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어스=남우정 기자] 하정우가 또 한 번 고생길에 나섰다.
‘추격자’ '황해' '더 테러 라이브' '터널'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하정우의 출연작이면서도 그가 고생을 해서 성공한 작품이라는 점이다. 하정우가 고생을 할수록 관객들은 좋아한다. 그래서일까. 하정우가 신작 ‘PMC: 더 벙커’로 또 한번 생고생에 발을 담궜다. 5년 사이 하정우의 고생길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짚어봤다.
■ 실내용 생고생…‘더 테러 라이브’
2013년 개봉한 ‘더 테러 라이브’는 불미스러운 사고로 프로그램에서 밀려난 앵커 윤영화(하정우)가 방송 진행 중, 신원미상 청취자로부터 협박전화를 받게 되고 이를 생중계 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스릴있게 담아냈다. 첫 장편 데뷔작이었지만 김병우 감독은 이 작품으로 558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성공했다.
‘더 테러 라이브’ 속 하정우는 잘 나가던 국민 앵커였지만 미끄러지면서 뉴스가 아닌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방송에서 선글라스를 끼고 무미건조한 태도로 일관했다. 하지만 테러범의 전화를 받게 되고 특종이 될 만한 낌새를 금세 알아차렸다. 이 기회를 잡아서 뉴스 앵커로 복귀는 물론 별거 중인 아내와도 관계를 회복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윤영화는 잘난 만큼 얄미울 정도로 딜을 잘하는 인물이다. 윤영화는 테러범은 물론 방송국 국장, 경찰 등과도 팽팽한 딜을 벌인다. 마냥 정의롭고 착하기만 한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윤영화는 복합적이면서 더 인간적이었다.
‘더 테러 라이브’의 주 배경은 방송국 스튜디오 내에서 이뤄졌다. 하정우의 고생은 모두 방송국 안에서 이뤄졌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몸보다는 입과 정신이 고통스러웠다. 생방송 도중에 치부가 밝혀지는 것은 물론 국장과의 대화를 통해서 계산기도 두드려야 했다. 전화로만 만난 테러범은 대통령의 사과를 받아야겠다고 성화다. 후반부 윤영화가 머리를 쥐어뜯는 상황이 이해가 갈 정도다.
■ 지하에 하늘까지… ‘PMC: 더 벙커’
‘더 테러 라이브’에서 무기라곤 빠르게 돌아가는 두뇌와 말빨이었던 하정우에게 최첨단 시스템의 장비와 총기가 주어졌다. 여기에 보기만 해도 든든한 팀원들까지 만들어졌다. 일당백으로 싸웠던 5년 전과는 확 다르다.
‘PMC: 더 벙커’은 글로벌 군사기업(PMC:Private Military Company)의 캡틴 에이헵(하정우)이 CIA로부터 거액의 프로젝트를 의뢰받아 지하 30M 비밀 벙커에 투입되고 그 곳에서 북한의 ‘킹’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생존 게임을 다뤘다. ‘더 테러 라이브’와 마찬가지로 한정된 장소라는 점은 변함이 없지만 스케일이 커졌다. 영화 속에서 보여 지는 지하 벙커는 총격이 오가도 어색하지 않은 정도의 사이즈다.
윤영화가 일당백으로 싸웠던 반면 에이헵은 동료들이 있고 곧 태어날 아이까지 있다. 리더십이 넘치는 캐릭터다. 다만 결정적 핸디캡을 안고 있는 인물이고 모든 대화를 영어로 해결한다.
하정우는 이번에도 전화는 아니지만 수신기를 통해서 모든 걸 딜하고 소통한다.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테러범과 거래를 하던 윤영화와 마찬가지로 에이헵도 살아 나가기 위해서 조금은 얄미운 선택을 하기도 한다. 하정우였기 때문에 복합적 캐릭터가 완성됐다.
그러나 ‘더 테러 라이브’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고생길이 열렸다. 생존을 위해서 구르고 나르고 미국의 눈치도 봐야 한다. 부상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고 지하에서 하늘까지 오간다.
정치 권력과 언론, 미디어의 적나라한 행태를 까발리는 맛이 있었던 ‘더 테러 라이브’와 달리 ‘PMC: 더 벙커’는 전쟁도 비즈니스가 될 수 있는 국제 정세와 동지애를 건드린다. 팽팽했던 긴장감이 김 빠지게 되는 후반부까지 닮은 두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