물론 옛날 버전을 좋아하는 사람도 있어요. 하지만 전 세계적으로 이런 노력을 많이 하고 있죠. ‘명성황후’도 정말 훌륭한 작품이고 매년 똑같이 공연하진 않지만, 앞으로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더 큰 작품이 되기 위해 꾸준한 노력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해요. 작품이 주는 메시지는 같지만 다른 작품처럼 느껴지도록 말이죠”
(사진=쇼온 컴퍼니)
▲ 배우로서 수많은 작품을 거쳤다. 가장 큰 변화를 준 작품을 꼽는다면?
“2010년 ‘영웅’ 재연 땐 내 나이와 안중근 의사가 거사하셨던 나이가 똑같았어요. 과연 나라가 어려움에 빠진다면 나도 이런 일을 할 수 있을까하는 특별한 감정이 들었죠. 캐릭터에 대한 연구를 깊게 안 해도 와 닿을 수밖에 없었어요. ‘레미제라블’ 땐 여태껏 소화해온 모든 캐릭터들이 장발장을 연기하기 위해 훈련했다고 느껴질 정도였죠. 장발장에게는 모든 캐릭터의 감정이 다 들어있어요. 그래도 많은 경험을 한 뒤 작품에 들어가니까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죠. 특히 인간적인 표현에 있어 내 모토와 잘 맞았어요”
▲ 더 해보고 싶은 역할도 있나?
“이젠 창작 신작들을 많이 해보고 싶어요. 구멍가게 아저씨부터 세탁소 주인 같이 현실적인 작품의 인물들을 연기하고 싶죠. 사실 이런 걸 연기하는 게 더 힘들기도 해요. 물론 더 하고 싶은 게 없을 정도로 다 해봐서 감사한 맘이 크죠. 그래서 앞으로는 관객 분들이나 뮤지컬을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배우이고 싶어요”
▲ 향후 목표는?
“지금은 오페라 무대를 다시 서기 위해 준비하고 있어요. 5, 6년 전부터 성악 훈련을 계속 하고 있는데 만으로 마흔 전을 목표로 하고 있죠. 꾸준히 공부하면 느끼는 게 많고 퀄리티 면에서도 발전해요. 물론 뮤지컬은 내 업이기에 어떻게든 몸담고 있으며 계속 해야죠. 그리고 나중에는 후배 배우들이나 후학 양성을 생각하고 있어요. 열심히 배우려는 친구들을 보면 가만히 못 있죠. 그들이 고생하는 걸 보면 항상 도와주고 싶고 응원해주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