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방송화면)
[뷰어스=손예지 기자] tvN ‘남자친구’(연출 박신우, 극본 유영아)에서 배우 곽선영이 연기하는 장미진은 남자친구만큼 든든한 여자친구다.
주인공 차수현(송혜교)의 오랜 친구이자 비서인 미진은 수현에게 ‘밉다’는 말을 달고 산다. 어디 가서 좀 놀아볼까 싶으면 자신을 찾고, 종종 예상치 못한 사고로 걱정케 만드는 수현 때문이다. 그러나 정작 수현을 대하는 미진의 행동은 정반대다. 연락이 오면 곧장 달려가고, 돌발 사고가 발생하면 수현이 다칠 것을 가장 먼저 염려한다. 친구로서 수현의 고민을 묵묵히 들어주다가도 비서로서 날카로운 조언을 잊지 않는다. 사실 미진은 ‘남자친구’에서 수현을 진심으로 아끼는, 몇 안 되는 인물 중 하나다.
캐릭터 설정에 따라 ‘남자친구’에서는 수현과 미진이 함께하는 장면이 꽤 큰 비중을 차지한다. 각 인물을 맡은 송혜교와 곽선영은 마치 실제 친구인 듯 자연스러운 호흡을 보여준다. 특히 송혜교의 담담한 톤과 곽선영의 높고 카랑카랑한 톤은 서로 균형을 맞추며 안정감을 자아낸다. 송혜교야 국내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톱스타이나 곽선영은 아직 낯설게 느껴지는 시청자들이 적잖을 터다. 송혜교가 TV와 영화 판의 ‘로맨스퀸’이라면 곽선영은 공연계의 ‘로맨스퀸’이다.
곽선영은 지난해 SBS ‘친애하는 판사님께’로 처음 시청자들과 만났다. 당시 성폭행 피해자이자 주인공의 언니 송지연 역으로 인상 깊은 감정 연기를 보여줬다. 이후 출연한 ‘남자친구’는 곽선영에게 두 번째 드라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혜교와의 남다른 케미스트리로 시선을 사로잡는 데는 무대에서 쌓은 11년 내공이 크게 작용했다.
(사진=tvN)
2007년 뮤지컬 ‘위대한 캣츠비’로 처음 무대에 오른 곽선영은 이후 연극 ‘김종욱 찾기’ 뮤지컬 ‘빨래’ ‘싱글즈’ ‘궁’ ‘사의 찬미(초·재연 제목은 글루미 데이)’ ‘러브레터’ ‘줄리 앤 폴’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 등 대학로 히트작에 출연했다. 주로 로맨스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낸 곽선영은 똑 부러지는 발음과 이로 인한 대사 전달력, 청아한 음색 속 중심이 단단히 잡힌 가창력이 강점이다. 여기에 아름다운 외모까지 더해져 공연 관객들의 사랑을 한몸에 받았다.
이런 가운데 곽선영과 송혜교의 남다른 인연이 눈길을 끈다. 이는 두 사람의 필모그래피에서 발견됐다. 곽선영은 2014년 뮤지컬 ‘풀하우스’에서 한지은 역을, 2015년 연극 ‘두근두근 내 인생’에서 최미라 역을 맡아 열연했던 바다. 당시 곽선영은 사랑스럽고 발랄한 매력으로 관객들의 호평을 들었다. 그런데 이 작품들의 제목이 익숙하다. ‘풀하우스’는 원수연 작가의 만화를, ‘두근두근 내 인생’은 김애란 작가의 소설을 무대화한 것이다. 공연에 앞서서는 각각 드라마와 영화로도 만들어졌다. 그리고 여기에는 송혜교가 출연했었다. 송혜교 역시 KBS2 드라마 ‘풀하우스’(2004)에서 한지은을, 영화 ‘두근두근 내 인생’(2014)에서 최미라를 연기하며 ‘인생 캐릭터’란 평가를 들었다.
이렇듯 서로 다른 장르에서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로맨스퀸’의 입지를 다졌던 두 사람이다. ‘남자친구’에서는 서로 다른 결의 로맨스로 시청자들을 설레게 한다. 송혜교가 달고 짠 맛을 오가는 멜로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울리는 반면 곽선영은 통통 튀는 로맨틱 코미디로 극의 분위기를 전환해줄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진은 수현의 남자친구 김진혁(박보검)의 절친한 형 이대찬(김주헌)과 썸과 쌈을 오가는 관계가 예고된 상황. 현재까지 첫 만남부터 어긋난 두 사람이 소개팅 애플리케이션으로 재회, 앙숙이 된 듯 서로를 향해 으르렁대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에 ‘남자친구’의 주요 멜로와 별개의 재미를 선사할 곽선영표 로맨스가 더욱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