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이소희 기자] 길거리에만 나가도 최신 곡이 쉴 틈 없이 흘러나오고요, 음악 사이트도 일주일만 지나면 최신 앨범 리스트가 몇 페이지씩이나 됩니다. 이들 중 마음에 훅 들어오는 앨범은 어떻게 발견할까요? 놓친 앨범은 다시 보고, ‘찜’한 앨범은 한 번 더 되새기는 선택형 플레이리스트가 여기 있습니다. -편집자주-
2018년 5월 첫째 주(4월 30일 월요일~5월 6일 일요일)의 앨범은 안녕의 온도, 이민혁, (여자)아이들, 크러쉬, 달탐사소년단 입니다.
■ 안녕의 온도 싱글 ‘말해버리면’ | 2018.4.30
안녕의 온도가 지난해 2월 발매한 정규 1집 앨범 ‘사랑에 관한 각자의 기억’ 이후 약 1년 3개월 만에 발표한 싱글이다. 정규앨범에서는 사랑과 이별 그리고 그 외의 것들까지 청춘을 이루는 다양한 감정을 담았다면 ‘말해버리면’은 철저히 이별을 그린다. ‘철저하다’고 표현했지만 안녕의 온도 색깔답게 목소리는 언제나 담담하다. 특히 안녕의 온도는 메인보컬 없이 연주자로만 움직이는 팀. 이번 싱글 ‘말해버리면’에서는 키보드를 치는 윤석철이 노래했다. 시작부터 건조하지만 다정한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멜로디는 어스름한 풍경을 담은 앨범 커버 및 애절한 가사와 달리, 오히려 리드미컬하기까지 하다. 그러고 보면 이 노래는 이별을 겪은 화자가 주인공이 아니다. 헤어짐을 직감한 이의 이야기다. 무덤덤한 소리들은 슬픈 감정을 앞두고 믿기지 않는 찰나의 순간들을 촘촘하게 그려낸다.
■ 이민혁 미니 ‘Polaris’ | 2018.4.30
그간 피처링과 싱글로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이민혁의 첫 번째 미니앨범. 이전에 발매했던 ‘꿈을 꾸었다’ ‘우리 그 밤에 웃은 것처럼’ ‘너와 나의 별이야기’도 함께 실렸다. 앨범은 신곡이자 더블 타이틀곡인 ‘우리 오늘 만날까’ ‘벚꽃이 떨어질 때’로 시작해 밝은 분위기의 기존 곡으로 흘러간다. 끝에 가서는 다소 잔잔한 ‘너와 나의 별이야기’에 이어 신곡 ‘북극성’으로 마무리된다. 덕분에 앨범은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를 띄면서도 차분하게 결말을 맺는 모양새가 됐다. 모든 트랙을 듣고 나야 어둡고 푸른 밤하늘이 담긴 커버가 쉽게 이해가 된다. 타이틀곡 ‘우리 오늘 만날까’와 ‘벚꽃이 떨어질 때’는 이민혁이 가장 강세를 보이는 달콤한 곡이다. ‘진짜 남친이 불러주는 곡’ 같다는 평이 많은 만큼 봄날 산책을 하며 들으면 설렐 듯하다. 너무 들뜨지 않고 본인 목소리와 잘 맞는 차분한 멜로디를 택한 것이 좋다.
■ (여자)아이들 미니 ‘I am’ | 2018.5.2
날이 갈수록 아이돌의 실력이 상향평준화되고 있지만, 잘 만든 노래와 무대를 좀처럼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다. 그런 가운데 여자(아이들)의 데뷔앨범 ‘아이엠’은 눈에 띈다. 여자(아이들)은 큐브엔터테인먼트(이하 큐브)에서 CLC 이후로 선보이는 신인 걸그룹. 여자(아이들)은 ‘예쁨’보다 ‘멋짐’을 택했다. 멤버 소연이 직접 작사 작곡한 타이틀곡 ‘라타타(LATATA)’는 노래나 무대나 콘셉트가 명확하다. 동양적인 미가 도드라지고 중독성 있는 후크, 힘이 실린 래핑이 특징. 멤버들은 신인임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긴장감과 미끄러지듯 유연한 변주를 어색함 없이 소화한다. 다만 어느 정도 그룹 블랙핑크와 비슷한 결이 독이 될 수도 있다. 워낙 개성 강한 걸그룹이 드문 시대라 유사해 보이는 것일 수도 있겠다. 여자(아이들)의 무대를 보면 큰 동작을 수월하게 소화하지 못해 더 큰 임팩트를 바라게 되는 게 가장 아쉬운데, 이를 보완한다면 보다 자신들의 색깔을 쌓아갈 바탕이 더욱 탄탄해질 듯하다.
■ 크러쉬 싱글 ‘잊을만하면’ | 2018.5.3
‘잊을만하면’은 발표 직후 음원차트 1위를 차지했다. 이로써 크러쉬는 대중적이면서 힙한 감성을 함께 끌고 갈 수 있는 가수 중 한 명임을 새삼 깨달을 수 있다. ‘잊을만하면’도 편안하게 들을 수 있는 신곡이다. 하지만 이전 곡보다 개성이 부족하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한 마디로 무난하다. 후렴구를 지나도, 후반부에 이르러도 노래는 매력 없이 그저 흘러간다. 그나마 ‘옛날 노래’스럽지 않은 건 크러쉬의 목소리 덕분. 곡 설명에는 ‘트랜디한 음색’이라는 표현이 쓰여 있는데, 정말 말 그대로 음색만 트렌디하다. 그의 목소리를 제외하고는 2000년대 초반 중고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멜로디들이 자꾸만 겹쳐진다. 좋게 말하면 아련한 추억에 젖게 만드는 촉촉한 감성을 지닌 곡. 그저, 개성 강한 가수들이 간혹 힘을 빼는 순간들을 보며 점점 높아지는 기대를 충족하기 위한 창작의 고통을 새삼 실감한다.
■ 달탐사소년단 ‘조화에도 물을 주며’ | 2018.5.6
보컬의 목소리는 충분한 안정감으로 들어차 있는데, 그를 둘러싼 소리들은 자꾸만 바뀐다. 이들의 목소리는 가수 슈가볼의 달콤함을 닮아 있다. 충분히 리스너들의 마음을 저격할 포인트를 노릴 수 있는 상황이라는 말.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탐사소년단은 변화한다. 솔직히 ‘좋다’는 말이 섣불리 나오지 않는 곡들도 있긴 하다. 반면 좋아하는 걸 이것저것 시도한다는 느낌이 풍겨와 다음 앨범이 자꾸만 궁금해진다. 이를 감안했을 때 이번 앨범 ‘조화에도 물을 주며’는 여러 변주 끝에 잠시 쉬어가는 타이밍으로 느껴진다. 잔잔한 멜로디와 차분한 분위기는 ‘이제야 대중적인 취향을 짚었나?’ 생각을 들게끔 한다. 그리고 동시에 ‘아니다’라는 답을 내리게 된다. ‘조화에도 물을 주며’는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는 김춘수의 시 구절을 떠올리게 하는 깊은 곡이다. 조화에 물을 준다는 건 터무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노래의 화자에게는 사랑으로 생명력을 불어 넣는 엄청난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