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광화문연가 공연컷(사진=CJ E&M)
[뷰어스=김희윤 기자] 지난해 말 故 이영훈 작곡가의 음악을 엮은 ‘광화문연가’와 록큰롤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올슉업’을 기점으로 ‘젊음의 행진’, ‘브라보 마이 러브’, ‘미인’까지 주크박스 뮤지컬 행보가 꾸준하게 이어지고 있다.
대중음악을 활용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 꾸준히 제작되는 이유는 뭘까. 작품의 다양성 측면에서 부족한 것이 사실이나 주크박스 뮤지컬은 대중성을 검증 받은 음악을 무대 문법에 맞게 새로운 무대로 탈바꿈시킨다는 점은 분명하다. 과연 한국 주크박스 뮤지컬은 어디까지 와있을까.
■ K-POP 중심으로 널리 퍼져
주크박스 뮤지컬은 2000년대 이후 급속하게 확산되기 시작했다. 2001년 스웨덴 출신 혼성그룹 아바(ABBA)의 음악들로 만들어진 ‘맘마미아’를 시작으로 흥행 가능성을 엿본 영미권에서는 점차 다양한 작품을 선보이기 시작한다. 이후 ‘올슉업(엘비스 프레슬리)’, ‘위 윌 락 유(퀸)’, ‘렛 잇 비(비틀스)’ 등 유명 아티스트들의 음악이 잇따라 뮤지컬로 만들어지면서 점차 국내에도 소개되기 시작했다.
올슉업 공연컷(사진=킹앤아이컴퍼니)
국내에서는 K-POP을 중심으로 여러 가수의 노래를 한 번에 담은 ‘와이키키 브라더스’, ‘젊음의 행진’ 등 컴필레이션 형식이 초창기에 시도됐다.
컴필레이션 형식 뮤지컬은 다양한 가수의 노래를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이를 묶어줄 단일한 콘셉트가 필요하고, 작품을 이끄는 중심 스토리가 빈약하면 노래가 중구난방으로 펼쳐져 ‘콘서트’로 변질될 우려가 있다. 즉 주크박스 뮤지컬은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유기적인 흐름이 관건이다. 그래야만 추억을 환기하는 에피소드와 만나 큰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다.
■ 트리뷰트 형식의 주크박스 뮤지컬 성행
앞서 컴필레이션 형식이 국내 주크박스 뮤지컬의 초기 단계였다면, 이후에는 신작 주크박스 뮤지컬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특정 뮤지션의 노래를 엮은 ‘스트릿 라이프(DJ DOC)’, ‘그날들(김광석)’, ‘광화문연가(이영훈)’ 등이 컴필레이션 형식 뮤지컬이다. 이는 특정 뮤지션의 곡을 사용해 ‘헌정’의 의미를 담아 ‘트리뷰트 뮤지컬’이라 불린다.
트리뷰트 뮤지컬은 특정 뮤지션뿐만 아니라 한 작곡가의 음악을 중심으로 만든 작품까지를 포함한다. 이러한 트리뷰트 형식의 증가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2016년 7월 발간된 ‘월간 더뮤지컬’에 따르면 지난 2012년까지만 해도 주크박스 뮤지컬 중 63%가 컴필레이션 뮤지컬인 반면, 37%가 트리뷰트 뮤지컬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는 뒤집어져 국내나 해외 모두 특정 가수의 음악으로 만드는 주크박스 뮤지컬 제작 비율이 늘고 있다.
미인 포스터(사진=홍컴퍼니)
특히 6월 개막한 ‘미인’은 한국 대중음악의 거장 신중현의 동명 히트곡을 무대화한 작품이다. 1930년대 무성영화관을 배경으로 시대상과 청춘들의 군상을 신중현의 명곡과 함께 담는다. 이번에 창작 초연으로 무대화에 도전하면서 트리뷰트 뮤지컬 영역을 한 단계 넓히고 있다.
■ 한국 주크박스 뮤지컬의 명과 암
물론 이미 검증되고 대중적으로 친숙한 노래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주크박스 뮤지컬은 큰 매력이 있다. 그러나 작품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점이 큰 난관으로 작용할 수 있다. 특히나 이미 뚜렷한 성격을 보이는 아티스트의 대중가요를 뮤지컬 넘버로 활용하는 작업은 결코 만만치 않다.
각 포스터(사진=인터파크티켓, 세종문화회관)
그중 가장 비판받는 점은 바로 장면 연결 간 매끄럽지 못한 점이나 스토리의 빈약함을 꼽을 수 있다. 원종원 뮤지컬 평론가는 뷰어스에 “주크박스 뮤지컬이 다양하게 나오지만 짜깁기식 구조가 반복되는 경우가 많다”고 국내 주크박스 뮤지컬의 현실을 지적한 바 있다.
결국 한국 주크박스 뮤지컬의 이러한 끼워 맞추기식 구성은 노래로 끌어올린 흥겨움을 반감시키는 탓에 번번이 아쉬움을 동반했다. 결국 친숙한 노래를 통해 향수와 추억을 공유할 수 있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구조를 지니는 것이 중요하다. 관객들로 하여금 온전히 극에 몰입하도록 만들 수 있어야 주크박스 뮤지컬도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해볼 여지가 자라나게 된다. 과연 올해 주크박스 뮤지컬이 장르적 활로를 얼마만큼 열어줄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