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UFO프로덕션, '조들호2'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인기를 끌었던 작품에 출연한 배우는 행복을 느끼는 동시에 고민에 빠진다. 작품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배우는 그 당시 맡았던 캐릭터를 벗어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해당 배우를 이야기할 때 '그 때'의 캐릭터로 회자한다. 하지만 배우 이민지는 히트작의 그늘을 벗어나 매 작품마다 다양한 옷을 입은 것도 모자라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스스로의 한계를 넘고 있다. 현재 이민지는 KBS2 수목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이하 ‘조들호2’)에 출연하고 있다. 극 중 이민지가 연기하는 윤소미는 어린 시절 자폐증을 앓다가 지금은 ‘아스퍼거 증후군’만 겪고 있는 인물이다. 윤소미는 조들호(박신양)를 키우다시피 한 윤정건 수사관(주진모)의 딸이기도 하다. 윤소미는 ‘조들호2’의 포문을 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윤소미는 자신의 아버지가 실종됐다며 조들호를 찾아갔다. 이에 조들호는 사건의 행적을 따라가다가 이자경(고현정)을 만나며 온갖 일들을 겪는다.  윤소미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폐증을 앓았던 전적으로 인해 로스쿨을 나왔지만 변호사가 되지 못했던 그는 조들호를 만나 ‘병아리 변호사’로 꿈을 키워간다. 조들호가 재판장에 나타나지 않은 긴급상황 덕분에 처음으로 판사 앞에 서 보기도 한다. 물론 이 자리에서 윤소미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프린트물 사이에 끼워져 있던 중국집 홍보문구를 읽는 등 치명적인 실수를 했지만 이는 오히려 윤소미라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계기였다.     (사진=눈컴퍼니 제공) 사실 ‘조들호2’가 점차 전개되고 윤소미가 조들호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은 무의미해지는 듯했다. 이런 상황 속 이민지는 윤소미가 말이 없을 때의 표정, 큰소리가 날 때 안절부절 못하는 손짓, 아버지에 얽힌 진실을 알고 느낀 극도의 불안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 넣었다. 그 연장선으로 앞서 언급한 재판 장면에서 역시 실수를 이성적으로 만회하지 못하고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는 윤소미의 어수선한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윤소미의 행동이 답답하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곧 이민지가 윤소미의 설정을 잘 살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이민지가 희미한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던 이유는 그간 한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변신하는 법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민지는 어떤 캐릭터가 와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이민지의 시작은 독립영화였다. 영화 ‘이십일세기 십구세’(2009)로 데뷔한 이민지는 ‘잠복기’(2009), ‘부서진 밤’(2010), ‘짐승의 끝(2011)’, ‘애드벌룬’(2011), ‘물고기는 말이 없다’ 등을 거치며 단편과 장편, 그리고 미스터리물과 학원물, 판타지물 등 다양한 간극을 오갔다. 그 덕분에 이민지는 2012년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또 이민지는 그 이후로도 ‘세이프’ ‘달이 기울면’(2013), ‘서울연애’(2014), ‘차이나타운’ ‘손님’(2015), ‘꿈의 제인’(2017), ‘사라진 밤’ ‘반신반의’(2018) 등을 통해 단역부터 주·조연까지 맡았다. 그 결과 2016년에는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지난해에는 제5회 들꽃영화상에서는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사진=tvN 화면 캡처)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비춘 계기는 2014년 방영한 ‘선암여고 탐정단’이었다. 다만 배우 이민지의 얼굴을 제대로 알린 작품은 ‘응답하라 1988’(2015)이다. 극 중 이민지는 덕선(혜리)의 단짝친구로, 교정기를 착용해 혀 짧은 소리를 내는 특징을 지닌 미옥을 연기했다. 이론으로만 연애고수였지 실전은 경험이 없던 미옥은 나중에는 정봉(안재홍)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색다른 재미를 줬다. 이렇게 촌스러운 옛날로 돌아가 웃음을 주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민지는 ‘로봇이 아니야’(2017)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한다. 극 중 이민지는 조지아(채수빈)의 친구 선혜 역을 맡아 일명 ‘센캐(센 캐릭터)’를 연기했다. 짙은 메이크업과 화려한 패션으로 그 전의 이민지를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선혜는 ‘응답하라 1988’에서 말로만 연애를 했던 미옥과 달리 실질적인 연애기술을 보유한 캐릭터여서 이민지의 필모그래피를 안다면 재미있을 소소한 포인트로 작용했다. 작품을 마친 이민지는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조선시대로 돌아갔다. 그는 ‘백일의 낭군님’에서 홍심(남지현)의 친구 끝녀로 출연해 구돌(김기두)과 호흡했다. 여기에서 이민지는 신스틸러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이민지는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응답하라 1988’이 있기 전부터나 그 후로나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 덕분에 이민지는 ‘누군가의 친구’ 혹은 단역, 조연이 아닌 자신만의 배역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가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보여주는 변호사, 그것도 사연 있는 법조인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던 것도 그간 쌓아온 다양한 스펙트럼 덕분이다. 캐릭터의 한계를 스스로 벗어나며 앞으로 찍을 무수한 점에 기대를 갖게 하는 것, 이게 바로 데뷔 10년차 배우 이민지의 재능이다.

[이 배우 누구?] '조들호2' 이민지, '응팔'의 울타리 뛰어넘기까지

이소희 기자 승인 2019.01.28 11:19 | 최종 수정 2138.02.24 00:00 의견 0
(사진=UFO프로덕션, '조들호2' 제공)
(사진=UFO프로덕션, '조들호2' 제공)

[뷰어스=이소희 기자] 인기를 끌었던 작품에 출연한 배우는 행복을 느끼는 동시에 고민에 빠진다. 작품이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은 만큼 배우는 그 당시 맡았던 캐릭터를 벗어나기 힘들어지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해당 배우를 이야기할 때 '그 때'의 캐릭터로 회자한다. 하지만 배우 이민지는 히트작의 그늘을 벗어나 매 작품마다 다양한 옷을 입은 것도 모자라 강렬한 임팩트를 남기며 스스로의 한계를 넘고 있다.

현재 이민지는 KBS2 수목드라마 ‘동네변호사 조들호2’(이하 ‘조들호2’)에 출연하고 있다. 극 중 이민지가 연기하는 윤소미는 어린 시절 자폐증을 앓다가 지금은 ‘아스퍼거 증후군’만 겪고 있는 인물이다. 윤소미는 조들호(박신양)를 키우다시피 한 윤정건 수사관(주진모)의 딸이기도 하다.

윤소미는 ‘조들호2’의 포문을 열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윤소미는 자신의 아버지가 실종됐다며 조들호를 찾아갔다. 이에 조들호는 사건의 행적을 따라가다가 이자경(고현정)을 만나며 온갖 일들을 겪는다. 

윤소미의 활약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자폐증을 앓았던 전적으로 인해 로스쿨을 나왔지만 변호사가 되지 못했던 그는 조들호를 만나 ‘병아리 변호사’로 꿈을 키워간다. 조들호가 재판장에 나타나지 않은 긴급상황 덕분에 처음으로 판사 앞에 서 보기도 한다. 물론 이 자리에서 윤소미는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프린트물 사이에 끼워져 있던 중국집 홍보문구를 읽는 등 치명적인 실수를 했지만 이는 오히려 윤소미라는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계기였다.

   

(사진=눈컴퍼니 제공)
(사진=눈컴퍼니 제공)

사실 ‘조들호2’가 점차 전개되고 윤소미가 조들호와 함께 일하게 되면서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캐릭터의 설정은 무의미해지는 듯했다. 이런 상황 속 이민지는 윤소미가 말이 없을 때의 표정, 큰소리가 날 때 안절부절 못하는 손짓, 아버지에 얽힌 진실을 알고 느낀 극도의 불안 등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 넣었다. 그 연장선으로 앞서 언급한 재판 장면에서 역시 실수를 이성적으로 만회하지 못하고 이리 꼬이고 저리 꼬이는 윤소미의 어수선한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윤소미의 행동이 답답하다고 하는 의견도 있지만 이는 곧 이민지가 윤소미의 설정을 잘 살리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렇게 이민지가 희미한 캐릭터에 숨결을 불어넣을 수 있던 이유는 그간 한 역할에 얽매이지 않고 변신하는 법을 깨우쳤기 때문이다. 그 덕분에 이민지는 어떤 캐릭터가 와도 자신만의 스타일로 생생하게 표현할 수 있었다.

이민지의 시작은 독립영화였다. 영화 ‘이십일세기 십구세’(2009)로 데뷔한 이민지는 ‘잠복기’(2009), ‘부서진 밤’(2010), ‘짐승의 끝(2011)’, ‘애드벌룬’(2011), ‘물고기는 말이 없다’ 등을 거치며 단편과 장편, 그리고 미스터리물과 학원물, 판타지물 등 다양한 간극을 오갔다. 그 덕분에 이민지는 2012년 부산국제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수상할 수 있었다. 

또 이민지는 그 이후로도 ‘세이프’ ‘달이 기울면’(2013), ‘서울연애’(2014), ‘차이나타운’ ‘손님’(2015), ‘꿈의 제인’(2017), ‘사라진 밤’ ‘반신반의’(2018) 등을 통해 단역부터 주·조연까지 맡았다. 그 결과 2016년에는 부산국제 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지난해에는 제5회 들꽃영화상에서는 여우주연상의 영광을 안았다.

(사진=tvN 화면 캡처)
(사진=tvN 화면 캡처)

브라운관에서 모습을 비춘 계기는 2014년 방영한 ‘선암여고 탐정단’이었다. 다만 배우 이민지의 얼굴을 제대로 알린 작품은 ‘응답하라 1988’(2015)이다. 극 중 이민지는 덕선(혜리)의 단짝친구로, 교정기를 착용해 혀 짧은 소리를 내는 특징을 지닌 미옥을 연기했다. 이론으로만 연애고수였지 실전은 경험이 없던 미옥은 나중에는 정봉(안재홍)과 러브라인을 형성하며 색다른 재미를 줬다.

이렇게 촌스러운 옛날로 돌아가 웃음을 주는 캐릭터를 연기했던 이민지는 ‘로봇이 아니야’(2017)를 통해 파격적인 변신을 한다. 극 중 이민지는 조지아(채수빈)의 친구 선혜 역을 맡아 일명 ‘센캐(센 캐릭터)’를 연기했다. 짙은 메이크업과 화려한 패션으로 그 전의 이민지를 상상할 수 없는 모습이었다. 특히 선혜는 ‘응답하라 1988’에서 말로만 연애를 했던 미옥과 달리 실질적인 연애기술을 보유한 캐릭터여서 이민지의 필모그래피를 안다면 재미있을 소소한 포인트로 작용했다.

작품을 마친 이민지는 좀 더 시간을 거슬러 조선시대로 돌아갔다. 그는 ‘백일의 낭군님’에서 홍심(남지현)의 친구 끝녀로 출연해 구돌(김기두)과 호흡했다. 여기에서 이민지는 신스틸러로서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이처럼 이민지는 최고의 히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응답하라 1988’이 있기 전부터나 그 후로나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으려 부단히 노력해왔다. 그 덕분에 이민지는 ‘누군가의 친구’ 혹은 단역, 조연이 아닌 자신만의 배역으로 남을 수 있었다. 그가 드라마에서 처음으로 보여주는 변호사, 그것도 사연 있는 법조인 역할을 자연스럽게 소화할 수 있던 것도 그간 쌓아온 다양한 스펙트럼 덕분이다. 캐릭터의 한계를 스스로 벗어나며 앞으로 찍을 무수한 점에 기대를 갖게 하는 것, 이게 바로 데뷔 10년차 배우 이민지의 재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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