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뷰어스=노윤정 기자] tvN 토일드라마 ‘무법 변호사’(연출 김진민·극본 윤현호)는 방영 전부터 화제작으로 꼽힌 작품이다. ‘무법 변호사’는 법 대신 주먹을 쓰던 무법(無法) 변호사 봉상필(이준기)이 절대 권력에 맞서 싸우며 진정한 무법(武法) 변호사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담은 장르물. 복수극에서 좋은 성적을 거둬온 이준기가 4년 만에 선보이는 복수극이라는 점이 대중의 기대를 높였다. 뿐만 아니다. 무엇보다 ‘무법 변호사’는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호흡을 맞췄던 김진민 PD와 이준기가 11년 만에 재회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큰 화제를 모았다.
■ ‘개와 늑대의 시간’, 정통 느와르를 담다
2007년 방영된 MBC ‘개와 늑대의 시간’은 이수현(이준기)의 복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극 중 이수현의 삶은 비극적이다. 태국의 거대 폭력조직인 ‘청방’의 손에 어머니를 잃고, 복수를 위해 한 평생을 바친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불행한 삶인데, 사랑에 빠진 연인 서지우(남상미)는 어머니를 죽인 원수 마오(최재성)의 딸이다. 형제와도 같던 강민기(정경호)와 척을 지기도 한다.
작품은 반전에 반전을 거듭한다. 이수현은 죽음을 가장한 뒤 언더커버로 활동하며 복수를 지속한다. 그 과정에서 기억상실을 겪으며 정체성과 삶의 목적이 흔들리게 된다. 이수현과 마오의 관계에 숨겨진 비밀 역시 시청자들에게 충격을 안긴 하나의 반전이었다. 마오는 이수현의 아버지와 절친한 사이였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이수현은 오열한다. 마지막 회 전개 역시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간다. 마오는 이수현의 손에 쥐어진 총을 쏴 목숨을 끊는다. 이수현 역시 그와 함께 목숨을 잃은 것처럼 보였으나 또 다시 죽음을 위장하고 살아남았다. 이수현과 서지우의 로맨스는 재회를 암시하며 열린 결말로 끝을 맺었다.
‘개와 늑대의 시간’은 깊은 울림을 주는 장면과 대사를 다수 남겼다. 그 중에서도 시청자들이 극 최고의 명대사로 꼽는 이수현의 마지막 내레이션, “해질녘, 모든 사물이 붉게 물들고 저 언덕 너머로 다가오는 실루엣이 내가 기르던 개인지, 나를 해치러 오는 늑대인지 분간할 수 없는 시간. 이때는 선도 악도 모두 붉을 뿐이다”라는 대사로 막을 내리며 진한 여운을 남겼다.
(사진=MBC)
■ 11년 지나도 잊을 수 없는 인생 드라마
‘개와 늑대의 시간’은 복수 이야기에 기억상실, 언더커버, 부모 세대의 악연으로 얽힌 연인 등 익숙한 소재로 스토리를 채웠다. 말하자면 흔한 복수극의 구조를 따르는 작품인 셈이다. 하지만 한지훈, 류용재 작가의 탄탄한 극본과 김진민 PD의 감각적인 연출, 배우들의 열연이 어우러져 큰 인기를 얻었다. 첫 방송 시청률 8.8%(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이하 동일 기준)로 출발한 작품은 최종회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인 17.5%를 기록하며 마지막까지 시청자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뿐만 아니라 정통 느와르와 멜로를 선보이며 마니아층을 형성해 일명 ‘개늑시 폐인’을 양산했다. 인물들의 복잡한 관계와 계속된 갈등을 겪는 내면 심리를 작위적이지 않게 풀어내며 시청자들을 매료시켰다. 한 편의 느와르 영화처럼 펼쳐지는 영상은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이처럼 극본, 연출, 연기 삼박자를 고루 갖춰 웰 메이드 드라마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방영 내내 시청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이에 제작진 및 출연진은 서울 용산 CGV에 시청자들을 초대해 함께 마지막 방송을 시청하기도 했다.
특히 이준기는 이 작품을 통해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영화 ‘왕의 남자’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이준기는 대중에게 예쁘장한 외모로 먼저 인식되는 배우였다. 그러나 ‘개와 늑대의 시간’에서 화려한 액션 연기와 안정된 대사 처리, 끊임없이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이수현의 내면을 오롯이 표현하며 한층 성숙해진 연기력을 증명했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증명한 이준기의 호연은 ‘개와 늑대의 시간’을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회자되는 ‘인생작’으로 만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