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뷰어스=문다영 기자] 2005년부터 사라진 공휴일이 있다. 바로 식목일이다. 이전까지 식목일엔 가족 단위로 나무 심기를 하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이젠 마음 먹고 주말을 활용하지 않는 이상 그 풍경을 보긴 힘들어졌다. 하지만 식목일은 여전히 푸른 지구를 향한 의미있는 날이다. 산림이 살아나기 힘든 문명의 시대, 식목일의 의의를 다질 수 있는 책들을 구성해봤다. 나무와 꽃의 비밀부터 나무에서 비롯된 상상력으로 펼쳐낸 소설까지, 출판계에서 ‘나무’의 존재는 남다르다. (사진=책표지) ■ 식물이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전해준다고요? 식물은 일생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러나 한 자리에 서서도 수시로 돌아다니는 인간들의 발걸음보다 더한 삶의 철학을 전하기도 한다. ‘땅의 예찬’ (한병철 지음 | 김영사) 은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인 한병철의 정원 이야기다. 그는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겠노라 결심하고 3년 동안 땅을 일구고 비밀의 정원을 가꾸며 땅에서 보고, 겪고, 얻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한다. 자기착취의 세계, 긍정성이 넘쳐나는 사회에 대한 예리한 비평으로 유명한 저자는 베를린의 정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을 겪는 동안 디지털 세계에서 잃어가던 현실감, 몸의 느낌이 되돌아오는 것을 경험한다. 온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정원 일을 하는 저자에게 땅은 많은 것을 돌려주었다고. 저자는 고된 정원 일은 도리어 고요함 속에 머무는 일이었으며, 시간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나무와 화초들의 면면, 이들이 등장하는 문학과 철학 이야기,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 있는 존재들과 맺어가는 관계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가 담겼다.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화가인 이사벨라 그레서가 꽃의 생장 과정을 오랜 시간 지켜본 끝에 완성해낸 24컷의 인상적인 일러스트들이 저자의 예리하고 시적인 언어와 잘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는 저자의 책 제목이기도 하지만 머리로 자연을 이해하는 것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소중하다는 점을 역설한 레이첼 카슨의 명언이다. 저자도 나무를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무 예찬론자인 저자는 나무에 대한 애정을 앎과 사유에서 그치지 않고 느끼는 데까지 나아가려 한다. 나무의 근본과 본질, 원리와 이유, 방식과 식견에 대한 그의 사유를 책으로 정리하면서도 그 역시 나무 전문가에 머물지 않고 나무를 느끼고 나무와 함께 놀면서 숲을 이해하고 우주를 꿰뚫어보기 위해 노력했다. 나무에 관한 물음표에 삶에 대한 느낌표가 붙을 만한 책이다. (사진=책표지) ■ 우리가 몰랐던 나무와 꽃의 비밀 ‘랩걸’(호프 자런 | 알마)은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는 식물의 삶처럼 삶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고난 끝에 큰 나무 같은 어엿한 과학자가 된 호프 자런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자를 꿈꾸던 소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닥친 사회의 높은 벽을 겪으면서도 자연과 과학을 향한 사랑과 동료에 대한 믿음으로 연구자의 길을 걸어 한 명의 과학자가 되기까지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여자로서 살아가기만도 힘든 그는 조울증까지 앓으면서도 출산과 연구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한다. 실험실에서 쫓겨나도 다시 실험실로 향하는 그의 이야기에서 진솔한 자기 성찰과 삶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식물에 대한 무한한 사랑도 독자들을 바꿨다는 평이 많다.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 (허예섭, 허두영 지음 | 궁리)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쓰고 그린 나무 관찰 기록을 엮은 책이다. 1월 첫주부터 시작해 1년 52주 동안 한 주에 한 그루씩 그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저자 중 아버지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아파트 현관 앞에 있는 나무의 이름을 묻자 당황한다. 아버지는 아무 생각 없이 아내에게 그 곤란한 임무를 떠넘겼지만 10년 넘게 과학기자로 지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후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나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나무의 학명, 분류, 분포, 생태, 꽃말, 유래, 용도, 전설처럼 직접 관찰하고 조사해서 쓸 수 있는 영역에서, 아버지는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인 영역에서 접근해 나무들을 들여다봤다. 아이가 있다면 교육용으로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사진=책표지) ■ 나무에 상상의 열매가 열리면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의 소설집이다. 이 책은 9쪽에 불과한 ‘사람을 찾습니다’등 10~20쪽 분량의 짧은 단편들을 모았는데 이 중 ‘가능성의 나무’는 꿈에서 본 나무에서 촉발된 상상력을 통해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갖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임으로써 미래에 지구와 인류와 인류의 의식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표시한 수형도를 상상하는 작품이다. 미래의 모든 가능성들을 나무처럼 계통도로 그려서 검토해 본다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베르베르답다. 작가의 본령인 ‘인간 세계에 대한 과학적이고 시적인 통찰’도 역시 담겨 있다. ‘가능성의 나무’를 포함해 관습적인 사고방식을 탈피하고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이야기가 담겼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프랜시스 하딩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는 19세기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지식인의 딸 페이스가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죽음에 관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미스터리 판타지다. 2005년 첫 장편 ‘깊은 밤을 날아서’를 발표하며 문학계의 다크호스로 촉망받았던 작가 프랜시스 하딩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거짓말을 하면 그걸 먹고 열매를 맺어 세상으로부터 숨겨진 비밀들을 드러내는 나무를 통해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국에선 해리포터 시리즈를 잇는 명작 판타지라 칭송 받았고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기도 했다. 세상의 변화나 유행에 신경 쓰지 않고 늘 한결같이 새 작품을 구상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현해가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 비유와 암시, 기괴한 표현력 등이 돋보인다.

식목일, 나무가 말을 걸어옵니다

문다영 기자 승인 2018.04.04 10:52 | 최종 수정 2136.07.06 00:00 의견 0
(사진=픽사베이)
(사진=픽사베이)

[뷰어스=문다영 기자] 2005년부터 사라진 공휴일이 있다. 바로 식목일이다. 이전까지 식목일엔 가족 단위로 나무 심기를 하는 행사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이젠 마음 먹고 주말을 활용하지 않는 이상 그 풍경을 보긴 힘들어졌다. 하지만 식목일은 여전히 푸른 지구를 향한 의미있는 날이다. 산림이 살아나기 힘든 문명의 시대, 식목일의 의의를 다질 수 있는 책들을 구성해봤다. 나무와 꽃의 비밀부터 나무에서 비롯된 상상력으로 펼쳐낸 소설까지, 출판계에서 ‘나무’의 존재는 남다르다.

(사진=책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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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물이 세상 살아가는 지혜를 전해준다고요?

식물은 일생동안 그 자리에 서 있다. 그러나 한 자리에 서서도 수시로 돌아다니는 인간들의 발걸음보다 더한 삶의 철학을 전하기도 한다. ‘땅의 예찬’ (한병철 지음 | 김영사) 은 독일에서 가장 주목받는 철학자이자 사회비평가인 한병철의 정원 이야기다. 그는 겨울에도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정원을 만들겠노라 결심하고 3년 동안 땅을 일구고 비밀의 정원을 가꾸며 땅에서 보고, 겪고, 얻고, 느낀 것들을 이야기한다. 자기착취의 세계, 긍정성이 넘쳐나는 사회에 대한 예리한 비평으로 유명한 저자는 베를린의 정원에서 봄, 여름, 가을, 겨울, 모든 계절을 겪는 동안 디지털 세계에서 잃어가던 현실감, 몸의 느낌이 되돌아오는 것을 경험한다. 온몸이 녹초가 될 정도로 정원 일을 하는 저자에게 땅은 많은 것을 돌려주었다고. 저자는 고된 정원 일은 도리어 고요함 속에 머무는 일이었으며, 시간의 향기를 느끼게 해주었다고 말한다. 수많은 나무와 화초들의 면면, 이들이 등장하는 문학과 철학 이야기, 무엇보다 자신이 살아 있는 존재들과 맺어가는 관계에 대한 풍성한 이야기가 담겼다. 독일의 영화감독이자 화가인 이사벨라 그레서가 꽃의 생장 과정을 오랜 시간 지켜본 끝에 완성해낸 24컷의 인상적인 일러스트들이 저자의 예리하고 시적인 언어와 잘 어우러져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나무는 나무라지 않는다’(유영만 지음 | 나무생각)는 저자의 책 제목이기도 하지만 머리로 자연을 이해하는 것보다 가슴으로 느끼는 것이 소중하다는 점을 역설한 레이첼 카슨의 명언이다. 저자도 나무를 아는 것보다 느끼는 것이 훨씬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무 예찬론자인 저자는 나무에 대한 애정을 앎과 사유에서 그치지 않고 느끼는 데까지 나아가려 한다. 나무의 근본과 본질, 원리와 이유, 방식과 식견에 대한 그의 사유를 책으로 정리하면서도 그 역시 나무 전문가에 머물지 않고 나무를 느끼고 나무와 함께 놀면서 숲을 이해하고 우주를 꿰뚫어보기 위해 노력했다. 나무에 관한 물음표에 삶에 대한 느낌표가 붙을 만한 책이다.

(사진=책표지)
(사진=책표지)

■ 우리가 몰랐던 나무와 꽃의 비밀

‘랩걸’(호프 자런 | 알마)은 씨앗이 자라 나무가 되는 식물의 삶처럼 삶에 대한 열정을 잃지 않고 고난 끝에 큰 나무 같은 어엿한 과학자가 된 호프 자런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다. 과학자를 꿈꾸던 소녀가 여러 번의 시행착오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부닥친 사회의 높은 벽을 겪으면서도 자연과 과학을 향한 사랑과 동료에 대한 믿음으로 연구자의 길을 걸어 한 명의 과학자가 되기까지 과정을 고스란히 담았다. 여자로서 살아가기만도 힘든 그는 조울증까지 앓으면서도 출산과 연구 어느 하나 놓치지 않으려 한다. 실험실에서 쫓겨나도 다시 실험실로 향하는 그의 이야기에서 진솔한 자기 성찰과 삶을 향한 따스한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식물에 대한 무한한 사랑도 독자들을 바꿨다는 평이 많다.

‘사랑하면 보이는 나무’ (허예섭, 허두영 지음 | 궁리) 아버지와 아들이 함께 쓰고 그린 나무 관찰 기록을 엮은 책이다. 1월 첫주부터 시작해 1년 52주 동안 한 주에 한 그루씩 그 나무가 가장 아름다울 때의 모습을 이야기한다. 저자 중 아버지는 아들이 초등학교 3학년이던 시절 아파트 현관 앞에 있는 나무의 이름을 묻자 당황한다. 아버지는 아무 생각 없이 아내에게 그 곤란한 임무를 떠넘겼지만 10년 넘게 과학기자로 지냈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된다. 이후 아버지는 아들과 함께 나무를 연구하기 시작했다. 아들은 나무의 학명, 분류, 분포, 생태, 꽃말, 유래, 용도, 전설처럼 직접 관찰하고 조사해서 쓸 수 있는 영역에서, 아버지는 나무에 대한 인문학적인 영역에서 접근해 나무들을 들여다봤다. 아이가 있다면 교육용으로도 추천할 만한 책이다.

(사진=책표지)
(사진=책표지)

■ 나무에 상상의 열매가 열리면

‘나무’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 열린책들)는 한국인이 사랑하는 프랑스 작가 베르베르의 소설집이다. 이 책은 9쪽에 불과한 ‘사람을 찾습니다’등 10~20쪽 분량의 짧은 단편들을 모았는데 이 중 ‘가능성의 나무’는 꿈에서 본 나무에서 촉발된 상상력을 통해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갖가지 주제를 놓고 토론을 벌임으로써 미래에 지구와 인류와 인류의 의식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을 표시한 수형도를 상상하는 작품이다. 미래의 모든 가능성들을 나무처럼 계통도로 그려서 검토해 본다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은 베르베르답다. 작가의 본령인 ‘인간 세계에 대한 과학적이고 시적인 통찰’도 역시 담겨 있다. ‘가능성의 나무’를 포함해 관습적인 사고방식을 탈피하고 세계를 새롭게 바라보게 해주는 이야기가 담겼다.

‘거짓말을 먹는 나무’(프랜시스 하딩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는 19세기 영국의 저명한 과학자이자 지식인의 딸 페이스가 아버지의 이해할 수 없는 죽음에 관한 진실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 미스터리 판타지다. 2005년 첫 장편 ‘깊은 밤을 날아서’를 발표하며 문학계의 다크호스로 촉망받았던 작가 프랜시스 하딩의 일곱 번째 장편소설이기도 하다. 거짓말을 하면 그걸 먹고 열매를 맺어 세상으로부터 숨겨진 비밀들을 드러내는 나무를 통해 이야기가 펼쳐진다. 영국에선 해리포터 시리즈를 잇는 명작 판타지라 칭송 받았고 이미 영화화가 결정되기도 했다. 세상의 변화나 유행에 신경 쓰지 않고 늘 한결같이 새 작품을 구상하고 자신만의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현해가는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 비유와 암시, 기괴한 표현력 등이 돋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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