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인훈 작가 별세, 자평한 문학세계부터 길러낸 제자들만 해도 '문학계 큰별' (사진=최인훈 작가. 문학과지성사) [뷰어스=문다영 기자] 소설가 최인훈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최인훈 작가는 23일 오전 10시46분 대장암 투병 끝에 입원 중이던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별세했다. 최인훈 작가는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월남했다. 1959년 단편 '그레이 그락부 전말기'와 '라울전'으로 등단한 뒤 1960년 남북한을 제3의 시선으로 비판한 소설 '광장'을 발표하면서 냉전 이데올로기 극복을 지향하는 작가로 손꼽혔다. 생전 최인훈 작가는 "문학 창작은 일종의 사고실험(思考實驗)"이라는 소신 아래 지식인의 고뇌를 탐구한 소설로 분단 시대를 잇달아 조명했다.  관념 소설 '화두'와 '회색인' '서유기'를 비롯한 풍자소설 '총독의 소리' 고전 패러디 소설 '구운몽' 등은 그가 다양한 소설 양식을 실험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또 전통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와 현실과 예술을 풀이한 평론집 '문학과 이데올로기'를 내기도 했다.  생전 작가는 '최인훈 전집'(15권)을 남겼고 동인문학상·이산문학상·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내며 후학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특히 대표작 '광장'은 영어를 비롯해 6개국어로 번역된 바 있다. '광장'은 남한의 천박한 이기주의를 '광장이 없는 밀실'로, 북한의 획일적 전체주의를 '밀실이 없는 광장'에 비유해 모두 비판했다. 남한 출신의 청년 이명준이 분단 직후 월북했다가 6·25 때 북한군으로 내려와 포로가 된다. 그는 종전 이후 남북한 모두 혐오한 나머지 제3국 인도를 선택해 배를 타고 가던 중 바다에 투신한다. 이 작품에 대해 최인훈 작가는 서문에서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라며 "인간을 이 두 가지 어느 한쪽에 가두어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고 밀실과 광장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꿈꿨다 밝혔던 바 있다. 이렇듯 최인훈 문학에는 분단 시대를 남한에서 겪은 피난민 지식인의 이방인 의식과 고뇌가 담겨 있다. 이 책은 204쇄 70여 만부를 찍는 동안 분단 시대 한국 젊은이의 필독서로 꼽혀왔다. '광장'이 사실주의 소설인 반면 '회색인'과 '서유기'는 에세이 기법으로 지식인의 고뇌를 그린 관념 소설에 해당한다. 소설 '구운몽'과 '금오신화'는 고전 소설을 패러디해 분단 시대의 상황을 현대적 괴담으로 묘사했다. 1970년대 이후 희곡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를 비롯해 전통 설화를 재해석한 작품을 써내며 한국 연극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다만 이 활동으로 소설 창작은 중단됐다. 그로부터 20년만인 1994년 최인훈 작가는 소설 '화두'(전 2권)를 펴냈다. '화두'는 20세기 한국사 체험을 성찰한 소설. 최인훈 작가는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자기 생애가 문득 소설처럼 바라보이는 시기가 있다"면서 "소설 '화두'에 내 모든 게 들어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2001년 서울예대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한 뒤 2005년 산문집 '길에 관한 명상'을 낸 것이 끝이다. 그의 지도를 받고 소설가 강영숙·심상대·하성란·신경숙·윤성희 등이 등단했다. 그는 2015년 팔순을 맞아 제자 50여 명이 마련한 모임에서 "문학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모범답안이 없다"고 밝힌 바다. 자신의 문학세계에 대해 직접 자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국내외 연구자들과 나눈 공개 대담을 통해 "6·25 때 원산에서 내려온 내 문학은 피란민의 문학"이라면서 "최인훈이란 피난민 작가가 현대 한국이란 원더랜드(이상한 나라)를 헤매고 다닌 셈"이라 평한 바 있다.  이렇듯 한국 문학사에 남다른 족적을 남긴 최인훈 작가 별세에 문학계와 대중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씨와 아들 윤구, 딸 윤경씨가 있다. 장례는 문학인장(장례위원장 김병익)으로 치러지고,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최인훈 별세, 왜 비극인가

문다영 기자 승인 2018.07.23 13:44 | 최종 수정 2137.02.11 00:00 의견 0

| 최인훈 작가 별세, 자평한 문학세계부터 길러낸 제자들만 해도 '문학계 큰별'

(사진=최인훈 작가. 문학과지성사)
(사진=최인훈 작가. 문학과지성사)

[뷰어스=문다영 기자] 소설가 최인훈이 별세했다. 향년 84세.

최인훈 작가는 23일 오전 10시46분 대장암 투병 끝에 입원 중이던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에서 별세했다.

최인훈 작가는 함경북도 회령 출신으로 6·25전쟁 당시 월남했다. 1959년 단편 '그레이 그락부 전말기'와 '라울전'으로 등단한 뒤 1960년 남북한을 제3의 시선으로 비판한 소설 '광장'을 발표하면서 냉전 이데올로기 극복을 지향하는 작가로 손꼽혔다.

생전 최인훈 작가는 "문학 창작은 일종의 사고실험(思考實驗)"이라는 소신 아래 지식인의 고뇌를 탐구한 소설로 분단 시대를 잇달아 조명했다. 

관념 소설 '화두'와 '회색인' '서유기'를 비롯한 풍자소설 '총독의 소리' 고전 패러디 소설 '구운몽' 등은 그가 다양한 소설 양식을 실험한 작품으로 남아 있다. 

또 전통 설화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와 현실과 예술을 풀이한 평론집 '문학과 이데올로기'를 내기도 했다. 

생전 작가는 '최인훈 전집'(15권)을 남겼고 동인문학상·이산문학상·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 등을 수상했다.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를 지내며 후학 양성에 힘쓰기도 했다. 

특히 대표작 '광장'은 영어를 비롯해 6개국어로 번역된 바 있다. '광장'은 남한의 천박한 이기주의를 '광장이 없는 밀실'로, 북한의 획일적 전체주의를 '밀실이 없는 광장'에 비유해 모두 비판했다. 남한 출신의 청년 이명준이 분단 직후 월북했다가 6·25 때 북한군으로 내려와 포로가 된다. 그는 종전 이후 남북한 모두 혐오한 나머지 제3국 인도를 선택해 배를 타고 가던 중 바다에 투신한다. 이 작품에 대해 최인훈 작가는 서문에서 "광장은 대중의 밀실이며 밀실은 개인의 광장"이라며 "인간을 이 두 가지 어느 한쪽에 가두어버릴 때, 그는 살 수 없다"고 밀실과 광장이 조화를 이루는 사회를 꿈꿨다 밝혔던 바 있다. 이렇듯 최인훈 문학에는 분단 시대를 남한에서 겪은 피난민 지식인의 이방인 의식과 고뇌가 담겨 있다. 이 책은 204쇄 70여 만부를 찍는 동안 분단 시대 한국 젊은이의 필독서로 꼽혀왔다.

'광장'이 사실주의 소설인 반면 '회색인'과 '서유기'는 에세이 기법으로 지식인의 고뇌를 그린 관념 소설에 해당한다. 소설 '구운몽'과 '금오신화'는 고전 소설을 패러디해 분단 시대의 상황을 현대적 괴담으로 묘사했다. 1970년대 이후 희곡 '어디서 무엇이 되어 만나랴'를 비롯해 전통 설화를 재해석한 작품을 써내며 한국 연극의 활성화에 이바지하기도 했다. 다만 이 활동으로 소설 창작은 중단됐다. 그로부터 20년만인 1994년 최인훈 작가는 소설 '화두'(전 2권)를 펴냈다. '화두'는 20세기 한국사 체험을 성찰한 소설. 최인훈 작가는 "인생의 어떤 시기에는 자기 생애가 문득 소설처럼 바라보이는 시기가 있다"면서 "소설 '화두'에 내 모든 게 들어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후 2001년 서울예대 교수직에서 정년 퇴임한 뒤 2005년 산문집 '길에 관한 명상'을 낸 것이 끝이다. 그의 지도를 받고 소설가 강영숙·심상대·하성란·신경숙·윤성희 등이 등단했다. 그는 2015년 팔순을 맞아 제자 50여 명이 마련한 모임에서 "문학은 한마디로 정의하기 어렵다. 모범답안이 없다"고 밝힌 바다.

자신의 문학세계에 대해 직접 자평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 2015년 경기 고양시 자택에서 국내외 연구자들과 나눈 공개 대담을 통해 "6·25 때 원산에서 내려온 내 문학은 피란민의 문학"이라면서 "최인훈이란 피난민 작가가 현대 한국이란 원더랜드(이상한 나라)를 헤매고 다닌 셈"이라 평한 바 있다. 

이렇듯 한국 문학사에 남다른 족적을 남긴 최인훈 작가 별세에 문학계와 대중의 애도가 이어지고 있다. 유족으로는 부인 원영희씨와 아들 윤구, 딸 윤경씨가 있다. 장례는 문학인장(장례위원장 김병익)으로 치러지고,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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