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후르츠' '리틀 포레스트' [뷰어스=남우정 기자]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의 상업적 코드가 있다. 그 공식이 딱딱 맞아 떨어져가는 영화는 일단 재미있다. 하지만 작위적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런 자극적 영화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무공해 영화를 만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한 편의 영화가 있다. 다양성 영화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인생 후르츠’와 작년 힐링을 선사한 ‘리틀 포레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 '인생 후르츠'의 노부부 VS '리틀 포레스트' 사회 초년생   ‘리틀 포레스트’와 ‘인생 후르츠’의 가장 큰 차이는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들의 연령이다.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은 도시에서 편의점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20대 고시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험에 떨어지고 막막한 상황에서 고향으로 도피 아닌 도피를 오게 된다. 혜원은 아직 사회에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한 사회 초년생이다.  반면 ‘인생 후르츠’의 츠바타 부부는 나이를 합치면 무려 177세가 된다. 사회에서 한 발 물러나 은퇴를 맞이하고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부부다. 할아버지인 츠바타 슈이치는 전쟁을 경험하고 급속도로 성장한 일본 사회를 바라 본 인물이다.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그는 뉴타운 도시 개발에 참여하며 현 사회를 만들어왔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고민과 걱정도 확연하게 다르다. ‘리틀 포레스트’ 혜원은 고향으로 내려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들과 비교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 마저도 삶의 과정이다. 하지만 ‘인생 후르츠’ 긴 세월을 살아온 츠바타 부부의 고민과 걱정은 딱히 없다. 그래도 그중에서 고르라면 배우자가 나보다 먼저 떠나게 됐을 때다. 히데코는 가끔 슈이치가 없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고 환하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털어놓는다.  ■ 맛있는 음식과 자연과 연결된 삶 두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을 꼽으라면 자연과 그 자연 속에서 탄생된 재료로 만들어낸 음식이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힘을 주는 음식이다. 다만 나이와 나라의 정서 차이가 있다 보니 메뉴 선택이 조금은 다르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이 만들어 먹었던 파스타, 아카시아 튀김, 크림 브륄레 등은 젊은 층이 좋아할 만큼 보는 것부터 예쁜 음식이었다. ‘인생 후르츠’는 좀 더 일본 가정식에 가깝다. 따끈한 소고기 스튜와 감자 크로켓은 식욕을 자극한다. 예쁜 모양은 아니지만 그 투박함이 정겹다. 딸기가 산처럼 올라가 있는 딸기 케이크는 전문 파티셰가 만든 것처럼 윤기가 나진 않지만 식욕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음식에서 오는 에너지를 두 영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두 영화의 가장 중심엔 자연과 삶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 아마 ‘리틀 포레스트’ 혜원이 현재의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먼 훗날 ‘인생 후르츠’ 두 노부부처럼 되지 않을까 상상이 됐다.  ‘리틀 포레스트’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면서 양파처럼 아주심기를 하기로 결심한다. 도시가 말하는 삶의 방향과 속도가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혜원과 재하(류준열)을 통해 보여준다.  ‘인생 후르츠’는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한다. 도시개발에 참여했던 슈이치는 모든 집에 숲을 만든다면 마을 전체가 숲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했고 나무 숟가락만 쓸 정도로 노력했다. ‘인생 후르츠’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내레이션이 있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자연의 섭리가 그대로 담겨있는 영화 자체를 설명해줄 수 있는 대사다. 두 부부는 “차근차근 하다보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돼”라고 말한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치를 일깨워준다.

‘인생후르츠’ VS ‘리틀 포레스트’, 자연과 음식이 주는 삶의 이치

남우정 기자 승인 2019.01.08 10:55 | 최종 수정 2138.01.15 00:00 의견 0
'인생후르츠' '리틀 포레스트'
'인생후르츠' '리틀 포레스트'

[뷰어스=남우정 기자] 관객들이 좋아하는 영화의 상업적 코드가 있다. 그 공식이 딱딱 맞아 떨어져가는 영화는 일단 재미있다. 하지만 작위적이라고 느끼는 순간이 있다. 그런 자극적 영화들 사이에서 오랜만에 무공해 영화를 만났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떠오른 한 편의 영화가 있다. 다양성 영화로 흥행에 성공하고 있는 ‘인생 후르츠’와 작년 힐링을 선사한 ‘리틀 포레스트’가 그 주인공이다. 

■ '인생 후르츠'의 노부부 VS '리틀 포레스트' 사회 초년생  

‘리틀 포레스트’와 ‘인생 후르츠’의 가장 큰 차이는 한 눈에 봐도 알 수 있듯이 주인공들의 연령이다. ‘리틀 포레스트’의 혜원은 도시에서 편의점 음식으로 배를 채우며 하루하루 살아가던 20대 고시생이었다. 하지만 그는 시험에 떨어지고 막막한 상황에서 고향으로 도피 아닌 도피를 오게 된다. 혜원은 아직 사회에 발도 제대로 떼지 못한 사회 초년생이다. 

반면 ‘인생 후르츠’의 츠바타 부부는 나이를 합치면 무려 177세가 된다. 사회에서 한 발 물러나 은퇴를 맞이하고 자신만의 힘으로 살아가는 부부다. 할아버지인 츠바타 슈이치는 전쟁을 경험하고 급속도로 성장한 일본 사회를 바라 본 인물이다. 일본은 물론 대만까지 그는 뉴타운 도시 개발에 참여하며 현 사회를 만들어왔다. 

그렇다 보니 이들의 고민과 걱정도 확연하게 다르다. ‘리틀 포레스트’ 혜원은 고향으로 내려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엄마에 대한 트라우마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한다. 어리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남들과 비교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자책감에 빠지기도 한다. 이 마저도 삶의 과정이다.

하지만 ‘인생 후르츠’ 긴 세월을 살아온 츠바타 부부의 고민과 걱정은 딱히 없다. 그래도 그중에서 고르라면 배우자가 나보다 먼저 떠나게 됐을 때다. 히데코는 가끔 슈이치가 없는 생각을 해볼 때가 있다고 환하게 웃으며 장난스럽게 털어놓는다. 

■ 맛있는 음식과 자연과 연결된 삶

두 작품의 또 다른 주인공을 꼽으라면 자연과 그 자연 속에서 탄생된 재료로 만들어낸 음식이다. 배를 채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가는 힘을 주는 음식이다. 다만 나이와 나라의 정서 차이가 있다 보니 메뉴 선택이 조금은 다르다. 

‘리틀 포레스트’에서 혜원이 만들어 먹었던 파스타, 아카시아 튀김, 크림 브륄레 등은 젊은 층이 좋아할 만큼 보는 것부터 예쁜 음식이었다. ‘인생 후르츠’는 좀 더 일본 가정식에 가깝다. 따끈한 소고기 스튜와 감자 크로켓은 식욕을 자극한다. 예쁜 모양은 아니지만 그 투박함이 정겹다. 딸기가 산처럼 올라가 있는 딸기 케이크는 전문 파티셰가 만든 것처럼 윤기가 나진 않지만 식욕을 끌어올리기에 충분했다. 음식에서 오는 에너지를 두 영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리고 두 영화의 가장 중심엔 자연과 삶에 대한 메시지가 있다. 아마 ‘리틀 포레스트’ 혜원이 현재의 가치관과 생각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먼 훗날 ‘인생 후르츠’ 두 노부부처럼 되지 않을까 상상이 됐다. 

‘리틀 포레스트’ 혜원은 고향에서 사계절을 보내면서 양파처럼 아주심기를 하기로 결심한다. 도시가 말하는 삶의 방향과 속도가 모두에게 통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혜원과 재하(류준열)을 통해 보여준다. 

‘인생 후르츠’는 자연의 섭리를 이야기한다. 도시개발에 참여했던 슈이치는 모든 집에 숲을 만든다면 마을 전체가 숲이 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었다.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방법을 연구했고 나무 숟가락만 쓸 정도로 노력했다. ‘인생 후르츠’에 계속해서 등장하는 내레이션이 있다. ‘바람이 불면 낙엽이 떨어진다. 낙엽이 떨어지면 땅이 비옥해진다. 땅이 비옥해지면 열매가 여문다. 차근차근 천천히’ 자연의 섭리가 그대로 담겨있는 영화 자체를 설명해줄 수 있는 대사다. 두 부부는 “차근차근 하다보면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있게 돼”라고 말한다. 가장 쉬우면서도 어려운 이치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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