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방탄소년단을 만든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방시혁 프로듀서는 “놀라운 일들이 많이 일어나고 있어서 어느 지점부터 성장했다고 잡을 수가 없다”고 말했다. 그가 말하길, 많은 이들이 분석한 결과 ‘쩔어’가 리액션 전문 유튜버로부터 반응을 일으켜 해외 팬들을 집결시켰고, ‘불타오르네’로 팬덤의 성장을, ‘피 땀 눈물’로 대중성을 확보한 듯 보인다는 의견을 낸 게 타당하다고는 생각했단다.
맞다. 모든 것이 놀라웠다. 보편적으로 국내 아이돌은 내수시장을 먼저 공략한 뒤 해외에 진출해 활동을 병행한다. 아니면 애초부터 해외 팬덤을 목표로 삼는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의 경우는 달랐다. 방탄소년단은 별다른 프로모션 없이 해외에서 먼저 주목받고 이후 국내에서 그 위상을 인정받았다. 성장 지점을 정확히 꼽을 수 없을지언정, 이들이 내놓는 결과물은 선명해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사실은 방탄소년단이 마케팅이 아닌 다른 요소들로 세력을 확장했음을 뒷받침한다. 방탄소년단의 성과는 본질로 여겨지는 것들의 시너지로 인한 폭발과도 같다.
(사진=방탄소년단 유튜브 채널 캡처)
■ BST의 소셜 미디어 활용법, 무엇이 달랐나
‘방탄소년단의 성공 배경’을 말할 때 가장 자주 언급되는 요소 중 하나가 바로 SNS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은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톱 소셜 아티스트 부문에서 2년 연속(2017·2018년) 수상을 했다. 이 상은 지난 1년간의 앨범 및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등부터 소셜 참여 지수 및 글로벌 팬 투표 등 데이터를 합산해 선정한다. 음악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SNS를 통해 아티스트의 영향력을 확인할 수 있는 부문이다.
방탄소년단은 유튜브와 트위터 등 각종 소셜 미디어를 통해 팬들과 소통해왔다. 사실 여기까지는 대부분의 국내 아이돌 그룹이 똑같이 하고 있다. 그렇다면 방탄소년단의 활동은 무엇이 달랐을까? 많은 이들이 입을 모은 데는 바로 ‘진정성’이다.
요즘 세상에서 SNS는 아티스트와 팬의 거리를 좁히는 친근감의 대명사라고 하지만, 실상은 ‘마케팅’의 일환으로 여겨지는 경우가 많다. 아이돌, 특히 신인인 경우에는 더욱 심하다.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반면 방탄소년단은 데일리룩과 셀카를 비롯한 일상공유부터 ‘방탄TV’ 등과 같은 영상 콘텐츠까지, 미디어 툴을 자신들을 홍보하기 위한 목적보다 ‘드러내기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 비슷한 말처럼 들릴 수 있겠지만 전자는 철저한 계산과 전략 하에 이뤄지고 후자는 솔직함을 최우선으로 했다는 점에서 다르다.
이 같은 차이는 소통의 방향 차이를 불러온다. 방탄소년단은 단순히 팬들이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게재하는 것을 뛰어 넘어, 자신들이 어떤 그룹인지 그리고 어떤 사람인지 알린다. 팬들에게 무작정 “사랑해요”라고 말하는 팬서비스를 하기보다. ‘그룹이 곧 팬덤이고, 팬덤이 곧 그룹’이라는 가치관을 형성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진정한 쌍방향 소통이라고 할 수 있는 지점이다.
데뷔일마다 개최하는 ‘페스타’는 이런 소통이 집약된 콘텐츠 중 하나다. 6월 13일을 전후로 방탄소년단은 포토컬렉션, 비하인드 영상, 일상과 생각을 담은 콘텐츠 등 자체 제작한 선물들을 내놓는다. 팬들이 축하를 건네고 그룹이 받는 게 아니라, 팬들과 ‘함께 축하하는’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팬들 역시 ‘우리가 방탄소년단의 얼굴’이라는 주체적인 인식을 갖는다.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 “청춘 그 자체이기에”...시너지의 배경
엄밀히 말하자면 방탄소년단이 전 세계적으로 뻗어나갈 수 있던 배경에는 SNS가 있기 이전에, 방탄소년단의 성숙한 가치관이 있었던 셈이다. 이렇게 방탄소년단의 기저에 깔린 생각들은 자연스럽게 음악으로도 흘러나온다. 방탄소년단의 성공 요인으로 꼽히는 두 번째 요소는 ‘공감이 있는 음악’이다.
SNS 활동과 마찬가지로 그간 ‘청춘’을 다룬 아이돌 그룹은 수도 없이 많았다. 본인들의 나이대이기도 하고, 아이돌 팬덤은 어린 연령층을 중심으로 하기 때문에 적절한 소재다. 게다가 방탄소년단이 시리즈 앨범으로 흥행을 거둔 이후로 연작을 내는 팀들도 급증했다. 청춘과 스토리를 결합해 저마다의 서사를 만드는 것이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처럼 꾸준히 퀄리티 높은 작품을 내놓는 그룹은 지금까지도 드물다. 청춘을 하나의 ‘콘셉트’로 삼은 것이 중요한 패인으로 여겨진다. ‘콘셉트’라는 건 이미지가 중요한 계산이다. ‘어떻게 보여야 한다’는 설정이 있다. 그렇다 보니 ‘청춘’이라는 단어를 내세울 수는 있어도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을 어떤 경험을 통해 녹여냈는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선명하게 그리기는 힘들다.
방탄소년단을 기자회견 등 공식 일정을 통해 만났을 때 감탄한 점도 이 부분에서다. 수많은 쇼케이스와 인터뷰를 다녔다. 그 자리에서는 자신들이 표현하는 무대, 작업한 노래에 담긴 메시지를 묻는 질문은 필수적으로 나온다. 하지만 이에 대해 속 시원히 대답한 그룹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부분 열심히 외운 보도자료를 읊거나 질문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해 혹은 돌려 말하기 위해 겉도는 대답을 내놓는다.
방탄소년단(사진=빅히트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런가 하면 방탄소년단은 말이 많다. “이 곡은 장르가 어떻고 어떤 작곡가와 작업했으며, 이런 메시지를 담고 있고~”와 같은 대답을 위주로 하지는 않는다. 또 앨범을 관통하는 메시지 등은 듣는 이가 지닌 해석의 자유가 있기 때문에 구체적인 언급을 하지는 않는다. 대신 곡을 만들게 된 경험부터 그로부터 얻은 깨달음, 꼬리에 꼬리를 물고 확대된 생각 등까지 치밀하게 전한다.
덕분에 멤버들의 말을 들으면 ‘아, 방탄소년단은 이런 생각을 가지고 노래를 만들었구나’라고 파악이 된다. 이런 대답은 지금 떠올린다고 해서, 암기를 한다고 해서 나올 수 있는 것들이 아니다. 평소에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찰해야 주장할 수 있는 ‘자신의 모습’이다.
더 나아가 이처럼 단단하고 또렷한 주장은 외부 요인이나 단기적인 변화에 따라 흔들리지 않는다. 방탄소년단은 해외진출을 목적으로 만들어진 팀도 아니지만, 해외에서 주목을 받고 나서도 그 시장의 눈에 들기 위해 모든 것을 맞추지 않았다. 자신들의 것을 유지하고 음악 장르에 있어서만 트렌드를 빠르게 따라 잡았다. 이들은 오히려 한글 가사를 고집하고 케이팝 특유의 색깔을 유지했으며, 한국의 팬덤문화를 전 세계에 퍼뜨렸다.
방시혁 프로듀서의 말에 따르면 슈가는 ‘어른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꿈을 향해 정진한다면 언제나 소년이라고 생각한다는 의미란다. 방탄소년단에게 청춘은 ‘다뤄야할 것’이 아니라 자신 자체다. 덕분에 각 트랙은 한 편 한 편의 일기다. 여러 일기가 모인 앨범은 방탄소년단의, 우리의, 나의 에세이가 된다. 이것이 방탄소년단이 자신들을 드러내는 방식이다. 그리고 이런 방탄소년단의 자세는 모든 성공의 시너지를 불러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