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4월 둘째 주(4월 16일 월요일~22일 일요일)의 앨범은 빅스, 안녕바다, 핫펠트, 훈스, 민서 입니다.
■ 빅스 정규 ‘EAU DE VIXX’ | 2018.4.17
늘 다양하고도 확실한 콘셉트로 정체성을 형성한 빅스가 돌아왔다. 이번 앨범의 테마는 ‘향’이다. 멤버들은 향기에 대한 광적인 집착을 섬세하게 표현하는 조향사로 변신했다. 이전에 보여줬던 콘셉트가 대부분 비주얼적인 자극에 머물렀다면, 이번 앨범 ‘오 드 빅스’는 여기서 한 발짝 더 나아간다. 빅스는 공감각적인 표현을 시도해 자신들의 영역을 넓혔다. 타이틀곡 ‘향’은 노래의 음폭을 줄이는 대신 리듬의 변화를 통해 화자의 감정 상태를 표현한다. 후렴구가 나오기 전 긴장감 넘치는 파트가 뜻밖의 킬링포인트다. 다른 수록곡들도 무언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려고 하지 않는다. 앨범 커버 역시 색깔만으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있다. 이번 앨범은 빅스가 절제된 세련미로 연륜을 찾아가는데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는데 의미가 있다.
■ 안녕바다 정규 ‘701’ A-side | 2018.4.17
안녕바다 정규 5집 앨범의 파트 1이자 2년 만의 컴백을 알린 앨범이다. 정규앨범을 완성할 B-side는 오는 가을에 나온다. 앨범 제목 ‘701’은 안녕바다의 멤버이자 형제인 명제와 선제가 초등학교부터 살던 아파트 호수에서 따왔다. 그래서인지 각 트랙은 정겹고 소소한 일상을 가리킨다. 더 나아가 두 사람이 그렇게 오래 살던 동네를 떠나게 된 심정은 따뜻하면서도 아련한 멜로디가 품고 있다. 701호는 현재의 안녕바다를 만들어낸 곳이다. 이제는 과거가 될 동네이지만, 미래의 안녕바다를 만들어낼 바탕이 되어주기도 한다는 말.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앨범의 풋풋한 소리는 아이러니하게도 안녕바다가 데뷔 10년차의 노련미를 지녔기 때문에 가능했다.
■ 핫펠트 싱글 ‘Deine’ | 2018.4.18
‘다이네’가 지난 앨범 ‘미아네(MEiNE)’와 이어진다. ‘미아네’가 ‘나’를 풀어낸 앨범이라면, 이번 앨범 ‘다이네’는 ‘너’에 관한 이야기다. 타이틀곡 ‘위로가 돼요’ 속 화자는 너를 관찰한다. 가사는 “왜 그렇게 친절해요” “왜 자꾸만 웃어줘요”라며 상대방에 대한 감상을 늘어놓는다. “혹시 말랑자두 좋아해요?” “키우는 강아지 이름이 뭐예요?” “보통 몇 시쯤 자요?”라는 구체적인 질문은 그 자체만으로도 화자가 지금 어떤 감정 상태인지 보여준다. 그만큼 노래는 직접적이다. 반면 핫펠트는 ‘널 갖고 싶다’는 돌직구를 줄 듯 말 듯 은은한 리듬으로 풀어낸다. 덕분에 흔한 사랑 노래는 초록색 녹음이 돋보이는 앨범 커버처럼 푸르고 싱그러운 고백이 됐다.
■ 훈스 미니 ‘90BPM’ | 2018.4.18.
‘우리라고 쓰고 싶어’로 봄을 물들인 훈스가 더욱 강력해진 달콤함으로 돌아왔다. ‘90BPM’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의 BPM이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고 그 사람을 생각하면서 두근두근 뛰기 시작하는 심장 박동을 음악의 템포에 비유해 표현한 제목이다. 타이틀곡 ‘얘가 이렇게 예뻤나’는 ‘우리라고 쓰고 싶어’와 비슷한 분위기를 가져간다. 고백 직전의 설렘을 포근하고 따뜻한 멜로디로 풀어냈다.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변주와 안정적인 흐름이 훈스만의 개성을 드러낸다.
■ 민서 싱글 ‘알지도 못하면서’ | 2018.4.19
민서의 데뷔 앨범 ‘더 다이어리 오브 유스(The Diary of Youth)’ 4부작 중 2편이다. 민서의 소리는 부드럽고 힘 있는, 풍부한 악기소리 같은 면을 지니고 있다. 멜로디가 미니멀한 ‘멋진 꿈’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밝고 화려한 느낌을 지녔던 이유다. 노래는 전체적인 톤을 잡아주고, 민서는 목소리의 힘만으로 분위기를 형성한다. 이번 곡 ‘알지도 못하면서’도 이와 비슷한 결을 지닌다. ‘알지도 못하면서’는 ‘멋진 꿈’보다 더 심플한, 최소한의 반주로 이루어진다. 여기에서 민서는 보다 무게감 있는 목소리로 차분하게 노래를 시작한다. 그러다가 곡 후반부에서 점점 빨라지는 템포에 맞춰 다이내믹한 분위기로 변신한다. 그렇게 민서는 자신의 이름을 알리게 해준 ‘좋니’의 울타리에서 벗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